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코셰이

1 러시아 민담의 등장인물

러시아어: Коще́й Бессме́ртный
영어: Koschei the Deathless

바바 야가처럼 러시아 민담에 나오는 인물.
코시체이나 카시체이 같은 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으로 발가벗은 채로 폭풍이 몰아치는 산을 내달리는 팔다리가 앙상한 노인이다. 변신술이나 여러 마법에 능하고 자신의 영혼이나 생명력을 바늘의 구멍 안에 숨겨둔 탓에[1] 통상적으로는 죽일 방법이 없는 인물이다. 영혼을 다른 곳에 둔 것에서 오는 불사성이 바로 코셰이가 불멸의 코셰이라고 불리는 이유다[2].

사실상 후대 창작물들에 나오는 리치의 원류. 리치하고 다른점이라면, 대부분 리치는 일종의 섭식 활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언데드로 표현된다면 이쪽은 먹거나 마실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점이 다르다. 그런데 여러 가닥의 쇠사슬에 묶여서 10년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채로 살아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걸 보면 꼭 음식이나 물이 필요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위의 언급된 이야기에서 물을 마셔 기력을 회복하자마자 쇠사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끊어냈다고 한다. 힘이 굉장히 강한듯.

그를 주역으로 한 이야기인 죽지 않는 코셰이의 죽음에서 여왕을 납치해 그의 정인인 이반 왕자에게 자신의 영혼이 담긴 달걀이 파괴당해 살해당했으며 몇몇 동화책에선 그 이야기를 각색해 코셰이를 폭풍마왕이라고도 부른다.[3]. 그의 몸에 난 비늘이나 뾰족한 손톱, 뱀의 눈때문에 용과 유사성을 가져 용으로도 취급을 당하기도 하며, 어떤 이야기에서는 이반 왕자가 아닌 용감한 불라트라는 이반 왕자의 하인에게 무찔러지기도 한다[4].

조드 항목의 1번에 있는 인물이 바로 코셰이이며, 조드 항목에 나온 코셰이는 기존의 죽지 않는 코셰이의 죽음과는 다른 이야기에 근간을 둔 것이다[5].

Warhammer 40,000에 등장하는 네크론 스페셜 캐릭터인 트라진은 종종 네메소르 코샤이(Nemesor Koschai, 코샤이 장군)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그리고 가명에 걸맞게 자신의 원래 몸은 따로 귀한 곳에 있는 탓에 죽어도 죽은 게 아니라, 죽으면 부하의 몸을 빼앗아서 살아나는 특수 능력이 있다.

섀도우런: 홍콩에서는 동료가 데리고 다니는 사나운 인상의 커스텀 전투 드론에 코셰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주인공이 고전 문학과 관련된 에티켓(Etiquette: Academic)을 지니고 있다면 코셰이는 악당이 아니냐면서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추궁할 수 있다.

닥터후에서는 마스터의 별명 중 하나가 코셰이다.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데몬 프린스이자 서리 거인들의 신 중 하나인 '분노의 대공 코슷체이'(Kostchtchie, Prince of Wrath)는 코셰이로부터 모티브를 따왔다.

SANDMAN에선 코셰이가 에메랄드 심장 안에 자신의 생명력을 담고 다녔고 그 심장이 어떤 영웅에 의해 깨졌다고 전해진다.

볼드모트 역시 영혼의 일부를 사물에 담아 불멸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고 그 부작용으로 외모가 뱀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했다는 설정으로 보아 코셰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 하다.

위의 코셰이와 이름과 세계관만 같고 별 상관없는 인물로 DC 코믹스에서 바주카포를 맞고도 살아남고, 목이 잘려도 갖다 붙이기만 하면 살아남는 힐링팩터괴력을 지닌 빌런으로도 등장한다. 러시아에서 한 마을을 지배하는 도중 데스스트로크와 싸우는데, 괴력과 힐링팩터로 데스스트로크에게 우위를 점하는 듯 했으나 제 실력을 낸 데스스트로크에게 쓰러진다. 결국 지배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힐링 팩터로도 복구 못할만큼의 치명상을 받고 비참하게 사망.

2 코믹스 헬보이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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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위의 민담속 인물을 각색한 캐릭터.

인간 시절의 코셰이는 평화로울 때에는 점잖고, 싸울 때는 용감하며, 성실하고 공정하며 항복한다면 적에게도 관용과 자비를 베푸는 군인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의 부패하고 나약한 상관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질투해 그를 몰래 깊고 외딴 숲으로 유인해서 흠씬 두들겨팬 뒤 짐승에게 잡아먹혀 죽어버리라고 내버려두었다.

그때 숲 속을 거닐던 존재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용이었다.
용은 코셰이에게 내가 마법으로 너를 치료해서 살려주는 대신 9년간 하인으로 일할 것을 제안했고, 코셰이는 이를 받아들였다.
용은 코셰이를 데리고 '머나먼 왕국의 머나먼 땅'에 있는 자기 궁전으로 데려가 치료했고, 코셰이 역시 하인으로서 충실히 일했다.
코셰이는 물 길어오기, 장작 패기, 불 지피기, 말 키우기 등 온갖 일을 다했는데, 그 와중에 용이 유령들, 악마들, 요정들, 마녀들과 다양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고 이상한 것들 역시 아주 많이 보았다. 하지만 코셰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말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너무 많은 의문을 품지도 않았고, 자기 일에만 충실했다.

그렇게 9년이 지나고, 용은 충실하고 성실하게 일한 코셰이가 마음에 들어 그에게 마법을 배우고 내 아들이 되어서 여기서 영원히 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코셰이는 자신은 인간이고 인간처럼 살고 싶다면서 거절했다. 용은 슬펐지만 그를 노예나 죄수처럼 잡아두지 않고 풀어주었다. 그 대신 이별의 선물로 입고 있는 동안 그 어떤 무기도 해를 끼칠 수 없는 황금빛의 마법의 옷을 주었다.

이후 마법의 옷을 입고 사람들의 세상으로 돌아온 코셰이는 다시 군인이 되었다.
뛰어난 무예와 마법의 옷의 힘 덕분에 그 어떤 병사도 그를 이기지 못했고, 그 어떤 무기도 그를 해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적에게도 관대한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렇게 코셰이는 영웅이 되었고, 그가 마음에 든 어떤 나라의 왕은 그를 자신의 사위로 받아들이고 공주와 결혼시켰다. 하지만 공주는 평범한 일개 군인과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몰래 궁정의 어떤 귀족과 정을 통하면서 코셰이를 죽일 계략을 짰다. 그녀는 코셰이의 비밀인 마법의 옷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가 깊게 잠든 틈을 타서 옷을 빼냈다. 이후 귀족은 부하들을 시켜서 코셰이를 죽여버렸다.[6]

자기 침대에서 잔인하게 살인당한 코셰이는 토막토막이 난 뒤, 자루 주머니에 담겨져 깊은 숲 속에 내버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예전처럼 숲을 거닐던 용이 나타났고 익숙한 피냄새를 맡은 용은 코셰이의 죽음에 슬피 울부짖었다.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용은 여전히 코셰이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그의 토막난 시신을 거두어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용은 죽음의 사신으로부터 코셰이를 뺏어오기 위해 끔찍한 마법을 부렸고, 죽음의 사신은 용에게 이것이 낳을 결과를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을 남겼다.

어쨌든 코셰이는 다시 되살아났는데, 용은 코셰이에게 줄 마법의 옷 같은 게 더 이상 없으니, 너의 영혼을 어딘가 안전한 곳에 꽁꽁 숨겨놓으면 그 어떤 것도 너를 해칠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이후 둘은 영혼을 달걀→오리→토끼→염소 순으로 그 안에 단단히 숨겼고, 코셰이는 염소를 데리고 세상 끝의 어딘가에 있는 섬으로 가서, 염소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텅 빈 나무(위그드라실) 속 아래에 숨겼다.

그 뒤, 코셰이는 옛 빚을 갚기 위해 세상으로 돌아갔다.
먼저 자신을 죽이고 토막낸 귀족의 부하를 역시 토막내어 죽이고, 그들을 고용해 자신을 죽이도록 명령한 아내의 귀족 애인을 창을 꿰뚫어 죽이고, 마지막으로 그의 아내를 찾아갔다. 아내는 코셰이에게 자비와 용서를 베풀어달라고 했지만, 더 이상 몸 속에 영혼을 갖고 있지 않았던 코셰이는 그 말의 뜻을 이제 알지 못했다. 그렇게 자신의 죽음과 연루된 자들을 모두 살해한 코셰이는 종적을 감췄고, 이후 헬보이의 다크니스 콜 이야기에서 등장하게 된다.

그는 다크니스 콜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자신의 성에서 몸에 거미줄이 처진 황폐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바바 야가에게 자신의 죽음을 대가로 헬보이를 살해하는 일을 맡게 됐다. 바바야가에 의해 러시아 한복판에 떨어진 헬보이를 도와주는 바실리사를 활을 쏘아 살해하고 이에 절규하는 헬보이와 싸운다.

하지만 헬보이에게 밀리게 되고, 바실리사가 죽으면서 헬보이에게 건내준 나무빗이 나무 숲으로 변하면서 거기에 꿰뚫리며 움직이지도 못한채 리타이어... 하는듯 했으나 바바야가는 코셰이의 생명이 들어간 염소에다 강제로 힘을 불었고, 힘을 되찾은 코셰이는 나무를 박살내고 나온다. 결국 거인으로 변하면서까지 헬보이와 싸운다. 그러던 중 헬보이가 바실리사에게 받은 푸른 손수건을 코셰이에게 던지자 그 손수건이 강물이 되고 그대로 수장되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죽음을 맞이했다.
  1. 혹은 알에 숨기거나, 그 바늘을 알에 넣어둔다
  2. 후술할 이야기 중에서 코셰이가 이런 불사성 없이 그냥 살해당하는 이야기도 있다
  3. 이반 왕자의 연인을 납치해갈 때 폭풍의 모습으로 변해서 납치해간 것에 근간을 두는 이름이다.
  4. 이 이야기에선 백조나 오리같은 새로 변하는 능력을 가진 코셰이의 자매들이 복수를 위해 나온다.
  5. 코셰이가 나오는 옛날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죽지 않는 코셰이의 죽음이고, 나머지 이야기로 조드 항목에서 나온 이반 왕자가 다른 이들의 조력을 얻어 코셰이를 무찌르는 것과, 용감한 불라트가 왕자의 하인이 되어 코셰이를 무찌르는 이야기가 있다. 국내에도 황금가지의 민담 모음집, 러시아 버전에 이 세 개의 이야기가 실려있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찾아보길 바란다.
  6. 이 부분은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죽지 않는 코셰이의 죽음의 오마쥬로 보인다. 그 이야기에서도 코셰이는 자신이 납치한 이반 왕자의 연인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고 그것이 그의 죽음의 원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