논증

論證;argument

1 개요

철학의 기본 대상은 논증이다. 논증이란 주장하고자 하는 하나의 결론과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근거 들의 집합을 말한다. 만약 결론이 둘이라면 두 가지의 논증이고 결론이 하나라면 하나의 논증이다. 이 때, 지지되는 문장이 결론이고, 결론을 지지하는, 즉 그것의 근거를 이루는 문장이 전제이다.

2 논증의 목적

논증의 목적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효과적 산출

과학적 탐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논증이다. 예를 들어, '모든 금속은 열을 가하면 팽창한다.'와 '구리는 금속이다'는 전제를 통해 '구리는 열을 가하면 팽창한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 논제에 관한 주체적 입장 갖기나 이해 증진

논증을 통해서 논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구체화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안락사 논란에 대해서, 나는 XXX하고 YYY하므로 안락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고로 안락사에 찬성이야.'와 같은 논증이다.

  • 태도나 행동에 영향 주기

주장이다. 예를 들면 '게임은 사람의 성향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라는 전제로 '그러므로 청소년은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결론을 이끌 수 있다.

3 논증이 아닌 것들

주장이나 근거가 없는 일반적인 문장은 논증이 아니다. 우선 믿음이나 의견이 있다. 자신이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근거가 없거나, 근거가 타당하지 않은 것은 논증이 아니다.

묘사가 있다. 묘사의 경우 어떤 사실에 대한 근거는 있지만, 그 근거로 무언가를 주장하려 하지는 않는다. 물론 어떤 묘사는 자연스럽게 어떤 결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묘사 자체에는 주장이 없다.

설명도 역시 논증이 아니다. 설명은 논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사실을 설명하고, 그것에 대한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명과 논증은 초점이 다르다. 설명의 포커스는 그 연유, 근거에 맞추어져 있는 반면, 주장의 포커스는 그 결과에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설명은 논증이 아니다.

4 논증의 형태

논증은 귀납논증(inductive argument)과 연역논증(deductive argument)의 형태를 가진다.

4.1 귀납논증(inductive argument)

귀납 논증은 전제가 결론을 100% 지지하지 않는 논증이다.
예를 들자면,

R1. A 지역의 백조는 하얗다
R2. B 지역의 백조는 하얗다
R3. C 지역의 백조는 하얗다
...
C. 모든 백조는 하얗다

이 논증에서 A, B, C지역의 백조가 하얀 것이 모든 백조가 하얀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꽤 높은 확률로 맞긴 하겠지만). 이런 논증을 귀납 논증이라 한다. 귀납 논증은 주로 여러 사실들로부터 하나의 기본적 원리를 끌어낼 때 사용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귀납논증 항목 참조.

4.2 연역논증(deductive argument)

연역논증참고

이런 논증들은 각자 장단점이 있는데, 귀납의 경우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 내는데 적합하고, 연역의 경우 이끌어낸 결론이 (전제가 참이라면) 항상 참이라는 장점이 있다.

5 논증의 타당성과 합당성

논증은 타당할 수 있고 합당할 수 있다.

5.1 타당성(validity)

논증이 '타당'하다는 것은 전제가 모두 참일 경우 결론이 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전제나 결론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제로부터 결론이 충분히 강력하게 지지될 때, 이를 타당하다고 표현한다. 즉, 타당성은 개별적인 명제의 성질이 아닌 논증의 성질이다.

논증 A가 타당하다는 것은
1. 논증 A의 전제가 참이면 결론은 반드시 참이라는 것이다.
2. 논증 A의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일 수 없다는 것이다.[1]
3. 논증 A의 결론이 거짓이라면, 전제 중 적어도 하나는 반드시 거짓이라는 것이다.

논증이 타당하지 않을 때 '부당하다'고 한다.

5.2 합당성(soundness)[2]

논증이 '합당'하다는 것은
1. 논증이 타당하고
2. 논증의 전제들이 모두 참이여야 한다.

실제 논리학에서 따지는 것은 합당성보단 타당성이다.
예컨대, 전제가 '철수는 남자다'와 '모든 남자는 한국인이다' 이고 결론이 '철수는 한국인이다'인 논증이 있다고 하자.
이 논증은 타당성의 정의에 의해 타당하지만, 전제가 거짓일 수도 있으므로 합당하지는 않다. 논리학은 보통 철수가 남자든 여자든, 모든 남자가 한국인이든 아니든
관심이 없고, 전제와 결론 사이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

6 영향

이런 논증 방식은 과학 탐구 방법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귀납법이 없었을 적의 논증 방식은 아무리 봐줘도 말놀이였다. 중세의 괴악한 치료방식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귀납법 이후, 좀 제대로 된 과학적 방법론이 확립되고, '자연에서 관찰된 사실로 진리를 찾자!'라는 인식이 정착된 후에는 과학의 탐구는 좀 나아졌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방법이 좀 괴랄해서, 문자 그대로 관찰된 사실에서 근거를 찾았기 때문에 이러이러한 치료법이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왜 그렇게 될까?'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저 똑같이 따라하는 수준이였다. 야! 신난다~

근대에 들어서고서야 가설-검증방법이라는 연역법의 원리를 따르는 과학적 방법론이 등장했다. 이 방법론은 무작정 관찰에서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가설(예: X->Y)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데 사실(예: X이고 Y인 관찰)을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근대 과학은 급성장했다.
하지만 저 가설-검증 방법도 완벽하지 않은 것이, X->Y라고 해서 X'->Y라는 법은 없다![3]

덕분에 인간과 동물의 생체가 활동하는 방식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 동물들에게 임상실험한 약을 바로 실전에 사용했는데, 그러다 크리뜬게 탈리도마이드이다. 이 물질은 임산부의 태아에게 작용해서 팔다리를 다 짜리몽땅하게 바꾸는 해표증을 일으킨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있던 이런 귀납적 논증(/가설-검증 방식) 으로 밝힌 과학적인 진리가 예외출현으로 뒤바뀌는 사례도 종종 일어난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을 움직이는 과학적인 이치가 예외가 발견되면 과학 이론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다만, 과학 이론의 토대가 매우 단단하고, 이론을 매우 정교하게 쌓아 올렸으므로 쉽사리 빈틈이 발견되진 않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빈틈을 발견하기 위해, 혹은 이를 통해 이론을 더욱 정교하고 튼튼하게 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고 있다.
  1. 명제의 타당성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조건. 사실 1과 3의 조건들은 모두 2의 조건에서 파생된 것이다. 1과 2는 이중부정, 2와 3은 대우관계이다.
  2. '건전성'이라고도 한다.
  3. 이는 귀납법의 특징이다. 귀납법을 간단히 말하자면 여러 대상에서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을 추론하는 것이기에(물론 이 설명은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틀린 말이지만, 일단은 이렇게 이해해두자) 언제든지 예외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 내가 본 까마귀는 모두 검은 색이므로 까마귀는 검은 새다! 라는 것인데, 보통 상황에서는 맞겠지만 알비노 등 예외가 없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