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괴

중국의 고전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 확실한 이름은 밝혀지지 않고, 풍류괴도 임의로 지어진 가칭이다. 전갈 요괴 또는 전갈 여괴라고도 불린다.

독적산(毒敵山)의 비파동(琵琶洞)이라는 굴에서 살고 있는 요괴로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삼장법사와 그 일행이 서량 여인국을 빠져나오고 여행을 재개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서 삼장법사를 납치해간다. 하지만 다른 요괴들과는 다르게 삼장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삼장과 결혼하여서 그의 원양진기를 빼앗는 것이 목적이었다.[1] 아무튼 삼장법사가 납치된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사오정은 짐과 백마를 지키기 위해서 남고 손오공저팔계와 함께 스승님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손오공이 꿀벌로 변해 비파동에 몰래 숨어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풍류괴는 삼장 법사를 잘 모셔다 놓고 자기와 결혼해서 함께 살자고 온갖 유혹을 한다. 물론 불심이 깊은 삼장은 요괴 소굴에 끌려왔다는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도 요괴의 유혹을 끈기있게 계속 거절하였다. 이후 손오공이 풍류괴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봐서 삼장을 구하려고 하였지만 운 나쁘게도 요괴가 금방 다시 돌아와서 들키고 만다. 열받은 풍류괴는 삼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손오공과 대결한다.

무기로는 세 개의 작살을 사용하고 도마독(倒馬毒)이라 불리는 독을 쓰는데 말도 한방에 쓰러트린다는 이름답게 금강불괴의 육체를 가진 손오공도 이 독침에 한방 쏘이자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면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2] 이렇게 제법 강한 요괴였기에 쓰러트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손오공과 저팔계가 고민하고 있을때 노파로 변장한 관세음보살이 등장하여서[3] 풍류괴의 정체를 알려준다.

풍류괴는 본래는 전갈의 화신으로 한때 뇌음사에서 석가여래의 설법을 듣곤 했다. 근데 석가여래가 괜히 손으로 쓰다듬자 왼쪽 엄지 손가락을 독침으로 쏘아버린다.[4] 이에 석가여래가 금강역사들을 시켜서 이 전갈을 잡아오라고 하자 멀리 도망쳐서 서량여국 근처의 비파동에 거주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무리 인자한 석가여래라도 자기 손을 쏜 전갈은 용서할 수 없었나보다. 무기로 사용하는 작살은 전갈이던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가위이고 도마독을 쓰는 독침은 전갈의 꼬리라고 한다. 그 후 관세음보살은 자신이 직접 손을 쓸 수는 없으니 요괴를 퇴치하고 싶다면 동천문(東天門) 안에 있는 광명궁(光明宮)의 묘일성관(昴日星官)을 찾아가 보라고 조언한다.

묘일성관은 풍류괴를 퇴치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손오공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고 독침에 쏘인 손오공의 치료도 해준다. 손오공과 저팔계가 당당하게 비파동으로 돌아가서 요괴에게 나오라고 외치고 풍류괴는 둘의 유인책에 걸려서 묘일성관이 대기하던 곳까지 나와 버린다. 묘일성관이 두개의 볏을 가진 큰 수탉으로서의 본 모습을 드러내자 풍류괴는 그대로 사색이 된 채 꼼짝 못하다가 죽어버리고[5]본모습인 전갈로 돌아온다. 시체는 저팔계가 징그럽다면서 쇠스랑으로 내리쳐서 박살을 내버린다. 그 후 손오공과 저팔계는 삼장법사를 구출한 다음에 비파동을 완전히 불태워버리고 짐 지키고 있던 사오정에게 돌아간 다음에 일행은 다시 여행길에 나선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들 중에서도 몇안되는 여성형 요괴인데 손오공과 저팔계 둘을 상대하는데도 밀리지 않는 강함, 삼장과 결혼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특이한 요괴. 더군다나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여인국 바로 다음이라서 삼장 일행은 연속으로 여인들에게 시달린 셈이다.(...)
  1. 한 마디로 동정을 따려는 것.(...) 사실 이 요괴 말고도 서유기에 나오는 여괴(女怪)들은 대부분 삼장법사의 동정을 노린다.
  2. 이게 제법 대단한 게, 손오공은 태상노군의 환단이며 천도복숭아며 온갖 귀한 것들을 신나게 먹어와서 몸뚱이가 강철같다. 특히 동두철액, 즉 구리 머리에 강철 이마라 불릴 정도로 머리가 단단해서 온갖 병기는 물론 하늘의 번개로도 머리에는 상처 한 번 난 적이 없다. 그런데 비록 죽진 않았다지만 그 머리가 제대로 뚫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3. 손오공은 어지간히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자기들에게 오는 노파를 보고 한눈에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4. 관세음보살이 대놓고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할 것이지 괜히 손을 댔다'라고 말한다.(...) 부처님 디스. 여담으로 부처님도 어지간한 것엔 끄떡도 안 하지만 이 독에는 아팠다고 한다.
  5. 묘일성관이 뭔가 공격을 한 것은 아니고 진짜로 묘일성관의 본 모습을 본 풍류괴가 그냥 쓰러져서 죽어버린다. 수탉이 전갈의 천적이라는 설에서 따온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