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짜장

중화 요리의 일종. 이름만 보아서는 국물이 흥건한 짜장면을 연상하기 쉬우나 국물도 없고 짜장면도 아니다.

형태와 맛을 쉽게 설명하자면, 중국집의 일반적인 면에다가 전분을 듬뿍 넣어 걸쭉하게 된 해물잡탕 소스를 얹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집집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갖가지 해물에다가 브로콜리나 호박, 목이버섯, 양송이 등 해물에 잘 어우러지는 건더기들이 큼직하고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한마디로 중국집 해물잡탕밥의 면 버전으로 보아도 무방. 짜장면이 일반적으로 춘장 베이스의 소스를 얹은 것이라는 그 명확한 형태성과는 달리 춘장이 들어가지도 않고 맛이나 생김새도 보통의 짜장과는 근본적으로 유사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전북 지역민이 아니라면 생소하기 그지 없는 메뉴.

겉보기로는 울면과 유사한 음식으로, 본래 전라북도 일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로컬 음식이라서 외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나 혼자 산다1박 2일과 같은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라북도 이외에서는 맛보기 힘든 메뉴. 반대로 전라북도 일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고 메뉴판에 없는 경우에도 주문하면 어지간하면 만들어준다. 기본 베이스가 짬뽕인 경우가 많고 짬뽕을 취급하지 않는 중국집은 거의 없으므로 만들기 어렵지 않기 때문. 따라서 가격대도 짬뽕과 같거나 따로 만드는 수고비(?)를 더해 +500원 정도.

유래가 비교적 명확히 알려져 있는 음식으로 원조는 故 윤진성 씨가 전주시 다가동에 1950년대에 개업한 '홍빈관'.[1] 기름기가 많은 짜장면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을 위해 해물과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창작한 요리였다고 한다. 이것이 대히트 하면서 전주의 어지간한 중국집에서는 다 취급하게 된 것. 춘장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짜장'이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 간장이 들어갔기 때문이란다(...).[2]

홍빈관은 현재 사라졌기 때문에 윤진성 옹의 아들인 윤가빈 씨가 관통로 소주문 인근에서 영업중인 '홍콩반점'의 물짜장을 원조로 치며, 원형대로인 물짜장을 맛볼 수 있다. 현재 홍콩반점의 1세대 물짜장과 비슷한 스타일의 하얀 물짜장을 내오는 집은 홍콩반점 외에는 홍콩반점 가까이에 위치한 극소수의 노포들 뿐이고 대부분은 짬뽕 국물을 베이스로 하거나 고추기름 같은 것을 사용한 붉고 걸죽한 소스를 사용한다. 원체 이 2세대 물짜장이 널리 퍼진 관계로 전라북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짬뽕국물 베이스의 붉은 물짜장에만 익숙하고 원조 물짜장은 못먹어 본 사람도 꽤 많으며 이 두 스타일은 이름만 같고 아주 다른 음식이라도 봐도 좋을 정도로 다르다. 만들어진 유래를 모르고 대체 이 녹말짬뽕 같은 음식의 이름이 왜 '짜장'인 것인가 하고 고뇌한 사람도 있다고(...).

1세대 스타일의 원조 물짜장은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지만 취향을 매우 타서 젊은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세대의 경우도 좀 덜하기는 하지만 꽤 취향타는 편. 짬뽕국물이 베이스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대체로 짬뽕이 맛있는 집이 물짜장도 맛있다.

물짜장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린다. 좋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걸 먹느니 차라리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는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

전주 출신 래퍼 데프콘이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물짜장이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것도 데프콘이 나 혼자 산다 8회에서 "서울엔 이게 없어~"라고 하며 소개한 이후였다. 해당 편에서 아버지와 함께 부자의 물짜장 먹방을 보여줬다.물짜장 먹으면서 장가가라 압박이 추가된건 덤 얹히겠어요, 아버지...

  1. 다만 물짜장 자체의 시작은 70년대였다고도 한다. 자세히 아시는 위키러가 수정바람
  2. 짜장은 한자로 炸醬, 즉 기름에 튀기듯이 볶은 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꼭 춘장일 필요는 없다는 논리지만 간장을 튀기듯이 볶은 것은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면 짜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