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fbery Circle; Lufberry Circle.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미국인 에이스 라울 러프베리(Raoul Lufbery)의 이름을 본뜬 방어기동용 항공전술의 하나이다. 라울은 이 전술을 발명하지 않았으며 정확히 어떻게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지는 미지수이다. 라울의 훈련을 받고 들어오는 미국 조종사들 사이에 라울로 유명했던 전술이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있다. 이름을 어떻게 읽냐에 따라서 '러프'베리 원형진이라 읽기도 하고 '루프'베리 원형진이라 읽기도 한다.
항공기의 전투력이 딸리는 세력에서 구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어전술로 여러 대의 항공기가 거대한 원형을 이루면서 계속 선회하는 것이 이 전술의 핵심이다. 가령 예를 들어 1 -> 2 -> 3 -> 4 -> 5 -> 6 -> 1 순으로 선회를 하고 있을 때, 공격자가 3을 공격하기 위해 꼬리를 문다면, 뒤따라오는 2에게 꼬리를 물려서 당하게 되는 전술이다.
이 방어전술은 수직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에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수평방향의 선회전에서는 가히 악마적인 방어력을 선보였고, 1차대전의 항공전 자체가 수평방향 선회전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아서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항공기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화력도 강화되면서 일격이탈 전술이 도입되자 우위를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원형진에서 1 ~ 2기 가량이 격추당하고 나면 원형진 자체가 와해되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단 쉽게 구사할 수 있는 방어전술이었고, 공격자가 공격목표에 집중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형진에 말려들어 당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기 때문에 계속 위험한 함정으로 사용되었다. 사실상 일격일탈을 한다 해도 선회하는 적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공격기도 선회를 해야 하므로, 사격 위치에 들어가기 위해 기동을 하다 걸려드는 경우도 있었다.
일격일탈이 말은 쉬운 것 처럼 보여도, 확실히 보내버릴 수 있는 화력과, 에너지 우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술이다. 제아무리 빠른 전투기라도 적이 더 유리한 위치에서 접근하면 불리한데, 여기다 상공에서 원형진을 구사하면 너는 이미 죽어있다 이기 때문이다.
1차대전 이후 실전에서 사용된 유명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Bf110이 슈퍼마린 스핏파이어나 호커 허리케인을 상대로 사용.
- 영국 공군이 원형진을 드나들면서 골라먹었다.(…) 다만, 덕분에 그 아래 있었던 폭격기들은 무사했다고! Bf 110이 폭격기들 위에서 이 원형진을 구사했었기 때문이다.
-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P-40 워호크가 Bf109F를 상대로 사용
- 가끔 정줄놓은 독일기가 말려들어 격추당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보통은 영국 하늘의 정반대로, P-40이 더 많은 피해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가끔씩 황색 14번 북아프리카 독일군 소속 악마를 만나면, 원형진은 그대로 죽음의 진이 되곤 했다.
- 가끔 정줄놓은 독일기가 말려들어 격추당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보통은 영국 하늘의 정반대로, P-40이 더 많은 피해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 서부 유럽 전선에서 상륙 작전 이전에 방어를 위해 출격한 독일 공군기들이 사용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 당시 폭격을 다녔던 P-47 썬더볼트들은 상승력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위쪽에서 원형진으로 커버하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전차를 격추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
- 동부 유럽 전선에서 비교적 우수한 성능(저공 한정)의 소련군 기체들을 상대로 독일군들이 사용했다. 전쟁 초반 소련군 기체들은 일반적으로 수직 기동이 딸리는 편이므로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반면, IL-2들이 독일군 전투기들 상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 베트남 전쟁에서 F-4 팬텀II와 MiG-17
- 당시 기총은 없었지만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었던 팬텀이 미그기 꼬리를 잡기위한 낚시로 사용했다. 문제는 월맹군도 이걸 써서 미군기의 꼬리를 잡아버렸다는 점이지만….
러프베리 원형진의 악명높은 킬러로는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활약한 독일군 에이스 한스 요아힘 마르세이유를 꼽고 있다. 자신의 천재적인 조종술과 Bf-109F형의 우수한 비행성능을 이용한 독특한 상하방향 공격전술을 구사하였는데, 이걸 잘 활용하여 웬만한 원형진 하나 작살내는데 몇 분도 안걸렸다. 탄 소모량도 10대 잡는데 100발도 안 들었다고.
많은 독일 에이스들이 저거야 말로 원형진의 완벽한 파해법이라 생각하고 가르쳐달라고 했지만 실전에서 아무도 흉내내지 못했을 정도로 고난도 조종술을 요구했다. 게다가 마르세이유의 요기로 따라나선 조종사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그냥 고공으로 올라가 구경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남아있다. 어설프게 흉내냈다가는 캐관광당할 게 뻔하기도 했고..
현대 미사일 기술이 발달하고 BVR 교전이 일반화된 현대 항공전에서는 미사일 바닥나서 딱총질할 정도가 되면 사용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지만 실질적인 가능성은 0에 한없이 수렴하고 있다. 게다가 원형진을 이룰 정도로 많은 수의 전투기들이 얽힐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에 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