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정찰제에서 넘어옴)

제조사나 수입처 등에서 제품의 최초 출하시 정해진 소비자 판매가격. 제도로서는 정찰제라고 한다.

1 개요

희망 소비자 가격과 헷갈리기 쉬운데, 저것과 달리 이것은 절대적이다. 정가가 정해진 물건은 딱 그 가격에만 판매하도록 되어 있다. 정가 700원짜리 물건을 1,000원에 판매하는것은 불법이다. 물론 잘 지켜 지지는 않지만….

정확히 무슨 법의 적용을 받는 것인지는 추가바람.

일반적인 공산품의 경우 정가제도를 택한 경우는 거의 없고, 책이나 공연티켓 정도가 이렇게 판매되고 있다. 담배도 대표적인 정가상품.[1]

할인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매점이나 유통사 맘대로 하는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물론 소비자의 동의따위 구할쏘냐 과거 인터넷 서점이 책을 맘대로 할인해서 팔았었는데, 저작권 협회인지 전국 서점 연합회에서인지 항의 하는 바람에 지금은 정가대로 판다.[2]
(위 내용에 대한 정확한 수정바람.)

어찌보면 야박한 듯 싶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무도 바가지 쓰지 않는 편리한 제도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안통한다

2 특징

나름대로 이점도 많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형 마트나 동네 슈퍼나 편의점이나 가격이 모두 같기 때문에, 괜히 멀리 마트 갔다가 낑낑대며 들고 오지 않아도 되고, 괜히 필요도 없는것 충동구매나 대량구매 할 일이 없고, 자기랑 똑같은 물건 더 싸게 샀다고 자랑하는 지지배사람보며 속 쓰릴 일도 없다. 소매점에서야 당연히 동네 상권이 유지되니 좋은 것이고, 유통사 입장에서도 수요가 안정적이 되니 예측을 하기가 쉽다.

그런데 단점이 제법 심각하다. 정가는 최초 출하 시에 고정되는데, 이때 적절한 가격이 매겨지면 문제가 없지만, 가끔 터무니 없이 높은가격이 매겨지는 경우가 있다. 위와 같이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이건 좀 많이 비싸다"싶을 수가 있고, 이 경우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매점에서는 정가대로 팔아야만 하기 때문에 함부로 세일 하지도 못하고, 소매점은 유통사로, 유통사는 본사로, 본사 유통부는 사업부로, 사업부는 높으신 분들께로 갔다가 간부소집, 대책회의, 결정 하고 나서 다시 역순으로 차례차례 해서 다시 소매점에 전달이 되어야만 비로소 할인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이 조정된 가격이 바로 소비자에게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위의 패턴이 다시 반복된다.

혹은 이렇게 가격을 대폭 낮췄는데, 실은 출시 초기라 선뜻 구매하지 못한 것일 뿐, 가격을 안 낮췄더라도 충분히 판매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한 번 낮추었기 때문에 다시 올리기도 쉽지 않다. 또한 가격을 낮춘 것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이후에도 이 회사 제품의 초기 정가는 신뢰받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안 낮추고 버텼는데 다 안 팔리게 된다면 일단 출하 정지 → 생산라인 가동 중단 → 재고 반품 요청 → 생산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회사는 자금난에 빠지고 → 차기제품 개발난황 → 경쟁력 저하 → 망했어요 테크트리를 타게 되는 것이다.

3 그런데 왜 안쓰는가

21세기 현재에는 위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는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선행 판매된 자사나 경쟁사의 제품 가격에 비례하여 제품 가격을 정하면 중간은 간다. 그러나 이 '정가'라는 제도가 거의 폐지 상태에 이른 것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생산자 입장에서야 소비자 손에 얼마에 떨어지던, 유통사에 물량을 넘기면 거기서 끝이다.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이 아니라 유통사로 넘어가는 물량이 곧 회사 이익이 되므로 굳이 소매가격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 정가든 오픈프라이스든 알 바 아니다. 유통사 입장에서도 도매가격에 팔고나면 끝이다. 소매점에서 바가지를 씌우던 땡처리를 하던 반품안하고 망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매점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물건이 들어왔는데 안 팔리면 똥줄탄다좋지 않다. 팔아서 적든 많든 이익을 남겨야 저녁 반찬도 사고 애들 학원비도 주고 세금도 낸다. 정 안팔리면 반품하면 된다지만 그래서야 가게를 열고 있는 의미가 없다. 안 팔리면 조금 깎아서라도 팔아야 한다. 그러나 되도록 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떡하니 정가가 적혀 있으면 맘대로 깎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조금이라도 올려 받으려 했다가는 금방 난리가 나고 아쉬운 건 이쪽이다. 물론 정찰제라고 해서 무조건 안 깎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소비자는 또 조금이라도 싸게 사겠다고 깎고본다. 안 깎아주면 무슨 도둑이나 범죄자 취급 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 소매점에서 달라는대로 그냥 주는 사람도 많다. 오히려 정가를 주고 산 사람을 호갱 취급하는 문화가 만연해있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게 정가라서가 아니라, 희망 소비자 가격 이든, 오픈 프라이스든 간에 상관없이 그냥 달라는 대로 주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같은 가격에 (혹은 더 비싸거나 싸더라도 교통비+수고 포함하면 그 이상일 때) 파는 이상 더 싼가격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제품이 정가에 팔리기 때문에, 즉 다른 사람들도 나와 완전히 같은 가격에 구매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생산자와 유통사는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고, 시큰둥하고, 소매점은 불만 투성이고 소비자도 딱히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 현재에 와서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1. 담배는 철저하게 담배종류별 부과세금이 정해져 있으며 정가를 어길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되어 있는등 대표적인 정가상품이다.
  2. 대신 1권만 사도 배송료 무료라든지 다른 혜택을 주는 듯하다. 그래도 옛날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