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alation
번역본
SF 작가 테드 창이 2008년 발표한 단편. BSFA상, 로커스상, 휴고상을 수상하였다. 국내에는 김상훈이 번역하여 잡지 판타스틱 vol. 21에 실었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필립 K. 딕의 단편 '전기 개미'에서 주인공이 스스로를 해부실험 한다는 설정과 로저 펜로즈의 '황제의 새마음' 7장에 엔트로피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따왔다고 한다.
기계인간인건지, 인공폐를 장착하고 그 인공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의 압력으로 톱니바퀴와 호스, 튜브로 움직이며 머릿속에 금박으로 된 기억장치가 있다고 추정되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크롬으로된 견고한 벽에 둘러싸인 그들의 세계는 기본적으로 기계인만큼 어지간한 사고를 당하지 않는한 쉽게 죽지 않지만 공기가 없으면 죽게되고, 그렇게 죽고 나면 폐를 신선한 공기로 가득채워 다시 끼워넣어도 되살릴수 없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들이 사용하는 기압을 이용한 시계에 오차가 생기고, 사람들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아무런 전조 증상없이 깨어나지 못하는 잠에 드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화자는 해부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 뇌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아 결국엔 스스로의 뇌를 해부하기로 결정한 뒤 그걸 실현시켜주는 기계장치를 공들여 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본문은 주인공이 자신의 머리를 해부하는 현기증 나는 작업의 묘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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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을 들여다본 끝에 도달한 인간의 인지기관의 정체는 공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촘촘한 공기관의 배열이었다. 그 공기관 안에는 더 작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잎사귀들이 있었으며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이 금속잎들이 반응하여 기억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즉 인간의 기억은 톱니바퀴나 다른 이들이 추측했던 금박으로 된 기억장치가 따로 있는게 아닌, 공기의 흐름패턴이 기억장치의 핵심이었던 것.
화자는 이 사실을 학계에 발표하고, 공기의 흐름으로 인간의 뇌가 작동한다는 것과 대기압의 변화로 사람들의 사고가 점차 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점점 커져간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기압이 완전한 평형상태에 이르러 공기의 분압차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 공기의 흐름이 없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모든 사고가 종말을 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자나 기술자들이 여러 방법을 연구해보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세계를 둘러싼 크롬 벽을 뚫는 것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뚫더라도 존재하는지도 알수 없는 외부의 세계의 기압이 더 낮다면 그들이 멸망하는 것은 마찬가지므로.
결국 멸망은 무슨 짓을 해도 피할수 없는 것이 되었고, 화자는 먼 미래 크롬으로 둘러싸인 자기들의 세계가 멸망한 이후에라도 그 크롬벽 바깥에서 찾아올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동판에 새기게 된다. 그것이 바로 독자가 읽는 본문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