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설)

1 개요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 3부작 중 하나로, 다른 두 소설인 심판, 아메리카 등과 마찬가지로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세 장편 중 가장 늦게 집필되기 시작했던 탓인지 몇몇 장이 미완성으로 남기는 했지만 적어도 결말까지는 완성된 심판이나 대강의 줄거리는 마무리된 채 남겨진 아메리카와 달리 결말은 커녕 묘사 도중 문단이 뚝 끊겨버린 채로 책이 그대로 끝나버려 독자를 일순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1]

1922년 3월 15일에 카프카가 성의 첫 부분을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읽어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대략 이때쯤 집필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 줄거리

베스트베스트 백작의 성의 측량사로 초빙되어 마을에 들어오게 된 K는 금방 닿을 것처럼만 보이던 성에 들어가려고 시도하나, 어째선지 성을 향해 걸어갈 수록 그 곳에서 멀어지기만 한다. 그러다 마부 게어슈테커의 도움으로 추어 브뤼케 여관에 도착하고, 여관에서 두 조수를 만나 성의 관리인 클람이 보낸 편지를 전달받는다. K는 편지를 가져다 준 심부름꾼 바르나바스가 성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에게 꼭 붙어 걸으며 성으로 들어가려 시도하나 도착한 곳이 성이 아닌 누추한 집에 불과하단 것에 실망해 방을 제공해주겠다는 바르나바스의 제안을 거절하고 근처에 있는 헤렌호프라는 여관에 묵기로 한다. 그 곳에서 클람의 연인이라는 프리다를 자신의 연인으로 삼는데엔 성공하나 끝내 클람을 만나는 것엔 실패한 채 촌장이 권유한 학교 관리인이라는 직책을 받아들이고, 이후 학교에서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며 일하던 도중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조수들을 해고, 프리다의 반대에도 바르나바스를 만나 클람을 만날 실마리를 찾으려다 프리다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잠시 후 주점에서 다시 일하게 된 프리다와 만나지만 프리다가 자신과 조수 예레미아스의 논쟁 도중 어릴 적 친구였다는 조수의 편을 들며 예레미아스를 돌보러 들어가버리자 피곤해진 K는 아무 방이나 들어가다 성의 또다른 관리인 프리드리히의 조수 뷔르겔을 만난다. 뷔르겔과 대화하던 도중 클람의 조수 에어랑어의 부름으로 밖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클람에겐 하찮은 변화조차 큰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프리다를 주점으로 다시 돌려보내라는 말만 듣고는 헤어진다. 그 후 마부 게어슈테커의 청으로 마부의 집에 가게 되고, 마부의 어머니에 관한 짤막한 묘사 도중 책은 이대로 끝나버린다.

3 특징

마을의 큰 길은 성이 있는 산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 하다가, 마치 일부러 그런 듯 구부러져 버렸다.

카프카의 소설답게 전혀 말이 될 법하지 않은 일들이 당연하게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방으로 튀어버리는 전개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줄거리를 설명하기란 정말 어렵다. 애초에 인물들의 대화부터 말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서로 그 말을 모호하게 받아치며 각자 한 페이지 넘는 기다란 설명과 주장을 반복하는 탓에 주어진 서술만 가지고는 지금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예상하기 어렵다. 시간 또한 왜곡이 심해 아침식사를 한 지 두 시간만에 해가 지는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로 대단히 비현실적이기만 한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이 192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현대적인 면을 과시하며 이 때문에 카뮈사르트르에게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추앙받기도 했다.

내용이 워낙 모호한 나머지 읽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될 여지도 충분해 대표적인 해석들도 대여섯 가지로 갈라진다. 막스 브로트는 이를 신과의 만남의 부재에 관련한 종교적 해석을 내놓은 바 있고,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창조의 원천이라 보는 심층심리학적 해석, 한 나약한 개인이 거대한 관료 조직에 맞선 대결에서 비참히 패배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실존주의적 해석 등등...각자 느끼기 나름이겠지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제임스 조이스율리시즈와 함께 20세기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참고로 이 책들도 상당히 난해한 책으로 꼽힌다.
  1. 그녀는 K에게 떨리는 손을 내밀어 자기 옆에 앉게 하고는 힘들여 말했는데,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그녀가 한 말은...에서 책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