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시

조식이 지은 시.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지은 시라고 해서 칠보시(七步詩)로 불린다.

삼국지연의에 따르면 조비가 조식에게 소 두 마리가 싸우다가 한 마리가 밀려 구덩이로 떨어지는 모습의 그림을 보여주며 여섯 걸음도 여덟 걸음도 아닌 정확하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그 그림을 묘사한 시를 짓되 소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이고,[1] 제대로 시를 짓지 못 하거나 조건을 어기면 사형시키겠다고 했다. 조식은 즉시 걸음을 떼면서 다음의 시를 지었다.

兩肉齊道行 (두 마리의 고깃덩이, 길을 가지런히 가는데)

頭上帶凹角 (머리엔 볼록한 뿔이 달렸다)
相遇凸山下 (서로 철산 밑에서 만나)
欻起相唐突 (홀연 싸움이 벌어진다)
二敵不俱剛 (두 대적은 다 함께 강할 수 없어)
一肉臥土窟 (한 고깃덩이는 토굴 속으로 쓰러진다)
非是力不如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닐세)
盛氣不泄畢 (기운을 다 쏟지 못 함일세)

정확히 일곱 걸음째에 시가 끝났다고 한다. 조비는 조식의 재능에 감탄했지만 다시 지금의 상황 자체를 묘사하는 시를 지으라면서 형이나 제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러자 조식은 즉시 다음 시를 읊기 시작했다. 흔히 이 두 번째 시가 칠보시로 알려져있지만, 이번에는 걸음을 걷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시는 콩을 삶는 것에 대한 시라고 해서 자두시煮豆詩라고 부른다. 삼국지연의에는 이 시가 이렇게 실려있다.[2]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 콩대를 때서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 솥 속의 콩은 울고 있다)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건만)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 어찌 이리 급하게 삶아대느뇨)

세설신어에 실린 시는 약간 다르다.

煮豆持作羹 (자두지작갱 - 콩을 삶아 국을 끓이고)

漉豉以爲汁 (녹시이위즙 - 메주를 걸러 즙을 낸다)
萁在釜下燃 (기재부하연 - 가마 밑에선 콩깍지를 태우니)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 콩은 솥 안에서 우네)
本自同根生 (본자동근생 - 본래 한 뿌리에서 났건만)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 어찌 이리 급하게 삶아대느뇨)

본격 콩대 까는 시 ㅋㄲㅈㅁ

이는 한 아버지로부터 태어난 한 핏줄인 자신(콩)을 형(콩대)이 지나치게 핍박하고 있음을 묘사한 시이며, 그 뜻을 알아들은 조비로 하여금 일시적으로나마 뉘우치는 마음을 품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 결국 조비는 조식을 죽이지 않고 수도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런데 보면 알겠지만 저 두 시는 모두 형을 속도 좁은데 운만 좋다고 은근히 까는 내용이다. 자기 목숨이 떨어져나갈 판국에. 첫 번째 시는 '내가 경쟁에서 밀리긴 했지만 그게 내 능력이 딸려서가 아니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능'이라는 자찬이고, 두 번째 시는 형과 동생이란 말을 쓰지 않은 채 콩대를 땔감으로 써서 콩을 삶는 장면을 떠올려 수준 높은 시를 지으면서 동시에 콩드립 조비가 소갈머리가 좁다고 까대는 독설을 담은 것이니, 가히 천재라 할 만하다. 독설까지 알아차렸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형이 눈물 흘리며 용서한 걸 보면 어지간히 문장력이 뛰어났던 듯. 조식이 워낙 천재 문장가라 그렇지, 조비도 시라면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고 독설까진 아니어도 하소연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여담.

조비의 손자인 조모진건에게 시를 지으라 명령했지만 진건은 시를 시간내에 짓지 못 했다는 이유로 진건은 파직당할 뻔했다(…). 그래서 조모는 가충에게 사망
  1. 김홍신 평역판에서는 소는 물론 "둘이 만나 싸워서 한 마리는 우물 속으로 떨어져 죽었다"는 말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방해했다. 이쪽도 적절한 게 본문에 '싸웠다'나 '죽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2. 이것은 전형적인 오언절구의 형태인데, 오언절구가 정형화되기 시작한 것은 당나라 이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