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분표

按分票 / Anbunhyō

1 개요

기명식 투표에서 어느 특정 후보에 기명한 건 확실한데 정확히 어느 후보에 기명했는지는 불분명한 표가 존재할 경우, 이 표를 무효화하지 않고 소수점으로 나눠서 복수의 후보에 기명한 것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2 예시

예를 들어, 한 선거구에 '야마다'(山田)라는 성을 가진 사람 두 명이 동시에 출마했다고 한다면 유권자는 그 야마다한테 투표하려면 투표지에다가 어느 야마다한테 투표할 것인지 구분을 해서 적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그냥 '야마다'라고 적으면 둘 중 어느 야마다한테 투표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이 표를 무효화하지 않고 일단 따로 빼 놓았다가 어느 야마다한테 투표한 것인지 확실한 표만으로 계산된 유효득표율에 비례하여 안분표로 빼 놓은 표에다가 한 표당 소수점으로(소수점 이하 3자리까지 하고 그 이하는 버린다) 나누는 식으로 해서 득표수를 최종적으로 계산한다. 일본 선거에서 소수점 득표수가 튀어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안분표제 때문이다.

만약에 한 선거구에 야마다(山田)가 두 명 출마하고 나카무라(中村)가 한 명 출마했고 개표 결과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하자.

후보득표수
야마다A35
야마다B15
나카무라40
(야마다)10
합계100

야마다A가 35표, 야마다B가 15표, 나카무라가 40표로 만약에 어느 쪽 야마다를 찍었는지 알 수 없는 10표를 무효화한다면 득표수가 가장 많은 나카무라의 당선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10표를 무효화하지 않고 안분표로 처리한다면, 두 야마다의 득표율만큼 표를 소수점으로 나눈다. 여기서는 야마다A와 야마다B의 득표율을 비교하면 7:3이므로 안분표로 판정된 야마다 1표당 야마다A에 0.700표, 야마다B에 0.300표로 계산한다. 안분표로 판정된 야마다의 표가 10표이므로 야마다A에는 0.7*10 해서 7표, 야마다B에는 0.3*10 해서 3표가 추가된다.

후보득표수안분표총 득표수
야마다A357.00042.000
야마다B153.00018.000
나카무라40-40.000
(야마다)10--
합계100-100.000

안분표로 인해 야마다A가 나카무라를 2표차로 제치고 당선되었다.

이러한 안분표는 후보자가 많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예로 참의원 통상선거가 있다. 또한, 안분표는 후보자 뿐만 아니라 정당 사이에서도 나올 수가 있다. 정당에 투표할 때 '자유민주당'(自由民主党) 혹은 '자민당'(自民党)이라고 적으면 그대로 자유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판정되고 '민주당'(民主党)이라고 적으면 그대로 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판정되지만, 그냥 '민주'(民主)라고 적으면 이게 자유'민주'당인지 '민주'당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안분표로 판정된다고 한다. 게다가, 일본 참의원 비례대표제는 불구속 정당명부식이라 특정 후보의 이름을 적을 수가 있는데 서로 다른 당에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이 출마했을 때 유권자가 투표지에다가 후보 이름만 적고 당 이름을 안 적어서 안분표로 판정되는 경우가 있다. 드물게는 후보자와 정당 사이에서도 안분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아래의 '사례' 참고.

3 문제점

유권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앞의 예를 다시 보자.

후보득표수안분표총 득표수
야마다A357.00042.000
야마다B153.00018.000
나카무라40-40.000
(야마다)10--
합계100-100.000

이 표에서는 안분표로 판정된 10표가 당초 득표율에 의해 7표는 야마다A에, 3표는 야마다B에 배분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안분표를 던진 유권자 10명 중에서 야마다A를 지지하는 사람이 정확히 7명이라는 보장은 없다. 10명이 전부 야마다A를 지지했을 수도 있고, 5명만 야마다A를 지지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10명 모두 야마다B를 지지했을 수도 있다. 즉, 그 후보를 실제로 지지하는 사람 수가 득표수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애초에 득표수가 소수점으로 나오는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긴 하다. 이 예시에서는 안분표로 인해 당락이 뒤집힌 경우인데 만약에 야마다의 안분표를 던진 10명 중 4명만 야마다A를 지지하고 나머지 6명이 야마다B를 지지했다면? 야마다A의 지지자 수는 39명이고 나카무라의 지지자 수는 40명으로 원래는 나카무라가 1위로 당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분표로 인해 득표수가 역전되어 야마다A가 1위로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즉, 안분표로 인해 실제 지지자 수가 많음에도 득표수가 역전되는 모순이 일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사례

  • 1958년 제28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나가사키 2구에 '키타무라 토쿠타로'(北村徳太郎)라는 사람이 두 명 출마했는데 한 명은 자민당 소속의 전 국회의원, 다른 한 명은 무소속의 신인. 안분표 배분 결과 자민당 기타무라는 3위로 당선, 무소속 기타무라는 꼴찌로 낙선.
  • 2009년 제45회 중의원 총선거에서 야먀구치 1구에 자민당 소속의 '코우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라는 사람과 민주당 소속의 '타카무라 츠토무'(高邑勉)라는 사람이 출마했는데 高村는 '다카무라'로 읽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투표용지에 가나로 たかむら 또는 タカムラ라고만 쓸 경우 高村인지 高邑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는 탓에 이 둘 사이의 안분표가 발생했다. 안분표 배분 결과 자민당 코우무라(高村)가 지역구 당선이 되고 민주당 타카무라(高邑)는 석패율제에 의해 비례대표로 당선.
  • 2013년 제23회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에 '녹색바람'(みどりの風)이라는 정당이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자민당에 '이시이 미도리'(石井みどり)라는 후보가 출마해서 '미도리'라고 적힌 표가 전부 안분표로 판정된 사례가 있다.
  • 1991년 기후 현에서는 아주 특이한 안분표 사례가 있는데,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이름까지 완전히 똑같은 두 사람이 후보로 동시에 출마한 것. 그래서 이 두 후보를 어떻게 구분할까 하다가 한 명은 빵집 사장이니까 이름 앞에 '빵집'이라고 적고 다른 한 명은 떡집 사장이니까 이름 앞에 '떡집'이라고 적자고 하고 투표를 진행했다. 개표 결과 두 후보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동표 상태에서 마지막 한 장이 남았는데 그 마지막 투표용지에는 빵인지 떡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양 후보 진영에서 서로 자기네 표라고 싸우다가 결국 문제의 마지막 1표는 안분표로 판정, 0.5표씩 나눠갖고 공동 당선되었다. 두 후보는 학창시절부터 사이가 나빴는데 이 일을 계기로 화해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도 방송되었다.[1]

5 한국에서는?

그런 거 없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투표용지에 후보 명단을 인쇄해 놓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다가 도장을 찍는 방식(기표식)이므로 안분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간혹 서로 인접한 두 후보의 칸에 양다리를 걸쳐서 찍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기표(동그라미)가 어떤 후보에게 더 근접해있는지를 판단하여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으면 유효로 처리하고, 자세히 봐야 할 정도로 가운데에 찍혀있으면 무효로 처리한다.
  1.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 문제의 마지막 1표가 무효표로 처리되었다는 내용으로 각색되어 있는데 안분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함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