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로비

The Israel Lobby and U.S. Foreign Policy[1]

공격적 현실주의의 거장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J. Mearsheimer) 시카고 대학교 교수와 동맹이론의 대가 스티븐 월트(Stephen M. Walt)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2007년 펴낸 책. 2010년 <이스라엘 로비>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원래 저자들이 2006년 영국의 격주간 시사지 "London Review of Books( LRB)"에 게재했던 논문을 가필정정한 것이다. 원형이 된 기사의 번역판은 여기에서 볼 수있다.

잡지 게재 당시부터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여러 출판사들이 출판을 거부하는 바람에 주로 아동용 그림책을 전문으로 펴내던 출판사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지미 카터 행정부의 안보담당보좌관(이자 버락 오바마 후보자의 외교문제고문)였던 거물 논객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Kazimierz Brzezinski)나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대사였던 찰스 프리먼(Charles W. Freeman, Jr.)이 책의 출판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재미있는 것은 프리먼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신변보장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미국내 유대인 세력도 이스라엘 모사드도 이 사람을 어쩌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겉으론 조용히 살고 미국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으론 수많은 암투가 있는걸 보여주는 산 증인. 프리먼 역시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메세지를 쏟아내는데 한국에 왔을 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행하는 비인간적인 인종청소를 당장 그만둬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사람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꽤나 무거운 발언.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네오나치의 선전물이라고 하는데 스티븐 월트가 독일계라 그걸 트집잡는다.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되고 오바마가 이스라엘 로비에 그전보다 잘 안휘둘리고 이란의 대이스라엘 강경 메세지가 갈수록 강해지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가면서 이스라엘 유대인의 미국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훗날 이스라엘이 망한다면 역사의 이정표가 될 법한 일.

로비스트가 국제 정치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산 증거이다. 이스라엘과 미국간의 괴이한 관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을 기대하고 이 책을 집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저자가 "국제정치에서 각 국가는 상시적 전쟁상태에 놓여 있으며, 전쟁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고 주장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그 중에서도 "국제정치는 심각하게 불안정하고, 모든 국가는 권력 극대화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고 주장하는 공격적 현실주의자인만큼, 어디까지나 이스라엘 로비가 미국의 대외 정책을 미국의 이익에 반하고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것 정도를 비판하며, 그 밖에도 팔레스타인의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이스라엘에 편입되었으니,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도의 입장을 취하는 등, 도덕보다는 미국의 이익과 현실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기존의 도덕적인 비판들과 충돌하는 면도 없지는 않다.

굳이 이스라엘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을 하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보다는 일본의 다나미 아오에라는 사람이 쓴 <이스라엘에는 누가 사는가>[2] 가 당신이 원하는 바에 좀 더 가까운 편이다.
  1.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대외 정책
  2. 원제는 <'부재자' 들의 이스라엘: 점령 문화와 팔레스타인>(「不在者」たちのイスラエル―占領文化とパレスチ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