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원제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1985)

미국의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지은 책. 사고나 질병으로 뇌신경이 손상된 여러 사람들의 사례에 관한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책 제목은 심한 안면인식장애를 앓던 음악선생이 자기 아내의 얼굴을 모자로 착각하고 벗기려고 했다는 첫 에피소드. 신경과학에 대한 대중적 입문서로는 꽤 괜찮은 편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상당히 비극적이지만 좀 희극적인 경우도 있고, 극단적인 장애 속에서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조금이라도 정상적인 삶을 살려는 노력은 매우 감동적이다.

일례로 매독 보균자였던 할머니가 그 사실을 모르고 평생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성욕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알고 보니 뒤늦게 매독균이 발동해 뇌의 일부를 손상시킨 것. 이 할머니는 새로운 삶을 찾았다며 정신적인 문제는 치료를 받지 않고 매독만 치료하는것으로 끝이 난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좋아한다(…). 다만 단순 성욕의 문제는 아니고, 평생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매독이 생기면서 사랑에 빠진 소녀같은 성격, 심경변화를 보이게 되자 인생이 신나서 좋아한 것.

이 사례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M.D》에도 인용되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대신 애슈턴 커처의 영화를 보게 된 할머니가 하루종일 애슈턴 커처에 빠져 있자 그녀의 아들은 할머니가 노망났다고 생각하고 하우스에게 데려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레고리 하우스는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알아내고 아들에게 면박을 준다.

한국에도 출판되어 있다. 번역 수준이 나쁘진 않은데 늘어지는 문장과 철학적 단어들 때문에 읽기가 조금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