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최초의 조교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 원제는 The Taming of the Shrew. 이탈리아 파도바[1]의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Tame은 원래 사람한테 쓰는 말이 아니라, 동물한테 주로 쓰는 말이므로 이 제목은 거의 "조련하기"나, "조교하기"~~ [2] 정도의 어감이다. '길들이기'란 말 부터가 사람한테 쓰는 말은 아니다.
2 줄거리
파도바의 갑부 밥티스타 미놀라에게는 아름다운 딸 두 명이 있는데, 첫째는 이름난 말괄량이인 캐서린(Katherine)[3]이고, 둘째는 얌전한 비앙카이다. 두 딸이 혼기가 차고, 자신은 늙어서 재산을 물려줄 사위를 찾아야 되는데, 첫째를 데려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둘째에게만 구혼자들이 찾아온다. 밥티스타가 첫째를 먼저 시집보내야 둘째를 시집보내겠다고 못을 박은 데다가, 비앙카에게 찾아온 호텐쇼와 그레미오가 그렇게 맘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서, 모두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캐서린은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심심하면 비앙카를 때린다(...).
한편 공부하러 파도바에 온 피사 출신의 루첸티오는 우연히 비앙카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에게 구혼하기 위해 그는 그의 하인인 트래니오를 자신으로 변장시켜 비앙카에게 구혼하러 온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고, 자신은 트래니오의 하인이자, 비앙카에게 라틴어를 가르치기 위해 온 교사 캄비오로 행세한다.
모두들 비앙카의 사랑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을 때, 호텐쇼의 친구이자, 베로나 출신의 신사인 페트루치오가 파도바로 색시감도 찾을 겸 유람을 온다. 호텐쇼는 한밑천 잡을 일이 있다며 페트루치오에게 캐서린에게 청혼하라고 바람을 넣고 페트루치오는 아내가 좀 사나우면 길들이면 되니 재산만 물려받으면 된다며 우선 밥티스타에게 접근해 지참금으로 은화 2만 크라운을 주고 죽은 뒤 재산의 절반을 물려주겠다는 각서를 받는다. 그 와중에 호텐쇼가 캐서린에게 악기를 가르치다가 비위를 거슬러 캐서린은 악기를 휘둘러 호텐쇼의 머리를 후려친다. 호텐쇼는 머리가 터진채로 밥티스타에게 하소연하러 오고 페트루치오는 아주 씩씩한 여장부라 마음에 든다며(...) 캐서린을 케이트라고 부르며 구혼한다. 캐서린이 패악을 부리면 꾀꼬리가 지저귄다고 하고 따귀를 때리면 때린 손에 키스하며 세상에 떠도는 풍문 따위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억지를 부려 즉석에서 그 주 일요일로 결혼날짜를 잡는다. 사납게 구는 캐서린을 상대로 그는 더 사납게 굴어서 그녀를 말 그대로 길들인다.
결혼식장에는 나타나지도 않아서 비앙카는 기분이 상해 집에 가버고 캐서린은 그런 미친 병신따위는 다시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와중에 페트루치오는 예복으로 넝마를 입고 괴상한 장식을 한 채 나타난다. 결혼식장에서는 부부 선언을 할 때 고함을 질러서 신부가 놀라 성경책을 떨어뜨리고 그 성경책을 집어들려는 신부를 때려눕힌다. 신성모독이다! 결혼 축배를 마시고 남은 술은 부제에게 뿌리고 결혼 키스를 쪽 소리가 성당에 울려퍼질 정도로 거세게 한 건 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피로연은 다른 사람들끼리 즐기라고 하고 캐서린을 자기 집인 베로나로 끌고간다. 신방으로 가는 길에는 일부러 캐서린을 끌어안은 채 진창에 넘어지는데 말에 깔린 캐서린은 내버려두고 말몰이 하인만 잔뜩 야단친다. 집에 도착한 후에는 흙을 닦아 주겠다고 가져온 물을 일부러 엎지르고 그걸 하인에게 덮어씌워 또 혼을 낸다. 패악스러운 캐서린조차 하인을 감싸줄 정도.
그리고 신방을 꾸민 후 매 끼니 때마다 멀쩡한 음식은 '당신과 같은 고귀한 여인에게는 이런 천박한 요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트집을 잡아 모두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허기와 피로, 그리고 페트루치오의 진상짓에 지친 캐서린이 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페트루치오는 거사는 치르지도 않고 금욕에 대한 설교만 주야장천 늘어놓으며, 캐서린이 조금이라도 자는 기색이 보이면 이불과 베게를 땅바닥에 내던지거나 쓸데없는걸로 하인을 고래고래 나무라 선잠을 다 깨운다.
며칠동안 굶고 잠도 제대로 못 잔 캐서린은 하인에게 소의 발이라도 먹게 해달라며 매달릴 지경이 된다 . 물론 캐서린을 죽일 이유가 없는 페트루치오는 고기를 조금 가져다주며 감사 인사를 강요한 이후에야 먹게 해준다. 식사 중간에 캐서린에게 옷과 모자를 선사하겠다고 미리 주문해둔 옷과 모자를 가져오도록 하며 반도 못 먹은 음식접시를 벌써 다 먹었느냐며 빼앗아 치운다.
캐서린은 옷과 모자를 마음에 들어하지만 페트루치오는 이상한 트집을 잡아 몽땅 반품시키려 한다. 캐서린이 모자가 마음에 든다고 하자 페트루치오는 당신 말대로 엉망진창에 조개껍데기같은 모자라며 딴청을 피우고 옷이 마음에 든다고 하자 누더기 같은 재질에 소매는 대포구멍같다고 트집을 잡는다. 결국 옷이며 모자는 모두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재봉사에게는 욕을 퍼부어 쫓아낸다.[4] 밥을 먹고 옷을 고르는것을 가장한 패악질 이후에 장인어른인 밥티스타를 찾아뵈러 가기로 하는데 오후 두 시에 '지금은 아침 7시이니 출발하면 점심 먹을 때가 될 거요'라는 헛소리를 한다. 캐서린이 '오후 두 시'라고 반박하자 내가 말하는 시각이 바로 지금 시각이라며 캐서린이 자신의 말에 무조건 찬성할때까지는 출발하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는다. 현대적인 입장에서 이건 이미 범죄다. 아내 교정중
이러한 페트루치오의 행동으로 캐서린은 자포자기하고 점점 남편에게 순종하는 아내가 되어간다. 결국 밥티스타를 만나러 파도바로 가는 길에 페트루치오가 '낮에 하늘에서 빛나는 것은 달'이라고 하자 캐서린은 '달이 아니라 촛불이라고 해도 믿겠어요'라며 맞장구친다. 파도바로 가는 길에 루첸티오의 아버지인 빈첸티오를 만나는데 호호할아버지인 빈첸티오를 아름다운 아가씨라고 하자 캐서린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그리고 페트루치오가 노인에게 아가씨라고 하다니 눈이 삐었냐고 핀잔을 주자 캐서린은 즉시 빈첸티오에게 사과한다(...) 빈첸티오는 괴상한 인사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며 파도바까지 동행한다.
그러는 중 캄비오로 행세하는 루첸티오는 비앙카에게 접근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아버지 빈첸티오를 닮은 교사[5]를 한 명 데려와 아버지 행세를 시켜 밥티스타의 허락을 받으려 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진짜 빈첸티오가 페트루치오 부부와 함께 오는 바람에 모든 게 들통난다. 하지만 이미 비앙카의 마음은 넘어왔기 때문에, 그는 결국 비앙카와 결혼한다. 호텐쇼는 낙심해서 돈 많은 미망인과 결혼해 버린다.
모든 게 마무리되고 밥티스타의 집에서 한담을 나누고 있을 때, 밥티스타는 페트루치오가 말괄량이와 결혼해 불쌍하다는 말을 꺼내고 페트루치오는 그럼 각자 자신의 아내를 불러서 바로 오는 사람에게 돈을 주자며 내기를 제의한다. 비앙카와 미망인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지만, 캐서린은 금방 온데다가 페트루치오의 명령에 따라 두 여자까지 끌고 나온다. 페트루치오는 두 여인의 앞에서 캐서린의 모자가 어울리지 않으니 짓밟아 버리라고 하고 캐서린은 두말없이 모자를 땅에 내동댕이친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불평하는 비앙카와 미망인에게 캐서린이 아내로서 지녀야 할 몸가짐과 순종에 대해 설교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6][7]
3 평가
독특한 형식을 지닌 작품으로, 위의 모든 이야기가 서막에 나오는 주정뱅이 크리스토퍼 슬라이가 보는 연극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술에 절어 쓰러진 슬라이를 그 지방 영주가 끌고 와서, 정신이 오랫동안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영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놀리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연극이 바로 저 말괄량이 길들이기인 것이다. 한마디로 극중극. 근데 정작 슬라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는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셰익스피어를 여성차별주의자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품에 여성 비하적인 내용이 잔뜩 깔려있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어쨌든, 페트루치오가 아내를 길들인답시고 벌이는 일이 하도 상식 밖의 일들이라 "여성을 길들이겠다"는 의도 자체를 비꼬는 블랙 코미디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갖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당시의 영국 여성들이 다른 유럽권 여성들에 비해 유난히 기가 강했기에 이를 비트는 의도라는 등...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시점에서 봐도 골때리는 코미디임엔 틀림이 없다.
히스 레저의 데뷔작인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가 본작에서 모티브를 따오는 등 후세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다.
뮤지컬 버전...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이것을 극중극으로 삽입한 뮤지컬이 있다. 바로 키스 미 케이트로, 초대 토니 작품상을 포함해 첫 토니상에서 5관왕을 먹는 영예를 안은, 20세기 중반 브로드웨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작이며 21세기에도 영미권에서 리바이벌/투어 기획이 자주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드라마 블루문 특급에서도 한 에피소드가 이걸 패러디했다. 다만 코미디성이 강해지면서 퓨젼이 되었는데 난폭한 여인(시빌 세퍼드)을 거칠게 다뤘더니만 거의 테러 수준으로 난폭하게 맞선다. 사내(브루스 윌리스)가 갑옷입고 맞서고자 하면 다이너마이트로 날려버린다. 중세에 뭔 다이너마이트가 있냐 따지지말자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에서 에밀리오가 캐서린을 고분고분하게 만든 스킬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하는 뮤지컬이 상연되었는데, 성우 김기흥이 연기와 조연출을 모두 맡아 성우팬들위 찬사를 받은 적이 있다.
- ↑ Padova. 영어로는 Padua. 영어식대로 '파두아'라고 된 번역본도 있다.
- ↑ 일본, 중국에선 조련을 조교라 부른다.
- ↑ 영식 발음으로 '카테리나'라고 번역한 책도 많다.
- ↑ 재봉사에게는 미리 귀띔을 해 옷값을 제대로 쳐줄테니 언짢아 말라고 한다.
- ↑ 원문은 pedant이다. 현학적인체하고 쓸데없는 지식을 뽐내는 사람이라는 뜻.
- ↑ 현대 여성학에서 상당히 까이는 부분 중 하나인데 대사를 대충 요약하면 남편은 하늘이니 아내는 아닥하고 남편을 섬겨야 함 ㅇㅇ 이다.
- ↑ 당시 셰익스피어 작품의 최대 소비자는 여자들이었다는 것을 내세우며 옹호하기도 하는데 여성이 소비한다는 사실이 작품 자체가 성차별적이고 마초적이라는 명제에 대한 반박은 되지 못한다. 여성 역시 가부장적 사회 내에서 살아오며 끊임없이 사회화 되어왔기 때문에 성차별적 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제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면화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성도 좋아하니 문제가 없다' 라고 일축할수 있을 만한 논리는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