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사학자

본디 뜻은 '在野史學者'.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고 개인에 국한된 학구열로 역사를 탐사하고 연구하는 사람이나 주류 역사학에서 벗어난 학자. 즉 재야 역사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사전에 등재된 본디 뜻은 문헌화하지 못한 구전 사료(전설이나 민담 등)를 토착민들에게서 구술받아 채록하거나 주류로 연구되는 거시성을 띤 역사에서 벗어난 중요성이 꽤 떨어지는 미시사와 향토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다.

이 기사처럼 지방 민속 박물관의 학예 연구사들이 많이 연구하곤 한다. 이런 것은 학문상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연구의 다양성을 넓혀 주고 보통사람들이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역사를 보통사람에게 조금 더 가깝게 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향토 지역의 문화사와 경제사와 민속학를 연구하는 학자들를 포괄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어느 새부터인지 본디 뜻을 제치고 환빠들의 왜곡된 사료와 근거 없는 학설로 점철된 사이비 역사가들이라는 뜻으로 변질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사이비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을 재야 사학자라고 자칭하기 때문이다. 이 사이비 역사학자들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그냥 사이비들에 불과하다.

이 사이비들은 다른 평범한 학자들에게까지 자신들의 아무 근거 없는 이론을 재야 역사학이라고 주장하면서 들이대고 있다. 국사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으면서 자기가 역사 조금 많이 공부한 듯이 나댄다. 지방에서 향토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사이비들이 재야 역사학자를 자칭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재야(在野)의 뜻 자체는 초야에 묻힌 선비라는 뜻이지만... 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주류와 권력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소수라는 이미지도 추가되었다. 그래서 재야 역사학자라고 하면 보통사람들에겐 뭔가 그럴듯한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 사이비들과 비슷한 것들을 '비사(秘史)' 연구나 '위사(僞史)' 연구로 통칭하여 개념상으로도 역사학 범주에 넣지 않는다. 당시 위사 연구자들이 주장한 것이 칭기즈칸=미나모토노 요시츠네설에서부터 신대문자를 근거로 한 일본 초고대 문명설, 예수의 일본 도래설까지 다양했고 그중에는 일본 민족이 고대 유럽과 이집트까지 진출하여 영역화하고 인종에 관계된 기원을 이룩했다는 주장, 일명 '일본인종기원론'(日本人種起原論)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글루스에서는 '유사 역사학'이라고 부른다. 사이비 역사학이라는 뜻이다. 유사과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용어인 듯하다.

이런 사이비들은 이런저런 책을 들이밀면서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으나 그 수준을 믿으면 안 되는 게 경력에 한 줄 집어넣으려고 자비출판을 하는 식의 것들이라 검증될 수 없는 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책의 내용도 다 비슷하다. 레퍼런스가 환단고기나 환빠 논문 쯤 되면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탓에 본디 뜻에서의 연구자들의 제대로 된 자비출판물까지도 도매금으로 사이비로서 매도당하기까지 한다. 다른 뜻으로도 이 사이비들의 폐해가 나타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