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양과 지향

1 개요

완전히 정반대의 뜻임에도 불구하고 헷갈리는 단어이다(...). 특히 '지향'을 '지양'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사실 지향의 음가가 /ʥ̥iɦʲɐŋ/인데, 여기서 유성 성문 마찰접근음 /ɦ/가 ㅇ으로 들리기도 하고 ㅎ으로 들리기도 해서 혼돈의 카오스 상태인 것. 외국인들이 싫어하는 단어일 듯하다. 비슷한 케이스로 이찬오가 있다.

쉽게 말하서 지향은 하려는 것, 지양은 하지 않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지향' 은 '~로 향하려는 것(한자가 같다)', '지양' 은 '~를 사양하려는 것(이때는 한자가 다르다)' 라고 보면 외우기가 조금 더 수월할지도.

예시글로 다음을 정확히 발음해 보자. 지향지양으로 오기하는 일을 지양하는 언어 습관을 지향하도록 하자.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어버버

2 사전적 의미들

지양 [止揚] [명사]
1.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 '피함', '하지 않음' 으로 순화. [1]

  • 상업주의를 지양하다
  • 남북 사이의 이질화를 지양하다
  • 모든 사람들이 이 참된 자기에 살고 술책과 이기적 타산을 지양하고 사랑으로 맺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김성한, 전회≫

2. <철학> 변증법의 중요한 개념으로, 어떤 것을 그 자체로는 부정하면서 오히려 한층 더 높은 단계에서 이것을 긍정하다. 모순 대립 하는 일을 고차적으로 통일하여 해결하면서 현재의 상태보다 더욱 진보하는 일이다.

지향 [志向] [명사]
1. 어떤 목표로 뜻이 쏠리어 향함. 또는 그 방향이나 그쪽으로 쏠리는 의지.

  • 평화를 지향하다
  • 안정을 지향하다
  • 복지 국가를 지향하다
  • 그는 아직도 이상을 지향하는 이상주의자이다.
  • 열아홉 살이니까 막연하나마 자기의 장래에 대해서 지향하는 바가 있었다.≪한설야, 탑≫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네이버 국어사전)

지양(止揚)의 의미 2번은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책을 읽다보면 질리도록 만나게 되는데, 정확히는 독일어 아우프헤벤(Aufhaben)의 번역어이다. 이건 머리 좀 긁게 되는 철학용어라 의미 1번처럼 '피함', '하지 않음'의 의미로 이해하며 글을 읽으면 잘 읽어지지 않으니 아우프헤벤의 개념을 이해해두어야 한다.
  1. 이수열 선생께서 쓰신 '우리말 바로쓰기'에서는 한자를 몰라서 오용한 대표 예로 꼽았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쓰는 한자어로, 헤겔이 변증법을 설명할 때 쓴 말을 일본인이 한자어로 번역한 것인데 일본에서는 행동을 제약하는 뜻으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주시경 선생이 우리말을 정돈한 직후 나온 사전에도 이런 뜻으로 사용한다는 범례가 없다. 각 글자 뜻을 봐도 조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며 어떤 사람은 止讓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止讓은 없는 말이지만 굳이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자면, '사양하여 그만두다'로 강조하는 뜻이라 주장할 수 있다. 참고로 이수열 선생께서는 일반인은 쓸 이유가 없는 무척 어려운 말을, 거들먹거리기 좋아하고 한자를 잘 모르는 무식쟁이가 뜻도 모르고 사용해서 퍼진 예가 많다고 하시며 한자를 모르면 그냥 우리말로 풀어 쓰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