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


音素
Phoneme

1 개요

언어의 소리 체계 내에서 다른 소리와 구별되어 대립적 기능을 하는, 언어 사용자가 인식하는 소리의 최소 단위.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 '물', '불', '풀', '뿔'은 초성 ㅁ, ㅂ, ㅍ, ㅃ 에 의해 의미가 구별되기 때문에, /ㅁ/, /ㅂ/, /ㅍ/, /ㅃ/은 한국어에서 각자 다른 음소이다. 한편 '물'과 '불'처럼 하나의 소리만이 다르고 다른 분절음이 모두 같은데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의 쌍을 '최소대립쌍'이라고 한다. 따라서 최소대립쌍을 성립하게 하는 두 개의 소리는 별개의 음소라고 부를 수 있다. 음운론(音韻論, Phonology)의 주요 골자다.

2 음성과 음소

언어학에서 음성과 음소는 명확하게 다른 개념이다. 음성은 물리적인 소리인 반면, 음소는 화자(와 청자)가 인식하는, 지식으로서의 소리이다. 따라서, 하나의 음소가 두 개 이상의 음성으로 실현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두 가지 다른 음성이 어떤 언어에서는 하나의 음소인 반면 어떤 언어에서는 두 개의 음소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어영어파열음(k, t, p)을 들 수 있다. 가령 한국인에게 '비빔밥'의 발음을 표기하라고 하면 보통 한국인은 /비빔빱/으로 표현하며, '비'와 '빔'과 '빱'의 ㅂ을 동일한 ㅂ으로 생각한다.[1] , 그러나 '비빔밥'의 실제 음성 표기는 [pi.bim.p͈a]으로, '비'의 ㅂ은 무성음, '빔'의 ㅂ은 유성음, '빱'의 ㅂ은 무성불파음으로, 셋은 전부 다른 소리이다. 즉 한국어에서 음소 /p/는 [p], [b], [p̚]로 실현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인은 'ㅂ'과 'ㅍ'을 다른 소리라고 인식하며, 이는 한국어에 /p/과 /pʰ/라는 별개의 음소가 있음을 뜻한다. 또 영어 화자에게, spy(/spai/), pie(/pai/), 그리고 apt(/æpt/)의 p는 똑같은 'p'로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spy([spai])의 p는 무기음, pie([ai])의 p는 유기음, 그리고 apt([ætʰ])의 p는 불파음으로, 셋은 전부 다른 소리이다. 즉 영어에서 음소 /p/는 [p], [pʰ], [p̚]로 실현될 수 있다. 한편 영어 화자는 'b'와 'p'를 다른 소리라고 인식하며, 이는 영어에 /p/와 /b/라는 별개의 음소가 있음을 뜻한다.

위의 예를 표로 정리하면

음성음소(한)음소(영)
[b]/p//b/
[p]/p/
[p̚]
[pʰ]/pʰ/

가 된다. 즉, 한국어에는 '유기음-무기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은 존재하지 않고, 영어에는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은 존재하지만 '유기음-무기음'의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음성인데도 불구하고 언어에 따라 인식되는 체계가 다른 것이다. 참고로 한국어에서 [p]와 [b]와 [p̚], 영어에서의 [p]와 [pʰ]와 [p̚]는 각각 한국어와 영어의 음소 /p/의 변이음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국어의 대립은 저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음/ㅂ/-격음/ㅃ/-경음/ㅍ/의 삼지적 상관속을 이룬다. 영어는 무성음/p/-유성음/b/로 이지적 상관속을 구성한다. (인도의 어떤 언어는 사지적 상관속이라 카더라.) 즉 한국어 화자라면 ㅂ-ㅃ-ㅍ를 구분하여 들을 수 있으므로 뜻이 구별되지만(불-뿔-풀) 영어권 화자가 들으면 단순한 /pul/의 연속일 뿐이다. (영어권 화자가 부산을 푸산이라고 발음하거나 한국인이 아메리깐빠이라고 이야기해도 영화 제목을 알아듣는 영어권 화자들을 보면 서로의 대립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사전에서 발음을 표기할 때는 / /나 [ ] 중 아무거나 쓰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언어학에서 음소는 / /로, 음성은 [ ]로 표현한다.
  1. 비빔ㅏㅂ의 의 발음은 경음, 즉 된소리라고 따로 분류하기도 하며 표기는 [ˀp] 혹은 [p͈]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