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와 헛간 역설

Pole and Barn Paradox

1 개요

상대성 이론의 길이 수축 개념과 모순되는(것처럼 보이는) 역설. 쌍둥이 역설과 더불어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불완전하게 이해하면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 역설 속에는 시공간 상에서 두 사건이 다른 지점에서 일어날 때 좌표계에 따라 동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2 상세

  1. 가로 길이 5m 짜리 헛간이 있다.
  2. 영희는 10m짜리 막대를 이 헛간 안에 넣고 싶어 한다.
  3. 영희는 머슴 철수(…)를 불러 무진장 빨리 뛰면 헛간안에 막대를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4. 철수는 0.867c(10m의 막대를 5m로 줄일 수 있는 속도)의 속도로 막대를 머리에 이고 헛간에 돌진한다.(…)
  5. 영희의 관점에서 보자면, 막대는 한순간 헛간 안에 완벽히 들어서게 된다. 이 순간 영희는 버튼을 눌러 양쪽 문을 동시에 닫는다. 물론 재빨리 다시 열지 않으면 철수는 죽는다. 근광속으로 나무문에 들이박는다고 생각해보라. 하지만 어쨌든, 한순간 만이라도 영희는 막대를 헛간 안에 가뒀다.

하지만 철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1. 철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막대는 여전히 10m이고, 헛간은 철수에게 0.867c의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2. 막대의 앞이 헛간의 먼쪽 문에 도달했을 때 헛간의 먼쪽 문은 닫히지만, 막대의 뒤는 아직 헛간 에서 들어오지 못한 상태이며 헛간의 뒤쪽 문도 열려 있다. 곧 헛간의 먼쪽 문이 열리고 막대의 앞이 헛간 밖으로 나가며, 이후 막대의 뒤가 헛간의 뒤쪽 문에 다다랐을 때 헛간의 뒤쪽 문이 열렸다 닫힌다.
  3. 뭐?!

3 역설의 풀이

이 역설로 일반인이 생각하는 동시성(simultaneity)이 가루가 된다.

사실 이 역설은 갈릴레이의 우주관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든 얘기다. 영희의 관점에서 보자면, 막대의 앞쪽이 먼쪽의 문에 닿는 순간과 동시에 문이 닫힌다. 마찬가지로, 막대의 뒤쪽 끝이 헛간 안으로 들어온 동시에 문이 닫히는 것이다. 즉, 앞문과 뒷문은 동시에 닫히게 된다.

하지만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한 기준계의 동시성이 두 기준계의 동시성이 될 필요는 없다. 철수의 관점에서 보자면, 막대의 앞쪽 끝이 먼쪽의 문에 닿기도 에 앞의 문은 닫힌다. 그리고 막대의 앞쪽 끝이 문을 부수기 전에 다시 먼쪽의 문이 열리고, 철수의 막대가 지나간 뒤쪽의 문이 닫힌다. 즉, 철수의 관점에서 문은 동시에 닫히지 않았다.

그러므로 항상 막대가 지나갈 공간이 남는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문이 닫히는 두 사건 P, Q가 동시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한다.
파일:막대와 헛간 역설.png

4 문을 열지 않는다면?

만약 영희가 문을 닫은 채로 열지 않는다면 철수는 죽는다 철수의 막대는 앞문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막대의 엄청난 운동에너지가 다른 에너지로 바뀐다.

영희의 입장에서는 앞문과 뒷문이 동시에 닫히면서 막대는 헛간안에 갇히게 되고(P, Q), 앞문에 부딪혀서(X)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길이가 증가(), 헛간 문을 뚫는다. 철수 입장에서는 앞문에 부딪힌 것은 아직 뒷문이 닫히기 전이다. 따라서 막대는 우선 앞문에 부딪치고, 막대 자체가 문에 부딪혀 찌그러진다.(...) 농담이 아니고, 아무리 튼튼한 막대라도 찌그러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근광속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철수도 있는데 찌그러지지 않는 막대도 있으면 어떻게 되는데? 문에 부딪힌 효과 역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전달될 수 없는데, 막대 자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문에 부딪힌 결과가 막대의 반대쪽까지 전달되기 전에 막대의 다른 부분들이 상당한 거리를 진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찌그러진 막대가 일시적으로 헛간 안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원래 길이로 돌아가면서 헛간 문을 뚫는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철수는 급격한 가속도를 겪기 때문에 사실 철수에게 보이는 상황은 분석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대해서 그렇다면 뒤쪽 끝을 잡아당겨서 막대를 멈추는 것은 어떤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즉 막대 뒤쪽 끝을 잡는다고 해도 그 효과가 막대의 앞쪽 끝에 전달되기 전에 이미 막대의 앞쪽 끝은 항상 문에 부딪힌다. 이 부분도 상대적인데, 영희의 입장에서는 막대 뒤쪽 끝을 잡았지만 막대의 앞쪽 끝이 미처 멈추지 않고 벽에 부딪힌 것이지만, 철수의 입장에서 보면 앞쪽이 부딪힌 사건 쪽이 뒤쪽 끝이 잡힌 것보다 시간적으로 앞선다. 그렇다면 막대의 앞쪽 끝이나 뒤쪽 끝과 같은 특정한 위치가 아닌 막대의 각 부분에서 동시에 감속해서 막대의 길이를 유지한다면? 그에 대한 답은 철수와 영희의 입장에서 모두 동시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철수 입장에서 막대를 동시에 가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영희에게는 막대 뒤쪽이 먼저 가속하면서 막대의 길이를 잡아늘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영희가 보기에도 막대는 헛간 안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는 것이 된다. 만약 이 설명을 읽으면서 골치가 아프다면, 그건 제대로 이해했다는 뜻이다.

이 문서의 내용 중 전체 또는 일부는 상대성 이론 문서의 340판, 5.2번 문단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론&action=history 이전 역사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