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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곳에 사진이 올라와 있었으나 지금은 삭제되었다.
여담으로 옳은 표기는 '왜 안 된대?'이다.
표준어에 어긋나는 용법으로 쓰이고 있는 한국어를 나열한 페이지이며 이 항목에는 꼭 '표준어가 아닌 표현'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고, '표준어로 자주 착각되는 사투리'도 실려 있다. 글을 작성할 때 자신이 정말 한국어를 옳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다면 맞춤법 검사기를 쓰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무위키 또한 모든 한국어 화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 문서에 해당하는 표현은 되도록 쓰지 말자.
이 문서의 단어 설명 부분에도 틀리는 한국어가 있다.(맞다, 틀린 등) 꼼꼼히 살펴보고 고쳐주자.
2 자주 틀리는 표준어의 발생원인
2.1 인터넷이 원인이다
실생활에서 잘못된 용법 + 사투리의 사용이 커지는 것은 인터넷의 영향이 크다는 의견이다.
첫째로 인터넷이 아닌 다른 대중매체, 즉 언론 기사나 서적 등은 문법적으로 틀리는 글을 기고한다고 해도 교정해 주는 사람이 있었에 그걸 본 사람들이 문법을 착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인터넷은 위키위키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교정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표준어가 아닌 표현이 대중에 무차별적으로 범람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인터넷의 보급이 비표준어 표현을 급속도로 퍼뜨려 그것을 보는 많은 사람이 따라서 쓰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정확한 단어의 사용이 생명인 기자들조차도 단어의 의미나 맞춤법을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다.
셋째로 과거에는 기자나 작가와 같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로 필자 층이 한정적이었으나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글을 쓰고 이를 대중에게 배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낮아진 필자 층의 문턱으로 인해 철자나 문법적 오류를 일으킬 확률은 높아졌다.
디지털화가 되기 전인 1990년대 이전까지 대학을 졸업한 세대는 지식을 얻을 매체가 책과 잡지 뿐이었는데, 그건 교정을 거친 거였다. 하나 그 이후에는 아무나 온라인에 글을 올릴수 있게 되었고 그건 일부를 제외하고는 교정 교열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 틀린 표현이 급속도로 퍼지게 되었고, 통신체나 줄임말이 유행하면서 더 이상해졌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평균 연령이 낮아진 것도 문제다. 실제로 과거에 타자를 빨리 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던 통신체가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아직 맞춤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들에게 노출되며 문제가 심각해졌다.
2.2 정부 정책 홍보 부족
일부에서는 인터넷이 아니라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학교 교육에서 영어의 철자에 대해서는 민감한데 반해 국어의 맞춤법을 중요하게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글 맞춤법 규정도 학교 수업에서 그렇게 자세히 가르쳐 주지 않는다. 6차 교육 과정을 거친 세대일 경우 초3 때 '-읍니다'가 '-습니다'[1], '남비'가 '냄비'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를 배운 것이 고작일 것이다. 이처럼 학교에선 배우지 못했다가 학교 졸업 후 한국어 능력시험 준비를 하면서 뒤늦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이 허다하며, 아래 '착각이 원인이다' 섹션의 내용과 같이 맞춤법이 수시로 개정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1989년 3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맞춤법은 1년 전인 1988년 1월에 언론을 통해 고시되었음을 불구하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바뀐 내용이 한두 곳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따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교과서에도 바뀐 내용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수학 교과서에는 사이시옷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제대로 반영이 되었다면 1989년 3월부터 배포된 수학 교과서는 꼭지점이 꼭짓점으로 바뀌었어야 하지만, 여전히 꼭지점으로 나왔던 것.
참고로 개정 전 맞춤법과 개정 맞춤법을 비교한 표를 보면 현재 잘못 쓰이는 말이 상당 부분 개정 전 맞춤법의 영향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아직도 옛 맞춤법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하다. 게다가 개정 당시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정착이 순조로울 수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당시 언론에서 알린 내용은 실제로 변경된 내용 중 극히 일부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처 언론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을 뒤늦게 알게 된 국민들은 1988년 이후에도 모르는 사이에 맞춤법 개정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오해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맞춤법을 틀리는 일이 많다. '여친이 국어 교사'라는 제목으로 나돈 인터넷 게시물의 경우 심지어 국어 교사라는 여친도 맞춤법을 틀렸다('넉넉지 않아'라고 써야 하는데 '넉넉치 않아'라고 썼다).
따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한자 교육의 부재이다. '무난'과 '문외한', '심난'과 '심란' 같은 것은 한자의 의미를 함께 알고 있다면 틀릴 수가 없는 단어이다. 그런데 한자 없이 한자어를 배우다 보니 발음만을 통해서 단어를 배우게 되고, 몬데그린의 영향으로 단어를 잘 못 알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덧붙여 문법적으로 잘 쓰인 책만 열심히 읽어도 간단한 관용어, 관용구 같은 건 틀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왜 그런지 원리를 가르쳐 주지 않고 시험 성적을 올리는 요령에만 급급한 주입식 교육에 있다. 왜 그런 규정이 생겼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가르쳐 주지 않고, 외우는 요령만 가르쳐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음 항목에 언급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올바른 발음법을 가르쳐 주는 이 기사에선 규정이 생긴 이유는 가르쳐 주지 않고 규정을 외우는 요령만 가르친다. 이러면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다.
2.3 한국어와 한국어 맞춤법 자체가 어렵다
한국어는 교착어로 조사 등의 여러 형태소가 붙어서 의미나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언어이다. 그런데 형태소가 어떨 때는 붙기도 하고 어떨 때는 떨어지기도 해서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다. 단어 자체는 변화하지 않고 어순을 통해 문장을 만드는 고립어(2번 항목)나 어근에 여러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형태소가 붙긴 하지만 그 형태소들 자체가 독립되어서 사용되지는 않는 굴절어와 비교하면 한국어는 어려운 게 맞는다.
게다가 현행 한국어 맞춤법은 발음대로 적는 표음주의와 형태소를 밝혀 적는 형태주의를 절충한 형태이다 보니 상당히 복잡하게 짜여 있고 예외도 많고 예외의 예외도 많으며,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표음주의와 형태주의를 절충한 정서법은 상당히 복잡하며, 어느 정도의 예외나 모순이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는 한국어 사용자들이 맞춤법을 어렵게 생각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2]
이렇다 보니 오히려 맞게 쓴 것이 틀리게 쓴 것으로 보일 지경. 그리고 아직도 개정 전 맞춤법대로 글을 쓰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 중에는 '설거지'를 '설겆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설거지하다'의 옛말이 '설겆다'였기 때문에 생긴 인식으로, 그분들 기준에선 '설거지'가 맞춤법도 모르고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맞춤법을 틀리는 것은 일일이 지적해 드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과거 규정대로 쓰시는 어르신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까맣네' 같은 경우도 예부터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렇게 써왔기 때문에 '까마네'는 오히려 네티즌들 통신체처럼 오해받기 쉽다. 게다가 실제 발음도 /까만네/라고 하는 어르신들이 꽤 계시다. 물론 모르고 이렇게 쓴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과적으로는 맞게 쓴 것이다.
이처럼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면 틀리고, 단순하게 아무 생각 없이 쓰면 맞는 사례들이 간혹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2015년 12월 14일부터는 까맣네라고 써도 맞는 것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맞춤법 뿐만 아니라 발음법도 예외가 있다. 예를 들어 겹받침의 경우 넓다는 겹받침 첫 번째 자음을 기준으로 /널따/로 발음하지만, 밟다는 예외적으로 뒤에 오는 자음을 기준으로 해 /밥따/라고 발음해야 한다. 또 단어가 용언이냐 체언이냐에 따라서도 발음법이 달라진다. 그런데 왜 그런 예외 규정이 존재하는지 그 이유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2.4 독서의 부족이다
ISBN과 바코드를 찍고 책값을 붙인 후 판매되는 모든 책들은 출판사 편집자들의 세심한 교정을 거치게 된다. 물론 어른의 사정들로 인해 이러한 교열이 미비한 책도 다수지만, 적어도 한국 책 시장에서 이렇듯 멀쩡히 출시된 책이라면 그 책은 맞춤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을 만한 레퍼런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본인 지식을 전달할 방법도 출판과 신문, 잡지 등 뿐이었는데, 그건 다 교정을 거친다.
이런 책들을 많이 접하고 어려서부터 꾸준히 독서량을 축적하는 것은 한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주위나 본인이 책벌레라면, 딱히 문법적으로는 뭐가 문제고 아닌지 몰라도 그냥 직감적으로 틀리고 옳은 것을 캐치해낼 수 있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듯 출판 서적을 읽는 문화가 많이 쇠퇴하여 독서를 멀리하는 중장년 세대나 인터넷으로부터 접하는 정보나 가벼운 매거진, 또래 메신저 문화 등에 익숙한 청년 세대가 한결같이 한국어 구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여러 가지 틀린 표현을 보면, 대개 지식이 짧아 그 단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잘못 듣고 적는 (몬데그린) 일이 적지 않다. 즉 맞춤법 틀리는 가장 큰 원인은 독서 부족, 모르는 단어가 있어도 사전을 안 보는 습성으로 인한 무식함이다.
하지만 출판 서적 중에는 맞춤법 개정 이전에 나온 책들도 많고, 21세기에 출판된 책이라도 저자가 맞춤법 개정 이전 세대일 경우 무의식적으로 현행 규정에 어긋난 말을 쓸 가능성이 높다(물론 교열·교정 과정에서 대부분 잡지만, 놓치는 경우도 있긴 있다). 하지만 대놓고 '남비', '강남콩', '읍니다' 같은 말을 쓰지 않는 한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이 글의 제목은 '밴'이 '배인'으로 잘못 쓰인 예이다.
저자는 국립전주박물관장을 지낸 사람으로, 이 정도면 상당한 지식인이신데 이런 실수를 했다. 이처럼 어느 정도 믿을 만한 레퍼런스로 보이는 책들이라도 매의 눈으로 살피면 뜻밖에 틀린 부분이 곳곳에 발견된다. 따라서 독서를 바탕으로 직감으로 캐치해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2.5 착각이 원인이다
어문 규정(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과 각 단어의 표준 표기가 수시로 바뀌어서 맞춤법을 따르기가 어렵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이 주장은 착각에서 기인한다.
자기가 알고 있던 표기와 표준 표기가 다르자, 자기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어문 규정이나 표준 표기가 바뀌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예를 들어 자기는 '구지'로 알고 있었는데 표준 표기가 '굳이'임을 알자, 표준 표기는 오래 전부터 '굳이'였는데도 표준 표기가 바뀐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실제 착각 사례: 1, 2). 쉽게 말해 보자면, 표준 표기는 원래부터 홋카이도였는데 자기가 훗카이도로 잘못 알고 있었으면서 나중에 홋카이도가 옳은 표기라는 걸 알게 되자 언제 표준 표기가 훗카이도에서 홋카이도로 바뀌었냐고 따지는 꼴이다. 모르면 편하게 북해도 쓰자.
또한 이 글의 네티즌 채택 답변의 댓글 중 "제가 알기로는 다시 읍니다. 습니다가 원래 처럼 둘 다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와 같이, 누군가가 잘못 알고 있는 '카더라'가 퍼져서 어문 규정이 수시로 개정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한다. 물론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건 어문 규정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러한 착각이나 오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내기 전에는 사전마다 단어의 표기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기 전에는 사전 편찬자들이 표기를 정할 때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 어문 규정만을 보고서 표기를 결정했는데, 편찬자들마다 기준으로 삼은 발음과 어문 규정의 해석이 조금씩 달라서 사전마다 단어의 표기에 조금씩 차이가 생겼다.[3] 이로 인해서 몇몇 단어의 표기에 혼란이 있었다. 이 혼란은 1999년에 표준국어대사전이 나오면서 거의 사라졌지만, 1999년의 표준국어대사전 초판에도 오류가 적지 않게 있었다.[4] 이는 2004년 7월에 정오표를 내고(예: 초판 '마뜩찮다' → 2004년 정오표에서 '마뜩잖다'로 고쳐짐) 2008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대부분 바로잡혔지만, 이로 인해서 몇몇 단어의 표기에 일시적인 혼란이 생겼다.[5] 즉 표준국어대사전의 질이 초기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점도 표준어의 혼란에 한몫했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의 오류를 바로잡은 이후로는 단어의 철자법이 바뀐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자면 현행 어문 규정이 제정된 1988년도 이후에 한국어의 표준어를 최초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고통과 어려움이라고 볼 수도 있고(한 언어의 단어를 모아서 사전을 편찬하는 건 전문가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한 번에 잘 정리했어야 할 표준어를 잘 정리하지 못해서 혼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2008년에 표준국어대사전 개정판이 나왔을 때 기존에는 구로 처리하던 것들을 한 단어로 인정하여 붙여 쓰도록 바뀐 예는 있고(최대 값 → 최댓값, 붙여 쓰기 → 붙여쓰기 등), 이것은 표준국어대사전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계속 생길 일로 보인다. 한국어에서 합성어의 기준과 띄어쓰기 관련 규정이 애매하고 결국 국립국어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띄어 쓰는 몇몇 구를 나중에 한 단어로 붙여 쓰도록 바뀔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6] 그러나 합성어의 기준과 띄어쓰기 관련 규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최댓값'과 같이 명사 + 명사로만 이루어진 것이나 '붙여쓰기'와 같이 본 용언과 보조 용언으로 이루어진 것에만 해당되며, '할 수 있다'와 같은 의존 명사가 들어가는 말이나 '토끼와 거북이', '짧은 이야기'와 같이 접속 조사나 관형어가 들어가는 말은 (현행 어문 규정을 계속 유지하는 이상) 붙여 쓰도록 바뀔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둘째, 위 '교육이 문제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표준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도리도리 죔죔'이 아니라 '도리도리 잼잼'이 맞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표준어가 바뀌었다고 착각하)는 것도 표준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이렇게 쓰도록 하자'라고 결정했다면 초기에 홍보와 교육을 잘 해야 보급과 정착이 잘 되는데,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아래 '셋째'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셋째, 한국어가 본격적으로 한글로 표기되기 시작한 역사가 짧고 언중이 맞춤법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는 문제도 있다. 수백 년에 걸쳐 활자 문화가 발달해 온 서양 언어들과는 달리 한국어는 본격적으로 한글로 표기된 역사가 짧고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문맹을 탈출한 역사도 수십 년 남짓에 불과한데[7], 이로 인해 현대에도 철자법에 혼란이 생기고 있고 표준어가 언중의 언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만약 한국어가 본격적으로 한글로 표기된 역사가 길었고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문맹을 탈출한 역사도 길었다면 현대에 철자법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표준어가 언중의 언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6·25 전쟁 직후에는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맞춤법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도 할 수 있고, 따라서 맞춤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통하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현재도 영어 철자를 잘못 쓴 걸 지적당하면 대부분 부끄러워해도 한국어 철자를 잘못 쓴 걸 지적당하면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은 것(= 언중의 어문 규정이나 각 단어의 표준 표기에 대한 의식이 낮은 것)도,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했던 때의 저 생각이 지금까지 유지된 탓일 수도 있다.
위 세 가지를 요약하자면, 한국어가 본격적으로 한글로 표기된 역사가 짧고, 표준어 교육·홍보가 잘되지 않은데다 몇 십 년 전에는 먹고 사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에 언중의 어문 규정이나 각 단어의 표준 표기에 대한 의식이 낮고, 한국어의 모든 표준어를 정리한 사전이 늦게 나와서이다.
어문 규정의 개정 여부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등 어문 규정 자체는 1988년 이후로 개정된 적이 없다(2011년에 몇몇 단어가 복수 표준어로 추가된 것도 어문 규정 자체를 손댄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어문 규정을 수시로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실제로 어문 규정을 수시로 바꾼다면 규정이 규정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며 오히려 언어생활에 큰 혼란만 초래해서 한국어 정서법이 엉망이 될 것이다. 어문 규정은 수많은 출판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은 어문 규정과 각 단어의 표준 표기를 손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으며[8], 따라서 수시로 어문 규정과 각 단어의 표준 표기를 고칠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관련 글). 국립국어원 또한 표준어가 최대한 준수되기를 바라지, 표준어가 준수되지 않는 걸 바랄 리가 없기 때문에 표준어를 수시로 바꿔서 혼란을 줄 리가 없다. 정말로 국립국어원이 어문 규정과 각 단어의 표준 표기를 수시로 손댄다면 당장 출판업계와 언론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출판업계와 언론은 철저히 어문 규정과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준 표기를 따르는데, 어문 규정과 각 단어의 표준 표기를 수시로 손대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문 규정과 각 단어의 표준 표기는 한 번 정하면 어지간해서는 바꾸지 않는다. 심지어 '장맛비', '막냇동생'도 아직 표준어다[9]!
수학계에서 '꼭지점'으로 쓰던 것을 '꼭짓점'으로 바꾼 것도 어문 규정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규정에 맞지 않게 쓰던 것을 맞게 고친 것이며, 과학계에서 '요오드', '망간' 등으로 쓰던 것을 '아이오딘', '망가니즈' 등으로 바꾼 것은 순전히 대한화학회의 결정이며 국립국어원이나 어문 규정과는 별 상관이 없다.
또한 표준어는 법률이나 계약서 등 법적 효력을 가진 많은 문서들에서도 사용되는 공식적인 언어이므로, 표준어를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법적 효력을 가진 많은 문서들에서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것이 국립국어원이 표준어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그리고 표준어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이유이다.
전 국어심의회 위원장도 어문 규정의 개정이나 표준어의 추가·수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변하는 것이 말의 본래 모습이니, 시간이 지나면 현실과 맞지 않게 되는 법이지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바로 표준어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옛날 어형을 버리고 새로운 어형을 표준어로 바꾸면, 바로 그날부터 지금까지 표준어 대접을 받는 말이 모두 비표준어가 되어 버리니까요. 그때까지 표준어대로 말해 온 사람이 어느 날부터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비표준어를 쓰고 있는 현실이 생기는 것이지요.""(어문 규정의 개정이나 표준어의 추가·수정을)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표준어 규정이 변하면 출판물에 우선 큰 영향을 줍니다. 책은 물론 신문, 잡지까지. 그리고 방송, 간판, 공문서에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만큼 (어문 규정의 개정이나 표준어의 추가·수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겠지요."
만약에 정말로 어문 규정을 개정하거나 표준어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 소식은 모든 한국어 화자에게 영향을 주는 소식이므로 반드시 언론을 타게 된다. 실제로 2011년 8월에 몇몇 단어를 표준어에 추가한 소식은 언론을 탔다[10]는 것을 생각해 보자. 신문이나 뉴스도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자기가 잘못 알고 있었으면서 바뀐 적도 없는 어문 규정이나 표준어를 탓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표준어의 대규모 개정은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 충분한 합의가 이뤄져야 가능하지, 국립국어원이 완장질(?)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만약 국립국어원이 표준어를 대규모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모든 한국어 화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나 공청회를 열어서 현행 표준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것이며, 그리고 그 결과를 반영해서 언중들의 언어 현실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고 국립국어원이 일방적으로 표준어를 자기들 마음대로 대규모로 개정한다면, 그것은 국립국어원의 직무 태만일 뿐만 아니라, 국립국어원은 모든 한국어 화자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이다.
그리고 표준어를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 무작정 까는 것도 이상한데, 표준어의 개정은 대부분의 경우 국립국어원이 언중의 언어 현실(언어의 변화)을 반영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즉 국립국어원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2011년에 몇몇 단어를 복수 표준어로 추가한 것도 언중의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언어 현실을 반영해서 표준어를 개정해도 국립국어원을 깐다면, 국립국어원이 할 수 있는 대답은 '뭐 어쩌라고'밖에 없다. 언어 현실을 표준어에 반영해도 까이고, 반영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언어 현실이랑 동떨어진다고 까이면 뭐 어쩌라고
2.5.1 맞춤법이 자주 바뀐다고 느끼는 것을 과연 착각이라 볼 수 있는가?
그런데 자주의 기준이 상대적임을 고려한다면 이를 단순히 착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영어의 철자법과 비교해 보면 한국어의 맞춤법은 수정 빈도가 잦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링컨 대통령의 독립선언서는 지금 미국 젊은이들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만, 같은 시대에 나온 한글로 쓰인 글은 현대인들이 도저히 읽을 수 없다.
더군다나 영어권에선 최근 100년간 철자법을 개정한 일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33년에 맞춤법이 정식으로 나온 이후, 남한에서만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맞춤법이 개정되었다. 맞춤법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첫 번째 개정은 50년대에, 두 번째 개정은 80년대에 이루어졌다. 비록 1988년 이후 대대적으로 개정된 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1933년 맞춤법으로 교육을 받은 분들이 아직도 살아 계신다. 그 분들 기준으로 보자면 100년도 안 된 세월에 너무나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단지 착각이라고만 보긴 어려울 것이다.
2.6 학자들 간에도 견해차가 심하다
우리말 전문가라고 해서 모두 국립국어원의 규정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민간 학술 단체인 한글학회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에 세워진 이 단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홍 길동'과 같이 성과 이름을 띄어서 씀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순우리말을 선호하는지라 명사는 이름씨, 동사는 움직씨라고 할 정도이다. 역사가 깊은 단체인 만큼 우리말 연구에 평생을 바친 원로 학자들이 많지만 정부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립국어원과 같은 영향력은 없다. 이분들이 쓰신 책 백 날 읽어 봤자, 한국어 능력시험 점수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또한 1988년 맞춤법 개정 당시에도 학자들 사이에서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아무래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니, 이분들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개정 맞춤법을 따르지 않고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 실제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어린이를 상대로 한 교육적인 출판물엔 이런 분들이 쓴 글이 자주 실렸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머릿속에도 그 내용이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러한 의견 차는 1930년대에도 심했다. 당시 동아일보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한글 표기에 겹받침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빚어졌다. 이 글에서 겹받침 반대론자인 정규창은 나름대로 언어학적인 분석을 근거로 우리말에서 겹받침 표기는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겹받침 표기가 당시에는 언어 파괴로 비친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는 겹받침을 홑받침으로 적는 것이 무식해 보이는 표기법이지만, 당시에는 겹받침 발음 자체를 하층 계급의 언어로 보았다. 즉 ,값이 얼마냐를 갑시 얼마냐?라고 발음하는 것이 지금으로는 옳은 발음이어도 당시에는 저급한 발음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규창은 아울러 겁(怯)이란 단어에 조사 이가 이어지면 겁시라고 발음하는 것을 하층 계급의 언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현재 옳은 발음으로 규정된 값이(갑시)와 한 세트로 묶어서 까고 있다. 즉 당시에는 값이(갑시)와 겁이(겁시)를 같은 언어 현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중에 규정이 바뀌자, 값이(갑시)가 옳은 것이면 당연히 겁이(겁시)도 옳은 발음일 것이라고 추측해 일부러 겁시라고 발음하는 일종의 과잉 수정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70대 이상 어르신 중에 겁이를 겁시라고 발음하는 분들이 많은 것은 이런 복잡한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가수 임창정은 이런 어르신들의 발음에 개인적으로 애착을 느껴 겁이나를 겁시나로 발음했다고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2.7 심리적인 문제다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면서 '가늘다'와 '얇다'를 혼용하는 사례가 늘어났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체중에 신경을 쓰는 여성들은 얇은 종잇장 같은 몸매를 선망하는데,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얇다'는 말을 입에 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서는 폰트 크기에 대해 '글씨가 얇아요'라는 말을 쓰는 여성도 등장했다. 나눔글꼴도 예외는 아니다[11]. 얇은 나눔바른고딕 문법에 집착하는 문법 나치도 예외가 아닌 것을 보면 '얇음'에 집착하는 심리를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2.8 국립국어원 직원도 오락가락한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질의응답 게시판을 보면 국립국어원에서 잘못된 답변을 하는 사례도 가끔 있다.
2014년 1월, 가수 개리의 '조금 이따 샤워해'라는 노래 제목에 대해 이용자가 질문을 올렸을 때는 '조금 있다 샤워해'를 잘못 쓴 게 아니라 '조금 지난 뒤에'를 의미하는 부사 '이따'가 실제로 있으므로 그렇게 표현해도 맞는다고 답변했으나, 3개월 후에는 '이따'에 조금이란 의미가 있으므로 '조금 이따'는 의미 중복이라며 '이따'라고만 해야 옳다고 답변했다.
이런 일이 결코 한두 번 있는 실수가 아니다. 평소 국립국어원 질의응답 게시판을 자주 본다면 국립국어원 직원들의 의외로 잦은 병크에 경악할 것이다.
내부 분열?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질의응답 게시판에서 답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고, 따라서 답변자가 누구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로 든 '조금 이따'의 경우도 답변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의미 중복을 맞는 것으로 볼지 틀린 것으로 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따'에 '조금'이라는 뜻이 이미 있으니 '조금 이따'를 잘못으로 볼 수도 있고, '조금 이따'의 '조금'은 '이따'와 뜻이 조금 겹쳐도 '이따'를 강조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므로 잘못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국립국어원 직원들끼리 질문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일치된 결론을 낸 뒤(토론할 시간이 없다면 적어도 예전 답변이랑 충돌하지 않도록 예전 답변을 검색이라도 해 보고) 질문자에게 답변해야 할 텐데, 귀차니즘 때문인지 그렇게까지는 안 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건 적어도 로봇이나 인공 지능이 아니라 사람이 답하고는 있다는 뜻이다. 다행인가? 기뻐하지 마
2.9 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검사 기능의 한계
아래아 한글에선 맞게 나와서 맞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틀렸다거나, 반대로 아래아 한글에서 빨간 줄이 쳐져서 틀린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맞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윗세대', '아랫세대' 같은 단어가 있다. 겉으로 보면 순우리말 명사와 한자어가 합쳐서 하나의 단어처럼 쓰이는 전형적인 합성어의 형태이므로 사이시옷을 넣어 붙여 쓰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들 단어는 아직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지 않아서 합성어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한/글 2010의 맞춤법 검사기는 '눈치채다'를 '눈치 채다'로, '-ㄴ 데다가(예: 편리한 데다가)'를 '-ㄴ데다가(예: 편리한데다가)'로 쓰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눈치채다', '-ㄴ 데다가'로 쓰는 것이 맞는다. 즉 한/글의 맞춤법 검사기는 믿을 것이 못 된다. [12]
2.10 상사의 갑질
올바른 표현으로 고치면 이를 언짢게 보는 상사들이 많다. 예를 들면 '님 귀하'는 이중 존칭, 과잉 표현이므로 '님'이라고만 하든지 '귀하'라고만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지만, 상사가 '님 귀하'를 밀어붙여 울며 겨자먹기로 잘못된 말을 쓰게 되는 것이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사물존칭이 굳어진 것과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13]
또한 '잊혀지다' 같은 일본식 이중 피동을 '잊히다'로 바로잡으면, 이걸 이상하게 여기고 '잊혀지다'를 밀어붙이는 상사도 있을 정도.
물론, '잊히다'는 어감이 부드럽지 않아 실제 입말에선 잘 쓰지 않지만, 문어체에선 은근히 자주 쓰이고 있다. 자신이 모르는 것도 있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하는데, 교열자를 우리말 전문가로 보지 않고, 허드렛일 알바로 보는 상사의 인식 때문에 저런 병크가 빚어진다.[14] 단순히 어감 때문에 '잊혀지다'를 미는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띄어쓰기는 칼 같이 원칙을 따지면서 이 경우에만 관습적인 표현을 고집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는 점. 한마디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 잣대인 것이다.
자문(諮問)이란 단어가 완전히 반대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과 바로 이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학력자들도 대부분 그렇게 잘못 쓰고 있기 때문에 왜 이것이 잘못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하므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고, 애써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무리 올바른 지적일지라도 윗선에서 이를 건방지게 보고 다음 일거리를 주지 않는다. 교열자들은 대개 프리랜서 알바이므로 쉽게 자를 수 있게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는 교열자들이 많다.
2.11 발음과 청력 문제
인터넷에 나도는 황당한 맞춤법 사례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육구시타리아의 경우 개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요크셔테리어를 '육구시타리아'로 잘못 듣고 전단지를 만들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두? 향찰? 절대로 일진어가 아니다. # 자세히 보면 개 품종만 빼고 다른 부분은 맞춤법이 정확하다! 어르신임에도 '습니다'라고 정확하게 쓰셨다. 갖다를 갔다라고 썼는데?
10년 전에 유행했던 "방법한다" 경고문도 귀가 어두운 어르신이 쓴 글이라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즉 맞춤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연세 탓에 귀가 어두우셔서 벌어진 웃지 못할 실수라는 것.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은 새로운 단어를 잘못 들으실 가능성이 높으니 비웃지 말고 정확히 알려드리자. 게다가 원래 생소한 단어는 젊은 사람들도 잘못 알아듣기 쉽다. OMR 카드가 학교 시험에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 이를 오회말 카드로 잘못 들었다가, 선생님이 칠판에 판서하신 것을 보고 그제서야 OMR임을 안 경우도 있었다. OZR. 또한 1990년대 중반 "오마 샤리프"[15] 담배가 출시되었을 때 이를 '오막살이라고 발음하시던 어르신들도 많다.
문제는 요즈음에는 이어폰을 귀에 항상 꽂는 습관 때문에 젊은 사람들 중에도 난청이 많다는 것이다. 일진어도 어쩌면 그래서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일진어 항목에 나온 예시 중 상당수가 발음과 청력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김에 김씨의 경우, 화자가 말을 빨리 하느라 김해 김씨의 해를 정확히 발음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자가 ㅎ발음을 못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외에도 과거에 비해 말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젊은 사람들일수록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흔히 대표적인 맞춤법 잘못으로 지적받는 '빨리 낳으세요'도 '낫다'와 '낳다'를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이 줄어들어서 생긴 문제였을 가능성이 있다. '낫다'는 낟ː따, '낳다'는 '나ː타'로 발음하지만 이를 정확히 지켜서 발음하는 사람이 적고, 설령 정확히 발음했다고 해도 차이를 못 느끼기 때문에 어린 세대들이 이를 동음이의어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것. 이 문제의 원인을 음운변동 현상에서 찾는 분석 글도 있으니 한번 읽어 보자.#
2.11.1 현대 한국어 음운의 급격한 변화
현대 한국어에는 표기는 다르지만, 발음은 같거나 본래는 다른 발음이었는데 같은 발음으로 '합쳐지고 있는' 글자가 늘어나고 있다. ㅐ와 ㅔ, ㅖ와 ㅒ, ㅚ와 ㅙ와 ㅞ가 대표적이며, ㅢ는 발음 자체가 붕괴하는 과정에 있다(수십 년 이내에 ㅢ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한국인이 습관적으로 잘 못하는 발음도 있다(예를 들어 끝에 붙는 '히'를 /이/로 잘못 발음하는 것). 이렇게 단어의 음성이 같아졌는데 여전히 다른 음소로 구분해서 적어야 할 경우 혼동이 일어나 맞춤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는 문법 파괴보다 더욱 극심한 한국어의 격변으로, 당연한 것이 현재 모음 21개 중에서 8개가 영향을 받는 실정이니 단순하게 산술적으로만 보아도 전체 한국어의 무려 40%가까이가 혼동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서울 방언, 경기 방언 등은 표준어와 발음 차이가 크지 않아 방언임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언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표준어로 잘못 인식하기 쉽다. 아래 목록에도 그런 사례가 나와 있다.
특히 연세가 많으신 분들 사이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경우, 과거엔 널리 쓰였지만 현재 표준어로는 인정하지 않는 말을 쓰기 쉽다. 가카의 '-읍니다' 사건이나 귀뚜라미 보일러 회장님의 '옳바른'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또한 '날으는', '거치른' 같은 표기도 옛 출판물에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지금은 사라진 현상이지만, 1950년대에 쓰인 어르신들의 편지글을 보면 '하루'를 '하로'라고 하는 등 모음조화를 아주 정확히 지키는 경향이 나타난다. 참고로 이 말은 영남, 전남 지방의 방언이기도 한데, 원래 방언에는 옛 언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 방언에 남아 있는 아래아 발음처럼. 이렇게. 그런데 현재 젊은 세대들은 옛날 출판물을 접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말이나 글을 학력 부족이라 오해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원래 없었던 말을 외계어 만들어 내듯이 만든 줄 아는 사례도 있다.찾아보지도 않고 이러는 애들은 좀 알려주자실제로 그런 이유로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언어 파괴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도 있다.할배, 할매가 문제다
돼요도 이러한 경우인데, 본래는 되어요가 준말이 된 것이지만, 본래 형태로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물론 그렇다고 본래 형태가 사어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자주 안 쓰이다 보니, 준말을 본래 형태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
3 철저히 막아야 할 문제인가?
표준어가 아닌 표현이라고 해서 표준어보다 비이성적이거나 비논리적인 표현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만일 비표준어가 잘못된 것이라면 한국어에 존재하는 수많은 방언들 또한 모두 틀린 것이라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그렇기에 미래에는 비표준어가 표준어가 될 가능성도 있고 그 반대도 엄연히 존재한다. 왜냐하면, 훈민정음과 현대에 쓰이는 언어를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언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표준어였던 언어가 현재는 사장되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용어가 되는 것이 좋은 예이다. 가령 짜장면의 경우, 중국어 zhájiàng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자장'이지만, 언중들이 사용하여 굳게 고착된 언어이기에 '자장면'과 함께 복수표준어로 인정된 것이다. 같은 논리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여 굳게 고착된다면 그 단어(문법) 역시도 미래에는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어감에 문제가 있어 오해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언어를 변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려고 하여야 ~할 수 없다.의 줄임말은 원래 ~려야 ~할 수 없다이지만, 이걸 칼 같이 지켰다간 상대방이 말을 잘못 알아 듣고 싸움이 날 수 있다. 떼려고 하여도 뗄 수 없다가 떼려야 뗄 수 없다가 되므로 누굴 때리려 했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려야 갈 수 없는도 가린다(hide)로 잘못 알아들을 수 있다. 본래는 어딘가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표현은 일부 신문에서만 쓰이고, 입으로 말할 때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심지어 공중파 시사 프로 앵커도 관습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같은 표현을 쓸 정도. 이러한 경우는 변형일지라도 규칙성이 있기 때문에 비표준어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규칙은 예외가 적을수록 좋다. 앞서 예시한 바대로 표준어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현재의 표준어와 미래의 표준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표준어의 변화가 단순히 어휘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문법의 파괴에 이르게 되는 것은 마땅히 지양해야 한다. 현재 표준어 규정만 하더라도 예외 규정이 언중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올바르게 쓰려고 의식은 하였으나 예외 규정이 있는 것을 몰라 틀리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발음 예외 규정이 그렇다. 이로 인해 과잉 수정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복수 표준어를 인정해 주는 추세이긴 하지만, 현행 규정의 기본 틀이 되는 규정이 정해질 때는 하나만 옳은 것으로 남기려는 경향이 강했기에 언중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과거에 쓰던 말은 버린 것인데, 아직도 과거 법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현실과 충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더라도, 예외가 적고 간단 명료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4 표준어가 아닌 표현 일람
자주 틀리는 한국어/목록 참조.
5 관련 문서
- 문법나치
- 던과 든의 구분
- 되와 돼의 구분
- ㅐ와 ㅔ의 구분
- ~에와 ~의의 구분
- 외래어 표기법
- 자주 틀리는 외래어
-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
- 틀렸다고 오해하기 쉬운 한국어
- 틀리다와 다르다
- 이격과 유격
- 드러나다
- 가다와 오다
- 혼동하기 쉬운 사동사
- 번역체 문장
- 일진어
- 동음이의어 - 동명이인
- 잘못된 문장의 호응[16] - 비문
- 사이시옷
- ↑ '-읍니다'와 '-습니다'가 모두 '-습니다'로 통일된 것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어 보면 좋다. 요약하자면 1988년 이전의 '-읍니다'와 '-습니다'의 구별은 인위적인 것에 가까웠고, '-습니다' 하나로 통일한 것이 한국어의 형태소를 더 잘 반영한 바람직한 변화이다.
- ↑ 이러한 절충법이 아이러니하게도 언중들이 한글을 어렵게 여기지 않고 쉽게 쓰기 위해서 정해진 것이다. 당시 이미 굳어진 단어의 발음들이 형태주의에 어긋난다고 새로 고치려 했으면 언중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외면했을 것이다.
- ↑ 다만, 그렇다고 해도 위 링크들의 '하길 바래'나 '-읍니다'가 1988년 이후 표준어였던 적은 없다. 또한 '금시에'가 줄어든 '금세'도 원래부터 '금세'였고 '금새'였던 적은 없다. 본말이 '금시에'인데 ㅐ를 썼을 리가…
- ↑ 사실 오류가 많았던 건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대형 사전은 만드는 데 보통 몇십 년씩 걸리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10년도 채 안 돼서 나왔다(1992~1999). 실제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옥스포드 영어 사전(OED)은 약 70년(1857~1928), 그림 독일어 사전(DWB)은 약 120년(1838~1961) 걸려서 겨우 완성됐다. 만약 한국이 일제 시대를 겪지 않았다면(따라서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대형 사전이 20세기 초·중반에 몇십 년이라는 시간을 느긋하게 들여서 나올 수 있었다면), 표준국어대사전의 질이 굉장히 높아졌을지도 모른다.
- ↑ 다만, 이것도 주로 빈도가 낮은 단어들에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언중이 많이 쓰는 단어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즉 혼란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는 큰 혼란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 ↑ 다만, 이 띄어쓰기 문제는 한국어만의 문제는 아니고, 영어 등 띄어쓰기를 하는 다른 언어에서도 생기는 문제이다. 영어에서도 두 단어로 이루어진 구로 볼지, 하이픈을 넣어 이을지, 아니면 아예 한 단어로 붙여 쓸지는 사전에 따라서 다른 경우도 있다. 영어에서도 사전에 따라 pigeon hole, pigeon-hole, pigeonhole 등 표기가 다르며, 실제로 사람마다 다르게 쓰기도 한다. 그런데 영어 화자들은 딱히 이걸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 ↑ 일제 시대에 한국어·한글을 자유롭게 쓰지 못 했던 것도 한몫했을 수 있다.
- ↑ 표준국어대사전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 단어의 표준 표기를 고칠 수도 있겠으나, 표준국어대사전의 개정판이 나온 2008년에 이미 대부분의 오류가 고쳐졌으므로 표준 표기가 더 고쳐질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국립국어원이 일부러 언중에게 혼란을 주고 싶어서 고치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지적된 오류를 반영하는 것뿐.
- ↑ 이 예시들은 표준어 전반이 표기를 잘 고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한 예시이지, 언중의 언어 현실과 동떨어진 표준어가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니다.
- ↑ 이것도 기존 단어(간질이다, 자장면 등)를 비표준어로 만들지 않고, 기존 단어를 그대로 표준어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표준어를 인정(간지럽히다, 짜장면 등)한 것이다. 만약 국립국어원이 진짜로 혼란을 줄 작정이었다면, 기존 표준어를 모두 비표준어로 만들었을 것이다.
- ↑ 그런데 이것은 영어 thin의 영향인 듯하다. thin은 굵기와 두께를 말할 때 모두 쓸 수 있다.
- ↑ 그런데 그나마 아래아 한글이 나은 편이다.외국 회사에서 만든 MS Word 같은 것은 더 나쁘다.
- ↑ 가게에서 종업원의 말투를 지적하면, 자기도 알고 있는데 그렇게 사물에도 존칭 붙이라고 교육을 받았다고 답하는 일이 많다. 올바르게 말하면 항의하는 고객이 있다는 게 그 이유.
- ↑ 다만, '잊히다'가 맞고 '잊혀지다'가 틀리다는 인식에 대해선 다른 의견도 있다. 어감의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에 '잊혀지다'를 틀린 단어가 아닌 다른 단어로 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예로, '잊힌 계절'과 '잊혀진 계절'은 어감이 명확하게 다르다.
- ↑ 이집트 배우 '오마 샤리프'의 이름을 활용한 브랜드이다.
- ↑ 호응이란 문장 내에서 단어가 일정한 방법으로 다른 단어와 관계를 맺으면서 올바른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호응이 잘못된 문장은 비문이 된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