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월드컵 도전사

축구는 아프리카의 꿈이다.

- 가나 국가대표이자 첼시 FC에서 뛰고 있는 마이클 에시앙이 남긴 말이다.

이번 월드컵은 세상에 아프리카의 다른 점을 보여줄 기회다. 아프리카 축구의 저력을 과시할 것이다.

- 역시 첼시 FC 소속이자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인 디디에 드록바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팀들이 FIFA 월드컵에 도전해온 역사를 정리한 페이지. 꽤나 안습인데 이유는 근본적으로 아프리카의 경제적인 여건이 문제가 된 지라 인프라가 부실했고, 어느정도 인프라를 구축하니 일부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유럽 국가로 귀화하기도 하기 때문에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그나마 아시아의 월드컵 도전사보다는 낫다.

이제 막 80년 되려는 월드컵 역사 속에 아프리카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었던지라 번번히 깨지는 아픔을 겪는다. 1934년에 이집트가 아프리카로서는 최초로 본선에 올라가나 1차전부터 헝가리한테 지며 탈락. 이후 1966년[1]까지는 다들 기권하거나 탈락해서 아예 한 팀도 구경조차 못 하다가 1970년부터 1982년까지는 본선에 올라가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그러던 것이 1986년[2]부터는 아프리카에서 1팀씩 16강에 진출하는 전통이 생겼다. 16강에 간 팀들은 아래와 같다.

  • 1986년: 모로코 - 폴란드와 잉글랜드에 차례로 비기고 포르투갈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조 1위로 16강에 갔다. 하지만 16강에서 서독한테 0:1로 패했다.
  • 1990년: 카메룬 - 개막전부터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일격을 가해 전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개 했고 루마니아도 이기며 16강.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소련에 대패하기는 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16강에서 콜롬비아를 연장 끝에 2:1로 꺾으며 4년 전 모로코가 서독한테 패한 아쉬움을 털어 냈다. 그러나 8강에서 잉글랜드에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2:3으로 역전패하며 4강 신화는 이룩하지 못했다. 또다른 아프리카 나라 이집트는 24강 조예선에서 탈락했으나 2무 1패라는 괜찮은 성적을 냈으며 아프리카는 이걸 명분삼아 참가국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하여 피파에서 받아들이게 된다.
  • 1994년: 나이지리아 - 첫 경기에서 불가리아(이 대회 4위)를 3:0으로 이기며 상쾌한 출발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에 1:2로 졌지만 그리스를 2:0으로 이겼고 그와 동시에 불가리아가 아르헨티나를 2:0으로 꺾는 바람에 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그러나 16강전에서 대회 준우승팀 이탈리아를 만나 로베르토 바조의 활약으로 인해 1:2로 어이없게 역전패하여 카메룬의 8강 신화 재현이 무산되었다.
  • 1998년: 나이지리아 - 첫 경기부터 무적함대 스페인을 3:2로 꺾더니 지난 대회 4강팀 불가리아도 또 한 번1:0으로 꺾어 16강을 확정지었다. 비록 파라과이에는 1:3으로 졌지만 조 1위. 그러나 16강에서 덴마크에 1:4로 발리는 바람에 8강 신화의 재현을 위해 4년간 절치부심했던 수고가 물거품이 되었다. 이미 8강에 간 남동쪽 라이벌을 못 넘으니 속상할 만도 하겠다.
  • 2002년: 세네갈 - 개막전에서 전 대회 챔피언인 프랑스를 1:0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하여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 후 덴마크에 1:1, 우루과이에 3:3으로 무재배를 했지만 당당히 16강 진출. 16강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승리하며 카메룬의 8강 신화를 재현했다. 그러나 8강전에서 터키한테 접전 끝에 골든 골로 0:1로 패해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 2006년: 가나 - 이탈리아한테 0:2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으나, 체코를 2:0으로 깨고 미국에도 2:1로 이기며 조 2위로 당당히 16강에 갔다. 그러나 브라질한테 0:3으로 싱겁게 깨졌다.
  • 2010년: 가나 - 조별리그에서 세르비아에 1:0으로 승리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호주에 1:1로 비기고 독일에 0:1로 패하면서 호주와 함께 승점 4점밖에 얻지 못하였으나 골득실(가나 : 0, 호주 : -3)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하였고, 16강에서 미국을 꺾고 8강까지 가서 우루과이를 만났지만...수아레즈의 고의적인 핸드볼 파울에 이어서 주어진 패널티킥을 기안이 제대로 말아먹으면서 승부차기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탈락의 비운을 맛보게 되었다...

이렇듯 적어도 꼭 한팀씩 16강에 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출신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꽤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좋은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0년 대회 전까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데다가, 정통강호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의 귀환, 신흥 강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재입성으로 아프리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 기대했다. 물론 2002년에 대한민국이 4강 신화를 썼듯이 이번엔 이들 팀 중 한 팀이 4강 신화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아프리카의 축구 수준은 유럽이나 남미에 버금가는지라 잘하면 우승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만일 우승한다면 아프리카 최초의 우승이 될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제3의 대륙에서 우승한 첫 사례가 될 것이었지만….[3]

그런데?

예측하고보니 예언자가 펠씨….

막상 2010년 뚜껑을 열어보니 저 낙관적인 예측과는 전혀 딴판으로 돌아갔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팀은 가나가 유일했다. 개최국 남아공은 조별 라운드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조 3위에 그쳐 사상 최초로 개최국의 광탈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한 나이지리아, 알제리, 카메룬도 역시 광탈했다. 특히 카메룬은 OME스러운 경기력으로 일본에 0-1로 패배한 충공그깽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드록국 코트디부아르도 조가 조라서 광탈이 확정되었다. 결국 이번에도 아프리카에선 1팀(가나)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지못미.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3전전패에 최다 종합 실점을 당하며 32위 꼴지가 확정된 카메룬을 제외하고 다른 4개 아프리카 나라들은 모두 상당한 실력을 보여줬다. 한국이나 이란, 일본과 똑같은 1무 2패로 탈락했어도 가나는 독일과 2-2 명승부를 보여줬으며 1승 2패로 탈락한 코트디부아르는 그리스에게 아쉽게 패하며 드록바의 월드컵 2차 토너먼트 진출은 결국 사라졌지만 적어도 조 동네북은 아니었다. 조 동네북은 일본 그래도 나이지리아와 알제리는 한국을 제물삼았다가 16강에 진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나라에서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이렇게 두 나라가 1대회 2차 토너먼트를 넘었다. 그리고 둘 다 16강에서 탈락했지만 프랑스와 독일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거저 16강에 오름이 아닌 걸 증명했다.

아래는 역대 대회에 출전한 아프리카 팀들과 최고기록의 목록이다. 아프리카가 본선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대회는 편의상 생략하였다. 굵은 글씨는 2라운드에 진출한 팀을 의미한다.

연도팀 1팀 2팀 3팀 4팀 5팀 6최고기록
1934이집트1라운드
1970모로코1라운드
1974자이르[4]1라운드
1978튀니지 [5]1라운드
1982알제리[6]카메룬1라운드(알제리)
1986모로코알제리16강(모로코)
1990이집트카메룬8강(카메룬)
1994나이지리아모로코카메룬16강(나이지리아)
1998나이지리아남아공모로코카메룬튀니지16강(나이지리아)
2002나이지리아남아공세네갈카메룬튀니지8강(세네갈)
2006가나앙골라코트디부아르토고튀니지16강(가나)
2010가나나이지리아남아공알제리카메룬코트디부아르8강(가나)
2014알제리나이지리아가나카메룬코트디부아르16강(나이지리아,알제리)

각 팀들의 출전 횟수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 6회 : 카메룬[7]
  • 4회 : 나이지리아[8], 모로코, 튀니지
  • 3회 : 남아공, 알제리
  • 2회 : 가나, 이집트, 코트디부아르
  • 1회 : 세네갈,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토고
  1. 1966년 대회에서 아프리카가 아시아·오세아니아와 같이 묶여 본선을 치러야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단체로 보이콧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던지 1970년 이후의 대회는 아프리카에서 적어도 1장씩 본선 진출권이 배당되어 월드컵 무대에서 아프리카의 모습을 매번 볼 수 있게 되었다.
  2. 우연히도 대한민국의 연속 진출 전통 또한 이 대회부터 이루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대충 이 시점부터 월드컵이 점점 세계적인 대회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3. 문제는 이 평가에 한몫 거든 사람이 바로 펠레였다. 그러니 2010년이….
  4. 現 콩고민주공화국. 본래 자이르를 이 대회의 본선에 올린 것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감독 비디니치의 활약이 컸는데, 조 추첨 결과 공교롭게도 비디니치의 조국인 유고슬라비아와 한 조에 묶였다. 1차전을 스코틀랜드에 0-2로 패하고 2차전인 유고슬라비아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시 자이르의 대통령인 모부투 세세 세코가 비디니치를 자르고 그 자리에 체육부 장관을 앉혔다. 왜냐고?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감독이 자신의 조국의 승리를 당연히 원해서 작전을 노출시킨다는 이유로...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대 참패. 유고슬라비아에 0-9로 패배하고 브라질에 0-3으로 패배한데다 가장 약했던 스코틀랜드한테도(이 팀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월드컵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한 적이 없다!) 2대0으로 압살당하며 1골도 넣지 못했으면서 무려 14골이나 먹었다. 1954년 대한민국의 16실점 이후 20년만에 세운 대기록. 그저 안습이다. 결국 모부투는 화내면서 감독 겸 장관을 해임하였는데 장관은 누구 잘못인데? 화내면서 물러났다고...우습게도 세월이 지나서 모든 권력을 잃고 시골에서 구금당하여 초라하게 살던 모부투에게 당시 체육부장관이 방문하여 그때를 이야기하며 설욕했다고 한다...
  5. 그래도 아프리카 역사상 첫 월드컵 1승을 거두었다.상대는 멕시코로 3:1로 이겼다. 그리고 튀니지는 1998, 2002, 2006월드컵에서 이겨보질 못했다.
  6. 2승 1패였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2승 1패를 기록한 서독과 오스트리아에 득점 차로밀려 장난하냐 탈락했다. 당시 서독-오스트리아 경기가 지루하게 경기를 하며 서독이 느긋하게 1-0으로 이기는 통에 국제적으로 욕 처먹었다. 프랑스 국대 감독이 이건 노벨평화상 줄 경기다.라며 비꼬았고, 오죽이나 열받았으면 서독에서는 이 경기보던 사람이 자살까지 했다. 지못미. 결국 피파는 이 대회 이후로 월드컵에서 경기방식을 바꿔 이런 승부조작을 못하도록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는 같은 시간에 동시에 치르도록 했다. 참고로 오스트리아는 8강에서 알제리와 역사적 원수 프랑스에게 탈락했으며 이 뒤로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진출이 마지막이다. 서독은 프랑스와 4강전에서 골키퍼 하랄드 슈마허 선수가 프랑스의 바티스통 선수를 때려서 1대1 상황에서 슛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비신사적인 반칙을 저지르고도 결승에 올랐으나 파울로 로시를 필두로 했던 이탈리아에게 덜미를 잡혔다.
  7. 4회 연속(1990~2002) 진출 팀. 2006년 대회 예선에서 이집트한테 발목 잡히지만 않았어도 7회 연속 진출(2010년,2014년 대회 포함)이 되었을텐데...
  8. 카메룬과 마찬가지로 2006년 대회 예선에서 앙골라와 6승 3무 1패로 승점이 똑같은 상황에서 승자승 원칙에 밀리지만 않았어도 6회 연속 진출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