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달이 여행기

만화가 길창덕 화백이 70년대 새소년 잡지에 연재한 만화. 이후 출판사 어문각에서 발행한 클로버 문고판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말썽꾸러기 국민학생[1] 선달이[2]를 저렇게 키워서는 안 된다는 말로 시작한 큰아버지의 따끔한 훈계[3]는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시키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에 선달이의 아버지는 선달이를 전국일주여행을 보내려고 하는데, 선달이는 놀러 다니게 됐다며 기뻐하지만, 아버지는 선달이를 혼자 보낼 작정이었다. 이에 놀란 선달이가 기겁을 하는데, 마침 전국일주여행에 데려갈 조수를 모집한다는 광고방송(?)이 울려 퍼진다. 광고방송의 주인은 웬 할아버지와 그 꼬맹이 조수.

이에 선달이가 응시하니, 시험 응시료를 내라고 요구해온다. 응시료를 냈더니 그걸로 군고구마를 사서 먹으며, 체력 시험과 지식 시험을 칠 거라고 한다. 선달이는 이를 무난히(...) 통과[4]하고, 그 할아버지를 따라 으스대 그룹 회장님의 집으로 간다.

거기서 만난 부잣집 아들[5] 뚝갑이는 차로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해서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서, 이번에 전국일주여행을 시키기로 했는데, 선달이가 조수로 뽑혔다는 것이다.

그 회장님은 선달이의 관상(...)을 보고, 생긴 걸로 봐서는 별로 신통치 않아 보이지만[6], 김박사(선달이를 뽑은 사람)님 시험에 합격했다니 믿어보겠다며, 선달이에게 뚝갑이를 소개시킨다. 그런데 뚝갑이가 어느 정도로 게으른가 하면, 선달이가 그 집에서 같이 자고 일어난 그 다음 날 아침, 뚝갑이는 선달이를 깨워서 세숫물을 대야에 떠오게 하고, 칫솔과 치약, 양칫물까지 떠오게 한다. 물론 자신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채로(...). 이런 게으름뱅이는 처음 봤지만, 선달이는 그래도 시키는 대로 해준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지, 칫솔에 치약을 짜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입만 이불 밖으로 내밀고 이를 드러내더니, 선달이에게 자기 이를 칫솔질하라고 한다. 이에 선달이는, "철부지도 아닌, 대학생이!" 하며 마침내 폭발하여 "기상~!"하고 고함을 지르고, 이에 놀란 뚝갑이는 (만화답게) 하늘로 솟았다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선달이는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합시다"하고 따끔한 일침을 날리고는, 조수가 할 일은 해야 할 일을 돕는 것이지 이런 게 아니라고 덧붙인다[7]. (누가 대학생이고 누가 국민학생초등학생이야?)

한겨울에 시작한, 여행 첫날에 뚝갑이는 또 사고[8]를 치지만, 우여곡절 끝에 뚝갑이와 국내 여행을 시작하게 되고, 전국 각지를 다니는 만화이다.

뚝갑이는 비록 히키코모리지만, 굉장한 다독(多讀)으로 다양한 부문에 해박하고 암기력도 뛰어나, 사실상 이 만화에서 여행의 해설자 역할이다.

같은 잡지에서 연재되었던 이원복시관이와 병호의 모험이 유럽을 소개하는 여행기식 만화였다면, 이 만화는 그것의 국내판.

특정 지역의 문화재도 많이 다루면서,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야사 쪽이 꽤 자세하게 설명되어 재미있으면서도 꽤나 유익하여, 당시 만화를 부정적으로 보던 학부모님들 중에서도, 이 선달이 여행기만은 아이들에게 권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1. 당시는 당연히 국민학교였으니까
  2. 부모님이 작명소에서 돈 주고 지었다는 내용이 만화에서 나온다
  3. 선달이네 집으로 놀러온 큰아버지네가 사촌이 먹을걸로 보체자 팥죽을 쒔는데 팥죽에다 별의별 재료를 마구 집어넣는 바람에 괴식으로 변해서 처음에는 버릴까하다가 음식을 버리면 천벌받는다는 말에 개먹이로 줬는데 너무나 감동적(?)으로 먹은 나머지 큰아버지 엉덩이를 물어버린다. 결국에는 도넛 사다오라고 500원을 줘서 사러가는 도중 300원은 거지동냥, 100원은 분실, 그래서 사온 도넛 한개는 친구가 먹어버리고 1개는 불량식품이 아닌가 의심돼 자기가 먹고 가지고 온 도넛은 반쪽으로 큰아버지가 낼름, 그 후에 선달이 아버지에게 한 말.
  4. 체력 시험은 턱걸이, 지식 시험은 상식 문제 한 문제였다. 턱걸이용 철봉이 없어서 선달이가 어디선가 가져온 철봉을 시험감독 할아버지(박사라고 나온다)와 그 꼬맹이 조수의 어깨 위에 올려놓고, 철봉대처럼 만든다. 하지만 선달이의 체중을 버티지 못한 두 사람은 선달이가 네 개째 턱걸이를 할 때, 우르르 무너져버린다. 좀 더 하자고 선달이는 재촉하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여 통과. 상식 문제는 발명왕 에디슨의 왼쪽 눈의 시력이 얼마냐는 황당한 문제가 나온다. 에디슨의 일대기를 달달 외우고 있을 정도로 에디슨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선달이였지만, 이 문제에 크게 당황한다. 선달이를 비웃으며 떠나려던 두 사람은, 궁리 끝에 나온 선달이의 대답에 아연실색하여 정답이라 인정하고 합격 판정을 내린다. 선달이의 대답은 "당시에는 시력 검사표가 없었기에 에디슨은 시력 검사를 못 해봤다"였다.
  5. 대 재벌 그룹인 으스대 그룹이다. 그런데 만화에 나오는 그 집안 어른을 보면, 대머리에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분이 회장으로 나온다. 외모만 보면,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에 가깝다. 하지만 분명히 회장이 뚝갑이를 자신의 외동아들이라고 소개하는 부분이 나온다. 아마 굉장한 늦둥이 아들이거나, 이전에 낳은 자녀들이 다 일찍 죽었는지도 모르겠다. 뚝갑이가 자가용으로 학교와 집만 왔다 갔다 하고, 집안에만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이런 이유로 인해 집에서 조심조심 키웠다는 추측도 가능할 듯하다.
  6. 그림 역시 어벙하게 생긴 모습의 선달이가 나왔다.
  7. 그래서 뚝갑이가 그게 뭐냐고 했더니 선달이 가령 뱀에 형이 물렸다고 하자고 하니 다리 부여잡고 벙벙뛰고 생난리를 친다...
  8. 춥다고 겹겹이 껴입고 갔는데, 그 옷 무게를 이기지 못해 중간에서 퍼져버린다. 할 수 없이 선달이는 도로 위에서 텐트를 치게 되고, 도로가 막히게 되자 경찰이 회장을 찾아와 아드님을 치워달라고 통보한다. 그런데 만화답게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다. 회장 비서가 뚝갑이를 업어서 옮기려고 하니, 껴입은 옷으로 인한 부피 때문에 불가능했고, 지게차를 불러와 들어 옮기려 하니, 지게차가 옷을 껴입은 뚝갑이를 못 들어 올린다말도 안 된다고? 명랑만화잖아.. 명랑만화입니다 그냥 넘어가 주시죠 선달이가 나서서 뚝갑이가 껴입은 것을 하나씩 벗기는데, 이게 기가 막히다. 머리에 쓴 것만 해도, 털모자, 방한모, 방한복면, 마스크, 귀마개 등등 예닐곱 개나 되고, 이를 다 벗겼더니, 찬바람 들어갈까 봐 귓구멍에 고무마개까지 끼워놓았고, 찬바람에 치아 상할까봐 마우스피스까지 하고 있었던 것. 끝내 다 벗기고 나니, 도로에 옷이 거의 언덕처럼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