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1 개요

이빈의 만화. 90년대 세기말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만화로서, 전성기 이빈의 개성이자 특장점인 불안한 사춘기의 감수성, 혹은 중2병적인 성향을 가장 극대화한 작품으로 이빈의 대표작으로 손꼽혔던 작품이다. 허나 지금은 중2병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성향이 180% 달라진 안녕 자두야가 이빈의 대표작이 되어 버렸지만

2 특징

설정이나 등장인물의 심리가 다소 난해한 편이라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었지만, 왕가위 감독의 영화 스타일에서 차용한 극적인 연출과, 데뷔 이래로 이빈 그림체의 리즈시절이라 불리는 스타일을 맞이했을 때 연재되었기 때문에 당시 팬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청소년의 스케일을 훨씬 뛰어넘은 등장인물들의 타락과 파행이 꽤 충격적이다. 특히 일반적인 비행 청소년의 범주를 벗어나서 스케일 큰 범죄만 저지르고 돌아다니는 혜정이와 지미는 구제의 여지가 없다.

과연 이 만화를 보면 안녕 자두야를 그린 사람과 동일인물인가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만화가 이빈의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가장 뚜렷하게 상징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안녕 자두야는 자전적인 성향이 강하다보니 아무래도 별개의 작품이 아니겠는가?

3 등장인물

홍대 앞에서 아무 남녀나 골라잡아 같이 당구 한 게임이나 치면서 노는 사이에, 애초부터 혜정만을 짝사랑한 같은 학교 성무를 만나게 된다. 혜정은 성무를 만난 그를 뒤흔든다. 데리고 가더니 갑자기 앞에 있는 자동차를 훔쳐 달아나더니 한강까지 드라이브를 하도록 시키고, 강둑에서 키스까지 한다. 자기에게 반한 성무가 문과에서 이과로 전향하며 자기 반까지 오자 모르는 척 쌀쌀맞게 대하고, 계단에서 성무가 친한 척 하자 아무도 없는 사이 발로 차 버리는 흠좀무한 행각을 벌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커에 메가데레 기질이 있는 성무는 그녀를 쫓아다닌다. 사실 성무와 혜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까맣고 더럽고 공부도 못하고 조그맣던 그 때의 성무에게 유일하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 해준 것이 바로 혜정. 원래는 상냥하고 다정한 성격이었지만 가족에게 전혀 관심이 없던 아버지에 대한 환멸감과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느라 정신적으로 불안해진 어머니를 간병하다 지쳐서 마음이 차츰 차가워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래는 상냥하고 배려 깊은 성격임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몇 개 있다. 입가에 잔뜩 뭔가를 묻히고 먹는 성무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준다거나, 이름 콤플렉스가 있는 보나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단 한번도 '복남'이라 부른 적 없이 그녀가 불리고 싶어하는 이름 보나로 불러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하필이면 연합고사 (이 만화가 연재된 시점은 90년대 초반으로 연합고사를 치르지 못하면 고등학교에 갈 수 없다) 날이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빨리 가보라는 감독 교사의 말을 딱 잘라 거절하고 눈물 한 방울도 보이지 않고 시험을 치른다. 이 때 싸늘한 태도에 놀란 아이들의 험담을 듣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혜정의 태도가 틀린 건 아니다. 그 날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대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를 1년 꿇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1년 꿇으면 살기 꽤 불편한게 사실이다. 시험 장소에서 질질 짜봤자 같이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꼴이 된다. 어쨌든 전교 1등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고등학교에서는 겉으로는 경외시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진정한 의미에서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던 듯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무슨 이유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맨발에 교복 차림으로 안경까지 잃어버리고 죽은 눈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지미를 만난다. [1] 그 때 매우 튀는 모습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던 지미를 만나고, 혜정은 당돌하게도 자길 여기서 주워달라고 한다. 지미는 생뚱맞게도 웨딩샵에 전시된 웨딩드레스를 털어서 혜정에게 입히고는 일산까지 질주했다.
중2병 지미를 만난 이후로 혜정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초반의 죽은 눈을 한채 거리를 활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차갑고 당당하고 강한 모습으로 활보한다. 그 때부터 화장도 진하게 하고 물건을 훔치는 등 어찌 보면 지미로 인해 타락했다고 볼수도 있겠다. 작품 전반적으로 쿨데레의 면모를 보여준다. 불안정한 사춘기의 열병을 앓던 시절 자기 안의 환상을 그대로 구현한 듯한 지미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점점 현실적인 애정을 보여주는 성무에게 이끌리게 된다.
  • 진성무 : 오로지 혜정이만을 사랑하는 순수한 소년.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던 초등학교 시절, 자신에게 유일하게 친절하게 대해준 머리 길고 키 큰 소녀를 짝사랑하게 된 이후로 긴 머리에 큰 키를 보면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되었다. 그러다 같은 학교에서 범접할 수 없는 엄친딸로 손꼽히던 신혜정을 짝사랑하게 되고, 혜정의 어두운 사생활에 동행하게 된 이후로 혜정과 지미만의 불안정한 세계에 끼어들게 된다. 혜정의 언니가 죽은 후, 학교를 쉬고 있는 혜정의 집에 찾아가게 된 이후 헤정이가 그토록 찾던 첫사랑임을 알게 된다. 중반부에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재벌집 딸이자 프로듀서인 계소영에 의해 연예인으로 클래스 체인지 하게 되지만, 여전히 혜정을 잊지 못한다.
  • 지미 : 혜정의 남자친구. 하늘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홍대를 활보하는 사이코 중에 사이코. 중2병이라는 단어를 구현시킨 모습이다. 자기 말로는 마피아의 아들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중2병 허세. 불안정한 시절의 혜정에게 사랑이 되었지만,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자신은 혜정이 불안정한 시기를 이겨내게 되면 언젠가 혜정에게 잊혀질 것을 두려워한다.
  • 임보나 (임복남) : 그나마 이 등장인물 중에서 제일 정상적인 캐릭터. 사실 애도 일반적인 의미에서 별로 평범한 애는 아니다. 진성무의 언급에 의하면 가장 싸이코 같은 그 애 보나라고 불리지만, 솔직히 4명 중 그나마 상식인이다.
혜정이와 지미는 이미 청소년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스케일 큰 범죄와 파행에 깊이 물들어 있고, 성무도 혜정이와 지미를 따라서 온갖 비행에 가담했으니. 그나마 보나의 비행은 음주 선에서만 끝났다.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고 학교 땡땡이 치고 공개방송에 몰래 가는 등, 비행 자체가 일반적인 청소년이 저지를 수 있을 만한 선에서 끝난다. 게다가 4명 중 유일한 비흡연자 캐릭터. 넷들과 함께 돌아다니지만 사실 성무의 말대로 어딘지 모르게 붕 떠있는 느낌을 주며, 같이 있어도 같은 무리가 아닌 듯한 인상을 준다. 사실 보나는 이들 말고도 그나마 정상인의 범주에 속한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 더 많이 어울려 다닌다.
본명은 임복남이지만 본인은 그 이름을 매우 싫어해서 이름의 받침을 뺀 임보나로 스스로를 자칭한다. 금사빠 기질이 있어서 처음에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는 지미에게 첫눈에 반해 들이댔지만, 지미가 혜정과 사귀는 사이였음을 알고 상처받는다. 지미와 사귀는 사이였으면서도 자기에게 지미를 소개시켜주며 지미와 함께 자기를 농락했던 혜정에게 분노하지만, 헤정과 지미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매력에 이끌려서 신기하게도 그들과 더욱 어울려 다닌다. 혜정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한편으로 남다른 기질이 있는 혜정에게 이끌려서,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이과에 진학하며 혜정의 베스트프렌드 포지션에 서게 된다. 말이 베프지 실상은 고등학교 때 밥 같이 먹고 조회 때 줄 같이 서는 정도에 불과한 모양 같지만
지미 다음에는 성무를 좋아하게 되지만, 성무가 애초부터 혜정이만 바라보는 것에 마음 상한다. 하지만 혜정과 오래 어울려 지내면서 혜정이를 미워할 수는 없었던 모양인지,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혜정이를 만나서 속마음을 토로하고 헤어진다.
  1. 왜 그녀가 이런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했는지 작중에서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집단따돌림을 받았거나 폭행을 당했을지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멀쩡히 학교 다니는 여고생이 안경과 신발을 몽땅 잃어버릴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