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도 작품으로 임진광은 글은 잘 쓰지만, 막상 시장에 책을 내면 사정없이 묻혀 버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무언계도 예외는 아니라서 뛰어난 수작임에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장르 자체가 코믹 성향이 섞인 무협이었고, 애석하게도 그 시기는 만선문의 후예 같은 류의 더러움으로 웃음을 유발한다거나, 개기고 맞는 상하관계 같은 개그가 대세였던 시절이라 임진광의 개그와 당시의 성향이 맞지 않았다.
또한, 주인공의 성격이나 작품의 현실풍자적인 면이 무협 세계관의 진지함을 해치는 면이 있어서 기존 무협 팬의 기호와도 멀었다. 최종보스와의 대결 장면은 이런 면이 극대화 된 편이다. 그리고 작가 본인의 첫 무협소설이라서 그런지 무협 치고는 여러모로 어색한 묘사가 꽤 있어서 이런 걸 질색하는 골수 팬의 호의를 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보면 악평을 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수작. 일단 개그 자체도 만담 형식이라 현재 개그 성향과 맞아 떨어지며 서사 중심이던 당시의 무협과는 다르게 에피소드를 5개로 나누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맞춤으로써 서사 구조를 간략하게 만들고,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구조는 라이트 노벨이 들어온 다음에야 대중에게 익숙해진, 그 당시에는 상당히 참신한 전개 방식이었다. 본래 12개의 에피소드를 기획했다고 하나 인기 부족으로 조기종결 크리를 맞게 된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단연 압권인 건 여인궁의 문도들과 남성들의 논쟁으로 2015년도 인터넷에 가장 핫한 화제인 여혐과 남혐의 주요 논지와 일맥상통한다. 14년을 미리 내다봤다
줄거리는 놀고 먹으며 돈을 버는 삶에 행복해하던 주인공 무언계가 도둑 유어린과 엮이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고 아예 도둑으로 전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물지도를 입수, 더 큰 한탕을 위해 보물 찾기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소동에서 전 무림에서 일어나는 일로 점점 확대가 된다.
어떤 권위나 권력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를 추구하고, 소심하고 소박한 성격이나 불의를 참지 않는 작중 무언계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인물 성향의 완성형에 가깝다. 물론 마룡전쟁의 아슈탈로스, 슈라라펜란트의 슈라라펜란트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거나 해서 주변인적인 성격이 강한 걸 생각하면 무언계야말로 작가의 오너캐라고도 할 수 있다.
무언계의 등장인물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후속작격 작품인 무공총람이란 소설이 있다. 또 작가의 다른 작품인 해리수 표도의 도망자와도 다소의 연결고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