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펜

Lumpen.

원래 의미는 보통 사회에서 낙오된 낙오자, 노숙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룸펜이라는 용어가 유행을 탄 것은 진짜 노숙자나 부랑인이 아니라 빈곤한 지식인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되면서부터다. 이는 현대 넷은어인 "잉여"로 거의 완전하게 대치할 수 있을 정도로 뉘앙스가 가깝다.

이 말의 어원은 카를 마르크스에게서 왔는데 1850년에 마르크스가 발표한 글에서 사회 최하층인 빈민, 부랑자, 창녀등을 일컫는 말로 룸펜프롤레타리아트(lumpenproletariat)라는 말을 만든데서 유래했다. 이 룸펜프롤레타리아트의 룸펜은 독일어에서 누더기,부랑아를 의미하는 lump에서 왔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룸펜프롤레타리아트는 그의 계급론적 인식에서 나온것으로 프롤레타리아라고 하기는 어렵고 독재정권의 열렬한 파수꾼이 될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의문의 1승거두었다.

이후 이 말은 다양하게 쓰이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때 많이 배웠음에도 그 지식을 쓸 데가 없는 슬픈 지식인들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특히 30년대 경성에서는 룸펜이 대거 양산됐는데 이 세대가 공부할 시기는 다이쇼 데모크라시 시대라 고학력자에게는 어느 정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정작 졸업하고 보니 대공황의 여파로 일본인조차 취업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이 룸펜 지식인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부잣집에서 놀고먹는 인생을 사는 종자들에게도 이 말이 쓰였는데 특별히 이런 종자들은 룸펜 부르주아라 불렸다 카더라. 이말이 한국식으로 변화한게 바로 "놈팽이"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내딸은 못줘! 웬 놈팽이 같은 놈이... 할 때 빼곤 그리 잘 쓰이진 않으나 놈팽이에서 파생된 '농땡이 친다'는 오늘날에도 간간히 쓰이는 말이다.

197-80년대 운동권에서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대학생들을 룸펜이라 부르기도 했고 오늘날에는 극좌파에서 강남좌파, 패션진보를 비난할 때 룸펜 진보라고 칭한다고 하기도. 사실상 원뜻과 상관 없이 이제는 그냥 잉여를 가리키는 운동권 계열 용어로 정착한 듯 하다.

이 말을 만든 마르크스 본인도 사실 오랫동안 이 룸펜에 가까웠다. 가끔 책을 쓰거나 신문사에 글을 기고하는 것 말고는 수입이 없어서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지원을 받으며 잉여롭게(...) 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