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더

Tasslehoff-Burrfoot.png
Kender

TRPG 체계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세계관 설정인 드래곤랜스에 등장하는 고유 종족.

가가스의 그레이젬이 원래 다른 종족이었던 이들을 켄더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드래곤랜스의 엘프들은 원본이 노움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리 봐도 엘프인 것 같다.

유쾌하고 쾌활하며 시골의 삶을 즐기는 종족으로, 대체로 J. R. R. 톨킨 식의 호빗 비스무리하지만 인간 꼬마들이 호빗 식으로 사는 것으로 봐야한다. 다만 호빗과는 달리 몸이 호리호리하고 귀가 뾰족해 생김새는 엘프 꼬마 비슷하다. 노래를 좋아해서 일상생활에 쓰이는 도구나 무기를 전부 악기화한다. 호기심이 넘쳐나고 공포를 모르며 소유권개념이 희박해서 어떤 고난이나 협박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설 수 있고 옆집사람끼리 야박하게 굴지 않고 잘 지낸다.

......켄더의 장점은 다 말했으니 이제 단점에 대해 말해보자. 호기심이 넘치고 공포가 없다는 것이 기가 막히게 상호작용을 이루어서 이들은 다른 종족들이라면 무서워서 못할 짓을 태연히 한다. 모에하게 표현하면 종족 전체가 도짓코라고 할 수 있다. 던전에 들어가면 눈에 들어오는 스위치는 일단 눌러놓고 보고, 바닥 색깔이 이상하면 거기만 밟고 지나가고, 저기 저편에 눈길을 확 끄는 반짝이는 것(정체가 뭐가 뭔지 몰라도 상관없다)이 있으면 이들이 가장 먼저 달려 나가 일단 손에 들고 관찰부터 시작한다. 그게 뭔지 모를 걸 작동시키는 스위치건, 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저주받은 왕관이건, 용 앞에 쌓여있던 보물 중 하나건 그런 상황은 이들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더군다나 소유권개념이 희박하고 당연히 민폐개념도 별로 없기 때문에 동료들이 있건 없건 이 짓을 24시간 벌인다. 켄더가 포함된 모험가 일행이 던전에 들어가면 켄더가 바보짓하고 그걸 동료들이 죽어라 수습하는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난다. 던전이 아닌 곳에서는 그나마 켄더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일이 적어서 잘 일어나진 않지만, 절대 켄더의 자제심이 생겨난 게 아니다. 오죽하면 드래곤랜스 책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켄더의 "아차(Oooops)"다.' [1]라는 말이 당당히 실려 있을까.

게다가 호기심이 넘치고 소유권개념이 희박한 면이 합쳐지면 이번엔 ‘내 건 내 거, 네 것도 내 거’를 외치게 된다... 아니, 이들에게는 처음부터 내 것 네 것이 없다. 자기 흥미를 끄는 물건이라면 그게 동료의 주머니에 들어있건 길거리 좌판에 놓여있건 지나가는 행인 A의 주머니에 들어있건 일단 집어 들고 보며, 그게 절도라는 자각도 없다. 그리고 손에 든 물건에 집중하다가 이게 원래 자기 게 아니라 어디서 주워왔다는 걸 까먹고 자기 주머니에 넣는다. 어떻게 보면 종족전체에 도벽이 있는 거다. 그나마 비싼 게 아니라 재밌는 걸 훔치는 게 다행이랄까... 재밌는 게 비싸면 얘기가 달라진다. 덕후들이 덕질 물건 가져가는 조카나 사촌동생 보는 기분일지도

아무튼 도짓코랑 똑같이 보고 있으면 재밌지만 실제로 만나면 짜증나는 이들이다. 트롤링 전문 종족이라고도 불린다[2]

가장 유명한 켄더는 테슬호프 버풋으로, 세상을 적어도 3번 이상은 구한 드래곤랜스 연대기의 진주인공이 되시겠다. 자그마치 혼돈의 신 카오스에게 상처를 입혀서 그를 쫒아내는데 공헌하고, 시공을 뛰어넘어 세계를 구하고, 최고위 신과 친구도 먹는 등 무지막지한 일들을 해낸다.

  1. 이미 뭔가 일을 벌였다는 얘기인 관계로, 이제부터 할 일은 단 하나 — "무조건 뛰어라!"
  2. 사실 이런 행동을 켄더가 아닌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할 때 한다면 영락없는 루니 플레이가 되며, 플레이를 망쳐놓는다는 점에서 먼치킨만큼이나 욕을 먹는 행위다. 하지만 종족이 켄더라면 같은 행위라도 설정을 잘 살린 훌륭한 역할연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