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늉안어족

Pama-Nyungan language

호주 대륙에 살던 애버리진 언어의 90%를 포괄하는 최대 어족. 파마(Pama)와 늉안(Nyungan)이란 말은 원래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 지역 원주민 말(파만)과 남서부 지역 원주민들이 인간을 부르는 말(늉안)을 합성한 것이다.

호주 대륙은 그 크기에 비해 언어적인 차이가 적어서 식민지 시대 영국인들 또한 호주의 서부 끝과 동부 끝에 살던 애버리진 말 중에서 공통된 단어를 많이 발견하고 단일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긴 했다. 하지만 당시 호주 원주민과 접촉하던 사람들은 선교사나 인류학자, 관료 등으로 언어학적 지식이 많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라는 추측에서만 그쳤다.

1988년에 호주 원주민 언어를 연구하던 언어학자 케네스 홀(Kenneth Hall)은 처음으로 파마-늉간 어족이라는 대어족을 주장했는데,

당시에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호주 원주민 언어 연구의 권위자였던 딕슨(R.M.W.Dixon)은 대부분의 원주민 언어가 사멸해버린 현재로서는 정확한 어족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이 개념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케네스 홀은 최근의 저서에서 딕슨의 회의적인 견해를 '과장되고 웅장하게 잘못되었으며 삐뚤어졌다(Extranvagantly and spectacularly erroreous and wrong-headed)"고 비난하였다. 이후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특히 2004년 언어학자 보웬(Bowern)과 코치(Koch)가 비교언어학적 방법을 통해 원시 파마늉간어를 재구하여 그 실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

파마-늉간어족에 속한 언어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어휘는 tjina(발), mara(손), pula(2), kuna(똥), nga-(먹다), nya-(보다) 등이 있다. 애버리진 언어에서는 기본적으로 a,i,u의 3가지 발음이 단음과 장음의 형태로 존재하며 원시 파마늉간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단 눙가(Noongar)어와 같은 몇몇 언어에서는 e나 o발음이 희미하게나마 있긴 하다.

발음상 특징으로는 대부분 언어에서 권설음이 나타나고, s나 h 같은 마찰음은 거의 모든 언어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한국어처럼 유음이 어두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호주 원주민의 언어가 광활한 대륙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공통점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으나, 호주 대륙이 산악지형이 많지 않고 평평한 평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동과 교류가 용이하며, 특히 옛부터 호주 원주민 사이에서는 대륙 전체를 연결하는 7개의 교역로가 존재했으므로 언어가 고립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시 파마늉간어 자체가 인도유럽어처럼 처음처럼 단일화된 언어는 아니고, 호주 대륙에 있었던 고대 언어들이 자츰 교류를 통해 수렴 진화하는 형태로 통합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도 있다.

단 호주 북부(노던데리토리 주 및 안헴 지방)의 언어들은 파마늉간어족과 관계 없는 별개의 언어로, 인접한 파마늉간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과 접촉하면서 문법이나 단어에 일부 영향을 받았으나 문법과 어휘 자체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