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패율제

惜敗率制 / Narrow Loss Ratio Proportional Representation

1 개요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소선거구에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를 통해 구제할 수 있게 하는 선거제도. 일본에서 1996년 중선거구제 선거를 하던 중의원 총선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소선거구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도입되었다. 참의원 선거는 일반적인 비례대표 선거를 따른다.

2 특징

1인 2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선거를 하는 것은 기존의 비례대표 선거와 동일하나, 비례대표 추천명부에 비례대표 선거 단독 출마한 사람 외에 지역구 후보를 같이 끼워넣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한 비례대표 순번에 지역구 후보를 끼워넣기로 결정하면, 그 순번에 지역구 후보는 1명 또는 그 이상을 집어넣을 수 있다. 비례대표 후보 자리에 지역구 후보가 동시 출마가 가능하게 한 뒤, 지역구 후보가 둘 이상 같은 비례대표 순번에 등록했을 때, 그 번호가 당선 범위안에 들고 그들 중 둘 이상 낙선할 경우 석패율을 계산해서 가장 높은 석패율을 기록한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식이다. 대한민국에는 홀수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넣고 짝수에는 지역구 후보를 넣는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1] 제한은 없다[2].

하여간, 석패율제도 하의 비례대표 선거를 하려면 비례대표 의석 수가 소선거구제 지역구에 비해 크게 딸리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수가 확보되어야 한다[3]. 또한 비례대표를 전국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을 묶어서 광역 비례대표로 해야 석패율제도를 통해 제대로 구제할 수 있다[4].

3 방식

구체적으로 어떻게 굴러가는지 살펴보기 위해, A당의 한 지역 정당명부 비례대표에 이렇게 되어 있다고 하자.

1. 가(지역구 출마 안 함)
2. 나(지역구 출마, 지역구 당선)
3. 다(지역구 출마, 3위로 낙선. 석패율 배분을 위한 지역구 최소 득표율인 15%를 채움)
4. 라(지역구 출마 안 함)
5. 마(지역구 출마, 44%를 얻었지만 상대 후보가 48%를 얻어 낙선) / 바(지역구 출마, 30%를 얻었지만 상대 후보가 54%를 얻어 낙선)
6. 사(지역구 출마, 지역구 당선) / 아(지역구 출마, 35%를 얻었지만 상대 후보가 36%를 얻어 낙선) / 자(지역구 출마, 43%를 얻었지만 상대 후보는 52%를 얻어 낙선)
7. 차(지역구 출마, 4위로 낙선. 13%를 얻음) / 카(지역구 출마, 지역구 당선)
8. 타(지역구 출마 안 함)
9. 파(지역구 출마, 2위로 낙선, 25%를 얻음) / 하(지역구 출마, 지역구 당선)

이렇게 된 상황에서 A당은 비례대표 선거 결과 비례대표 의석 6석을 얻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우선, 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1번이므로 당선이다.

둘째, 2번인 나는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되었으므로 비례대표에 중복 당선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사람의 순번은 다음 순위로 넘어간다.

셋째, 3번인 다는 지역구에서 3위로 낙선했지만 석패율 배분을 위한 최소 득표율인 15%를 채웠고, 6명 당선인 비례대표 순번 안에 있으므로(나가 자리를 넘겼기 때문에 7번까지 당선) 당선이다.

넷째, 라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6명 범위 안에 있는 3번째 순번(나가 제외)이므로 당연히 당선.

다섯번째와 여섯번째가 애매한데 아래에 계산을 해보기로 하자. '석패율'이란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비율을 계산한 것으로, (낙선한 비례 후보의 지역구 득표율)/(그 지역구에서 1위로 당선된 후보의 득표율)이다.

  • 마의 석패율 : (44 ÷ 48) × 100 = 91.7%
  • 바의 석패율 : (30 ÷ 54) × 100 = 55.6%

마의 석패율 > 바의 석패율이므로 다섯번째 순위에서 마가 당선된다.

여섯번째로, 사는 지역구에서 당선이 되었으므로 배분에서 제외된다. 아와 자가 남는데,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 아의 석패율 : (35 ÷ 36) × 100 = 97.2%
  • 자의 석패율 : (43 ÷ 52) × 100 = 82.7%

이렇게 되어 다섯번째(나의 순번이 밀림)로 아가 당선된다. 득표율은 자가 더 높지만 상대 후보의 득표율로 인해 석패율 역전이 일어난 것.

일곱번째인 차와 카는 나의 순번이 밀려 당선권이 들어왔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 차는 석패율 배분을 위한 최소 득표율인 15%를 채우지 못했다.
  • 카는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다.

둘 다 배분에서 제외되므로 번호가 또 넘어가 8번까지 당선된다. 따라서 여덟번째인 타도 당선.

아홉번째인 파는 6명만 배분되는 비례대표 득표율에 따라 앞의 2개 번호가 배분에서 제외되어 8번까지 이월되므로 낙선 확정. 물론 이와 별개로 같은 아홉번째인 하는 지역구에서 당선.

이런 방식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되는 것이 석패율제도이다. 일본에서는 이 석패율제도를 이용해 꼭 당선시켜야 하는 사람을 석패율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배치하여 전국적으로 유세하는 데 투입하여 지역구 선거에서 한발 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바로 장점이자 단점이다. 장점은 꼭 필요한 사람을 생존시켜 전국구 이미지메이커로 쓸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정치 신인들이 들어오기 어렵게 된다는 것.

4 대한민국의 경우

대한민국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보고 지역감정 투표행태를 완화하기 위해 2011년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관련법 개정안 발표를 계기로 잠깐 논의가 오가기도 했는데,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더니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2015년에 다시 선관위가 비슷한 요지의 석패율제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일본식 석패율제와 구별되는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석패율의 계산 기준이 해당 지역구 당선자 1인의 득표수가 아닌 해당 지역구 후보자 중 3% 이상 득표한 후보자의 평균득표수라는 점. 이에 따르면 해당 지역구의 입후보자 인원수라는 운에 가까운 요인에 따라 석패율이 차이가 나고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5]

  1. 네이버 백과사전이나 지식인에도 그렇게 알려져 있다! 일본 정치를 잘 몰라서 그렇게 알려진 듯.
  2. 홀-짝 제한이 있었다면 2012년 중의원 총선에서 민주당가이에다 반리, 간 나오토는 100% 낙선이었다. 가이에다 반리가 민주당 도쿄 비례대표 1번, 간 나오토가 비례대표 3번이었다.
  3.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개편하면서 소선거구 : 비례대표 중의원 의석 수를 5 : 3(지역구 300 + 비례 200 단, 중의원 정수 축소로 현재는 180)의 비율로 개편하였다.
  4. 이에 따라 일본 중의원 선거의 광역 비례대표는 도쿄, 미나미칸토, 키타칸토, 긴키, 홋카이도, 큐슈, 주고쿠, 시코쿠, 도카이, 도호쿠. 호쿠신에츠 등 11개로 나눠 놓고 있다. 가장 비례대표 의석이 많은 곳은 긴키 비례선거구의 29석. 일본 수도권도쿄미나미칸토로 나눠져 있어서 그렇다.
  5. 실제 투표결과에 선관위의 안을 적용해 본 결과 실제로 후보자의 지역구 득표율보다 해당 지역구의 입후보자 인원수가 석패율 산출에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하고도 해당 지역구의 후보자 수가 적어 석패율의 산출 기준이 되는 득표수가 높게 잡혀서 타 지역구 낙선자에게 석패율이 밀린 경우가 나온다는 것. 자세한 분석결과는 경제희, 정준표, <석패율제도와 지역주의 완화>(201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