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전

1 중국의 유명한 전기담(傳奇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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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蛇伝[1]

중국 송나라 시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뱀 모에와 메가데레의 시초 중국 항저우(항주. 杭州) 시후호(서호. 西湖)의 뇌봉탑(雷峰塔)에 얽힌 전설이다.

인간 남성 허선과 인간으로 변한 백사 요괴 백소정의 사랑을 담고 있으며, 원작에선 법해(法海)란 고승의 등장으로 백사 요괴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녀가 퇴치되며, 남자주인공이 세상의 욕망을 버리고 불법에 귀의하는 것으로 끝난다. 끝까지 백사 요괴가 주인공을 이용하려고 한 게 아니라 진짜로 사랑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서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한 법해선사가 악당처럼 묘사되는 경우도 꽤 있다.

법해를 악역으로 묘사하면서 까는 시점에서는 백소정이 악한 요괴가 아니라는 사실을 법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설정이 추가되기도 한다.

워낙 유명한 전설이라 여러가지 버전으로 나눠지고 각 버전마다 내용이 약간씩 다르지만(보통 백소정과 소청의 관계, 허선과 백소정의 갈등, 소청과 허선의 관계, 백사가 뇌봉탑에서 풀려나는 결말 등.) 전설의 공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천 아미산에서 수행하던 두 요괴가 있었다. 이들은 1000년을 수행한 백사 백소정(白素貞)과 백소정의 하녀(혹은 여동생), 500년을 수행한 청사(혹은 잉어라고도 한다.) 소청(小靑. 혹은 청아靑兒)인데 이들은 시후호의 아름다운 절경에 반해 수행을 그만두고 인간으로 변신해 그 곳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시후호의 단교(斷橋)에 이르러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버드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한다. 이때 마침 성묘하고 돌아가던 중이었던 허선(許仙)이라는 젊은 남자가 이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우산을 빌려주고 배까지 불려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준다.

이때 백소정은 허선에게 연정을 품게 되어 우산을 되돌려 주는 것을 빌미로 허선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백소정은 허선에게 고맙다고 얘기하면서 은근히 그의 가족 사항을 물어서 알아내고는 그의 환심을 사고자 노력해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된다. 부부의 연을 맺은 그들은 약방을 차리고 많은 사람의 병을 돌봐주면서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된다.

한편 진강(鎭江) 금산사(金山寺)의 승려 법해선사(法海禪師)는 도력이 높은 법사이기도 했는데 그는 백소정이 천년묵은 요괴인줄 알고서 사람을 해칠 것을 두려워하여 허선에게 자신의 아내가 천년 묵은 요괴라는 경고를 한다. 믿지 않는 허선에게 법해는 단오절에 웅황주(雄黃酒)를 먹이면 천년 묵은 요괴의 정체가 드러난다고 일러준다.[2]

백소정과 소청은 허선의 책략으로 웅황주를 마시게 되는데 결국 정체가 드러나 허선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죽게 된다.

웅황주의 충격에서 깨어난 백사 백소정은 허선이 죽은 것을 보고 놀라서, 선산으로 영지를 구하러 간다. 죽음을 각오하고 선산을 지키는 신선 남극선옹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지만 백소정의 진심에 감복한 남극선옹은 백소정에게 영지초를 주면서 허선을 구하게 한다.

다시 살아난 허선은 백소정의 재치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법해는 허선을 금산사에 감금해 요괴와 격리시킨다. 백소정은 소청을 데리고 가서, 법해와 싸우지만 도력이 높은 법해에게 패하고 만다. 허선은 작은 스님의 도움으로 금산사를 탈출하여 단교에서 백소정을 만난다. 여기서 백소정은 자신이 천년 묵은 뱀이라고 고백하지만 허선은 아내의 진심을 알고서 그녀를 받아들인다.

집에 돌아와 백소정은 아들인 '허몽교'를 낳게 되는데 백 일째 되는 날 법해가 찾아와 백소정을 서호 바깥의 뇌봉탑(雷峰塔) 아래에 봉인시켜 놓는다.[3] 허선은 불법에 귀의해 중이 되고 이후 백소정은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몽교에 의해 결국 뇌봉탑에서 풀려난다.

뇌봉탑에서 풀려나는 결말과정이 버전마다 좀 다른데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게 두가지 있다.

  • 운 좋게 뇌봉탑에 봉인되지 않은 소청이 법해선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미산으로 돌아가 다시 수행한다. 이후 소청이 법해를 쓰러트리고 뇌봉탑을 무너트려 백소정을 구한다.
  • 백소정과 소청이 법해에게 함께 당해 봉인당한다. 그래서 백소정과 의남매지간인 오빠 흑어(黑魚 - 가물치) 정령이 백소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법해를 공격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이후 백소정의 아들이 뇌봉탑에 갇힌 백소정과 소청을 구해준다.(허장원의 경우는 법해와 싸우지는 않는다.)

2 1978년 영화 백사전

백사로 임청하가 분한 영화이다.

3 1993년 영화 청사(靑巳)

홍콩영화 전성기에, 왕조현이 백소정, 장만옥이 소청으로 출연했던 작품이다.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 원작에서는 백소정 부부의 보조역에 지나지 않았던 소청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소정을 지고지순하지만 나름 강단 있는 여인으로, 소청을 미숙하지만 자유분방하고 왈가닥 스러운 인물로 묘사한데 더해서, 법해 또한 소정과 허선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가치관을 의심하는 장면이 추가되는 등 등장인물들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입체적이다. 특히 소청과 법해는 일반적인 순정 로맨스인 소정-허선과 달리 서로 대립하면서도 엮이는, 애증과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결말부에서 허선을 지키기 위해 법해와 싸우던 와중 진통이 온 소정은 아이를 낳고 죽게되고, 소청은 '언니 곁으로 가세요 형부.'라는 말과 함께 허선을 죽인다.[4]
법해는 소정과 허선 부부를 보고 자신의 가치관이 그릇되었음을 알게 되고, 영화 초반에 봉인했던 거미 요괴를[5] 풀어주며 사과한다.

결말은 새드엔딩이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

4 2011년 영화 '백사대전(白蛇傳説)'

위의 백사전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여기에서는 이연걸이 법해로 출연한다.

그런데 애절한 멜로드라마인 백사전의 내용과 달리 한국 포스터는 격한 표정으로 날아오르는 이연걸에다 카피마저 '금기된 사랑이 불러온 세상의 혼란! 천하를 구하기 위한 거대한 대결이 시작된다!'라서 원작을 아는 사람들을 당황시켰다.

5 애니메이션 백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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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蛇伝
중국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 야부시타 다이지 감독의 원작 1958년작 애니메이션 영화로 반세기가 지난 이 작품은 오덕들조차도 아는 사람은 소수이기도 하다.[6] 애니메이션이 나왔다는 것은 이 주소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제작은 토에이가 맡았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서호의 한 청년 허선은 배타고 오는 길에 우연히 묘령의 여자 백랑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백랑은 백사가 변신한 여자였고 허선은 이를 모른채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백랑의 정체를 알고나서 백랑과의 갈등이 시작되고 허선은 백랑과 헤어지게된다. 하지만 단교정에서 백랑을 다시 만나 그들의 갈등은 풀리게 되고, 결국 백랑은 임신을 하게되지만 허선과 백랑에게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일본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작품으로[7] 이 작품이 제작된 이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크게 발전하게 되는데 이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시스템은 없었기 때문이다.[8]

  1. 구글 검색창에다가 이렇게 치면 동명의 애니 이미지가 더 많이 뜬다. 중국 전기담풍의 백사전 이미지를 구글에서 보고싶으면 'legend of the white snake' 라고 치자. 흰뱀의 전설 왜 뜻은 같잖아
  2. 이곳에는 단오절에 사악함을 물리쳐 준다고 믿으며 웅황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웅황주(雄黃酒)라는 술은 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3. 임신한 상태로 뇌봉탑에 갇혀서 그 안에서 아들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4. 악의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말 말 그대로 허선을 사랑한 소정 곁으로 보내주기 위해서 죽인 데 가깝다. 이 작품에서는 설정상 요괴가 아닌 인간만 눈물을 흘릴 수 있는데. 눈물을 흘리는 소정과 달리 수행이 부족했던 소청은 줄곳 울고자 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다가 허선을 죽인 뒤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5. 인간이 되기 위해 수행중이었으며, 악행을 한 적도 없지만 요괴라는 이유로 봉인당해 수백년간의 수행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6. 사실 이 작품은 KBS에서 1991년 설 특선애니메이션으로 '백사낭자'라는 제목을 달고 방영된 적이 있다. 배경도 그렇고, 팬더도 나오니까 중국에서 만든걸로 알았던 사람들이 많았을듯
  7. 이전에도 흑백 장편 애니메이션의 존재가 있었다. 모모타로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군 선전용 애니메이션인 모모타로 바다 독수리 (1943)나 모모타로 바다의 신병 (1945) 이 제작되었으나 이는 비상업적이었고 일본군 홍보물이었기 때문에 일본 기네스북에서도 이 백사전이 공식적인 일본 첫 공식 극장 장편 애니메이션 인증을 받았다.
  8. 제작 기간은 2년 정도로 이 때에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에 관한 연구, 애니메이터 양성, 촬영 기구 개발 등이 이때부터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