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박사

1 실력이 없음에도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에 대한 비판 용어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사학위는 있는데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박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박사학위 정도가 있으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자신의 세부전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빠삭해야 되는데,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방에서 열악한 조건 하에서 불타는 학구열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설 및 인적 자원이 부족한 지방대에서 이러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게 교수 중에도 있어서, 보통 학내정치와 마케팅(?)에 치중하는 교수들을 보면 전공 지식이 대학원생들보다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또 정년보장을 받거나 나이가 먹어 연구열이 많이 사라진 교수의 경우에도 학계의 트렌드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대학원생들에 비해, 세부전공의 지식이나 방법론에서 최신의 연구결과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1] 심지어 어떤 교수는 자신이 밀고 있는 주제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 게다가 이는 한국에 국한된 경우가 아니고 북미 명문대의 경우도 종종 보이므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입장이라면 주의를 요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물박사라는 표현이 그다지 객관적이지 못하게 쓰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교수를 까고 싶을 때 쓰는 말일 수도 있다. 물박사라고 까는 대학원생이 물박사과정일 수도 있다.(...) 자기가 잘 모르기 때문에 타인을 무식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흔한 것을 생각해 보자.

진짜 물박사는 알지도 못 하는 용어를 남발하며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재주가 있는 게 보통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적용되는 순간. 박사 학위라는 게 일단 학문적인 달성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학문적인 수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과정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심사 과정이 완벽할 수가 없기 때문에 소위 말빨로 학위가 수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없이 말빨만 내세우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는 수준 이하의 결과를 가지고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사실 어떤 종류든지, 실력평가(시험 등)의 과정을 통해 진짜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도 오랜 연구 과정과 논문 작성이 필요한 박사과정은 그렇게 만만하게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력보다도 편견 때문에 통과하기 힘들었다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게다가 학식이라는 것은 학위 도중에 다 쌓이는 게 아니다. 학위라는 것은 단지 '자격증' 정도에 불과한 물건일 뿐이고, 학위를 받은 이후에도 끊임 없이 쌓아 나가야 한다. 비유하자면 학위는 운전면허이고, 실제 운전 실력은 진짜 도로에서 차를 몰고 경험을 쌓음으로써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는 등한시하고, 자리나 탐하면서 돌아다닌다면, 마치 장롱에 면허를 갖고는 있지만 실제 운전을 하지는 않는 것처럼,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 초기의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인간사인지라... '늘 처음처럼'

1.1 겸손함의 표현

또한, 스스로를 물박사라 칭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보통 제 역할은 다 하는 사람들이다.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나는 이 학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라는 식의 겸양의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2 물[水]을 연구하는 박사

한편 물 자체를 연구하는 "물 박사"도 있다(어감 주의!). 위의 '물박사'들과는 다르게 의 여러가지 성질을 연구한다. 실제 인물로 물 연구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故 전무식 교수[2]와, '물, 약인가 독인가'를 저술한 중국의 리푸씽 교수가 있다.

그렇다고 이딴 불쏘시개를 물에 대한 연구랍시고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3]

  1.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교수 짬밥실력은 어디 안가서 지도학생의 발표나 리뷰논문의 미진한 부분을 귀신같이 잡아낸다.
  2. 방송인 전현무의 큰아버지이다!
  3. 이런 불쏘시개까지는 아니고 물의 건강상 효능에 대해서 대체의학을 포괄하여 접근하는 (제도권의) MD나 과학자들은 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