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항목의 발라드(ballade)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 발라드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 Ballade는 유럽의 중세기와 르네상스기에 유행했던 시 형식 및 음악형식으로 특히 14~15세기에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크게 유행했다. 발라드로 훌륭한 음악 작품을 남긴 사람으로 시인이자 음악가였던 기욤 드 마쇼나 기욤 뒤파이가 있고, 음악이 아니라 시로 국한하면 마쇼나 뒤파이 외에 제프리 초서나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 등의 대시인들도 이 발라드를 즐겨 창작하였다.
1 시(時) 형식 발라드
전형적인 발라드 시는 3연(stranza)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연은 8행으로 구성된다. 3개의 연은 같은 운율을 갖고 있으며 각 연의 마지막행이 후렴구(refrain)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운율은 보통 3개의 각운을 갖는 3운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예제로 다음 시를 살펴보자. 기욤 드 마쇼의 '어떤 아름다움과도 비견될 아름다움'(Biauté qui toutes autres pere)이라는 프랑스어 발라드이며 각 행의 맨 마지막 철자를 운율로 사용하는 각운시이다.
<1연 >
Biauté qui toutes autres pere
Envers moy diverse et estrange,
Douceur fine à mon goust amere,
Corps digne de toute loange,
Simple vis à cuer d'aïmant,
Regart pour tuer un amant,
Samblant de joie et response d'esmay
M'ont ad ce mis que pour amer morray.
<2연>
Detri d'ottri que moult compere,
Bel Acueil qui de moy se vange
Amour marrastre et nompas mere,
Espoir qui de joie m'estrange,
Povre secours, desir ardant,
Triste penser, cuer souspirant,
Durté, desdaing, dangier et refus qu'ay
M'ont ad ce mis que pour amer morray.
<3연>
Si vueil bien qu'à ma dame appere
Qu'elle ma joie en doleur change
Et que sa bele face clere
Me destruit, tant de meschief sen je,
Et que gieu n'ay, revel ne chant,
N'einsi com je seuil plus ne chant,
Pour ce qu'Amour, mi oueil et son corps gay
M'ont à ce mis que pour amer morray.
이 시에서 보면 3개의 연 모두 각행의 마지막 철자가 e/e/e/e/t/t/y/y로 끝난다. 즉 이 발라드는 e,t,y 3개의 각운으로 이루어진 3운각 시이며 각 연의 마지막 행은 똑같이 M'ont à ce mis que pour amer morray[1]로 마무리된다.
의미적으로 각 행을 분석해 보면 1~4행을 stollen이라고 하고 5,6,7행을 abgesang, 그리고 마지막 8행은 각 연의 같은 위치에서 반복되므로 후렴구(refrain)라고 부른다. 의미상으로 1행과 2행, 3행과 4행이 각각 대구를 이루며 5,6,7행은 후렴구와 조화를 이루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이처럼 운율과 내용을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에 3연 24행의 길지 않은 형식이지만 시를 짓는게 그리 만만치 않다.
모든 정형시가 그렇듯이 이 발라드도 변격이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각 연이 8행이 아니라 6행, 7행, 10행 또는 12행 등으로 구성되기도 하고 후렴구가 2행 이상이 되기도 하며 3연이 아니라 5연 이상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10행 발라드로 기욤 뒤파이(Guillaume Dufay)의 내 얼굴이 창백해지면(Se la face ay pale)이 있다.
2 음악 형식 발라드
음악 발라드는 전술한 시 발라드를 노래하기 위한 작곡방법이다. 아래 그림은 전형적인 발라드 형식을 나타낸 것으로 8행 가운데 stollen에 해당되는 1,2행과 3,4행을 선율 A로 연주하고 5~7행의 abgesang은 B 선율로 연주, 후렴구는 R로 연주한다. 즉 발라드의 1연을 총 3개의 선율로 연주하고 나머지 2개의 연도 같은 방법으로 연주한다.
한편 발라드의 변격에 해당되는 형식으로 발라델(Balladelle)이 있다.[2] 아래 그림은 발라델 형식을 나타낸 그림으로 stollen처럼 abgesang을 반복시키고 두번째 반복시에는 후렴구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10행 이상으로 구성된 발라드는 이 발라델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의 예제를 보자. 기욤 드 마쇼의 Honte, paour, doubtance라는 발라드의 주 선율이다. 시 원문과 비교하면서 악보를 살펴보면 앞서 설명한 형식이 이해가 될 것이다.
2.1 발라드 연주와 다중 발라드
레나 비를레(virelai)가 주로 단선율, 즉 독창을 위해 작곡된 반면 발라드나 론도(rondeau)는 독창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주로 다성양식으로 작곡되었다. 전술한 Honte, paour, doubtance도 3성부로 되어 있다.
이 중 특이한 발라드로 각 성부의 가사가 다른 다중 발라드(polytextual ballade)가 있다. 전술한 기욤 드 마쇼의 발라드는 현재 42곡이 남아 있는데 주로 2성부나 3성부로 되어 있으며 이 중 3곡이 다중 발라드이다. 3곡 중 1곡은 가사가 2개인 2중 발라드, 2곡은 가사가 3개인 3중 발라드이다.[3]
아래 동영상은 Quant Theseus / Ne quier veoir 두개의 발라드가 동시에 진행되는 2중 발라드이며, 악보는 De triste cuer / Quant vrais amans / Certes, je di 3중 발라드의 첫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