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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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rhus Frederic Skinner

1904년 3월 20일 ~ 1990년 8월 18일

1 설명

"스키너의 상자"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흔히 파블로프와 비교되어 자주 언급되는 학자. 대중들에게는 보통 두 번째로 유명한 심리학자로 여겨지고 있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스키너를 누르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한 심리학자(?)는 바로 프로이트. 그것도 혼자 아주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여담이지만 스키너 이후로는 보통은 피아제나 파블로프, 매슬로우 정도가 거론되는 편.

처음부터 심리학자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고, 학부생 시절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다가 뒤늦게 심리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처지는 이해도와 지식을 만회하기 위해 그야말로 미친듯이 독하게 심리학을 공부해서[1] 동료들을 따라잡았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이후 행동주의 학파의 수장으로서 주로 뇌의 행동강화 실험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는 쥐에게 보상을 주면 지렛대를 당기는 방법을 더욱 쉽게 배운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고정 비율 계획(fixed-ratio schedule)'이라고 명명된 지렛대를 당기게 되면 먹이를 주는 장치를 만들어, 쥐를 그 안에 집어넣어서 각각의 상자에 당기는 횟수가 다르게 하여 즉, 행동의 학습이 일어나게 되는 실험을 하였다. 쥐가 지렛대를 눌렀을 때 각각 3번, 5번, 20번에 한번씩 먹이를 준 것이다.

그리고 스키너는 '고정간격 계획과 소거(fixed-interval schedules and extinction)'라는 실험을 통해 학습된 쥐의 행동을 소멸시키는 실험에서 먹이를 주는 행동을 완전히 제거했을 때 먹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도 지렛대를 누르지 않는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위 두 실험을 하면서 상자에 기록계를 붙여 음식을 정기적으로 제공받을 때 지렛대를 누르는 반응을 배우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보상을 중단 시켰을 때 반응이 소멸되는 시간을 측정하여 쥐의 학습법과 학습 결과를 예측, 통제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통계학 그래프와 막대그래프, 수학이 동반되는 행동과학이 탄생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스키너는 '변동 강화 계획(variable schedules of reinforcement)'라고 이름붙힌 실험에서 쥐가 지렛대를 눌렀을 때 무작위로 먹이가 나오게 했다. 이를 통해 일정한 간격으로 보상을 줄 때 쥐들이 결과에 상관없이 지렛대를 당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보상을 주는 것과 비정기적으로 주는 것의 차이를 실험한 결과, 보상이 비정기적일 때 행동을 소멸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도박을 하거나 로또를 사는 인간의 심리와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당시 스키너가 이 실험을 할 때 쓰였던 상자는 하버드 대학 윌리엄 제임스 홀 지하에 보관되어 있다.

스키너는 어떤 행동을 강화하거나 처벌할 때에 "처벌" 보다 "강화" 에 더 학습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흔히 "실패에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는데 실상 인간은 "실패할 때 보다 성공할 때 더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라고 한다. 물론 실패할때 경험은 얻겠지만, 능력치는 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2 도구적 조건형성

해당 항목 참고.

3 이야깃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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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받은 두 마리 비둘기가 서로 탁구를 치는 모습.[2]

흔히 세간에는, 딸 중 데보라 스키너를 작은 상자에 가두어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딸은 후에 정신병으로 권총 자살했다... 라는 얘기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는 진실과 다르다. 그의 딸들은 멀쩡히 살아 있으며 당연히 아버지에 대해서도 적대하지 않고, 자신들의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소문들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문은 잠들지 않는 상황이다. 본래 스키너는 딸과 아내를 위해서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고 냄새와 습기를 흡수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든 특수한 아기 침대를 만든 적이 있었다. 이것이 그의 상자 실험과 맞물려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출처: Lauren Slater,'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조증열 역,에코의서재,2005,p38) 특히 당시의 여성잡지 《Ladies Home Journal》이 스키너의 육아 방식을 밀착 취재하면서 데보라가 마치 유리 상자에 갇혀있는 것처럼 사진을 찍어서 소문이 더욱 증폭된 점도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위 "비둘기 프로젝트"(Project Pigeon)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미사일 항법시스템으로 비둘기를 활용하는 것.(…) 먼저 미사일의 타겟의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나면 스크린을 쪼도록 비둘기들을 훈련시킨다. 그리고 미사일 하나당 비둘기 세 마리씩 투입되고, 전방을 영상으로 띄우는 스크린에 타겟이 나타나면 비둘기들이 그것을 쪼아댄다. 두 마리 이상이 정면을 쪼면 미사일은 직진하고, 측면을 쪼면 그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날아가게 하는 자연친화적(?) 미사일 유도 방식.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비둘기들이 스크린의 정중앙을 맹렬하게 쪼게 되고 타겟이 스크린에 가득차는 순간 미사일이 타겟에 시밤쾅!(…) 그러나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실전에 사용되지 않았는데, 이미 미사일을 유도하기 위한 레이더 기술이 웬만큼 발전해 있었기 때문.

스키너 역시 말년이 좀 보기 좋지 않았던 석학들 중 하나. 그가 사망하던 1990년, 이미 심리학이 행동주의를 넘어 뻗어나가 인지공학, 신경과학, 뇌과학 등으로 폭발적으로 발전해나가던 중에도 끝까지 행동주의를 붙들고 늘어지면서 "심리학은 외현적,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만을 연구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3] 죽기 직전까지도.(…) 어찌보면 과학의 발전과 지식이 축적되는 빠른 속도를, 말년의 그로서는 미처 따라잡지 못했다고 봐야 할지도. 더불어 자신이 확립한 연구 패러다임에 대한 노(老)학자로서의 자부심이 이와 같은 학계의 관심의 전환을 용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키너의 말년에 다른 견해를 제시하자면, 스키너는 심리학을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으로 보는 자세를 취했다. 자연과학으로써 심리학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의 견해대로 인간의 모든 행동은 법칙적이며 예측이 가능하며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성격 또는 자아 같은 내적구조에 의해서 행동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려 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 허구를 이야기하는 것이 된다. 물리학과 화학 등을 포함하는 자연과학의 특징은 결정론적, 보편성, 검증가능성, 상호주관성 등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아동들이 자주 보이는 장애인 ADHD도 일차적으로 다양한 개인적 이유(가정사, 유전,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한 대뇌 전두엽 기능이 저하(발달저하 혹은 손상)으로 장애증세(도파민 결핍으로 인한 행동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견해가 좁혀지듯이, 성격과 자아는 아직 심리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자연과학적 요소들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이것이 가볍고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로 들릴수도 있겠지만, 연금술을 화학으로 전환시켰다고 비유하는 라부아지에는 올바른 실험과 정밀한 측정을 도입한 덕분에 화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얻었다. 스키너는 올해의 미국 휴머니스타 상을 비롯하여 심리학자에게 주어진 모든 상을 수상하였고, 그가 사망한 1990년에 있었던 미국심리학회 정기연차총회에서 스키너에서 특별평생공로상이 수여됐는데, 이것은 미국심리학회가 최초로 수여한 평생공로상이다. 아인슈타인도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수용하지 않았는데, 그와 비교해 스키너의 말년이 보기 좋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는 각자의 몫이 될 것이다.

  1.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아침식사를 할 때까지 공부를 하고, 식사를 한 이후에는 강의실, 실험실, 도서실을 가는 매일의 규칙을 준수하였다고 한다. 저녁을 먹은 뒤에 또 공부를 하였는데 이런 빈틈없는 일과로 인하여 하루에 쉬는 시간이 15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2. 사실 동물원의 다양한 쇼 프로그램들에서 이보다 훨씬 정교하고 다채로운 활동들이 선보여지고 있기에 크게 놀랄 모습은 아니다.
  3. 유명한 인지과학자인 W.K.Estes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스키너에게 사사받던 학도였으나 곧 수학적 방법과 인지 네트워크 모형도로 심리현상을 설명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렸으며, 이 때문에 스승 스키너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행동주의를 정말 제때 잘 극복해낸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