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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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고전 서유기의 저팔계

1.1 배경

猪八戒. 이 세상 모든 돼지 캐릭터들의 아이콘이자 표본.

서유기에 등장하는 돼지괴물이자 삼장법사의 두 번째 제자. 본명은 저강렵.[1][2] 머리가 돼지[3]수인이다.

사용하는 무기는 상보심금파로, 이빨 아홉 달린 쇠스랑농기구 모양의 무기다. 여의봉만큼은 아니지만 서유기에서 꽤나 강력하고 유명한 무기. 저팔계 무기는 바주카포 아니었나? 여의봉보다는 급이 낮은 무기지만, 애초에 여의봉은 무기가 아니라 해저의 깊이를 재던 무식하게 커다란 도구였던 반면 상보심금파는 처음부터 저팔계를 위해 만들어진 호신병기다.[4] 태상노군의 팔괘로에서 만들어졌으며 무게는 5,040 근. 다만 겉모습은 영락없는 농기구라서, 저팔계를 만난 요괴가 무기가 고작 쇠스랑이냐고 비웃고 저팔계가 발끈해서 이 무기의 내력을 줄줄 설명하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원래는 천계의 수군대장인 천봉원수였지만, 취중에 월궁항아를 덮치다가 잡혀 철퇴 2천대를 맞고 지상으로 추방당했다. 아무리 5성장군이라도 성범죄자에겐 자비없는 개념 천계 이 때 잘못 들어간 곳이 암퇘지의 태내라 돼지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어미 돼지랑 다른 새끼 돼지들을 물어죽이고 요괴가 되어 난이저란 여괴와 결혼한다. 난이저가 죽은 후 길가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악행을 저지르다가 관세음보살의 눈에 띄어 저오능이라는 법명을 받고 경 가지러 가는 길에 동참하기로 한다.

삼장법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좀이 쑤셨는지, 멀쩡한 남자로 변신해 데릴사위를 구하는 부잣집에 찾아가 덜컥 합격해 결혼한다. 결혼한 후에는 점점 본색을 드러내 부인을 별채에 감금하고 요술을 부려 마을 사람들을 겁 주고는 했다. 장인어른은 질릴대로 질려 제발 이 요괴 사위를 퇴치해달라고 삼장법사 일행에게 빌었다. 그나마 일은 열심히 하는데다 잘하는 편이라 집안은 부유해졌다지만, 딸자식을 부모도 보지 못하게 감금해놓은데다가 육식만 안할 뿐[5] 먹기도 엄청나게 먹어대는데다가 본색을 드러낸 뒤론 흉측한 외모에 온갖 도술을 부리고 다니니 그럴 만하다.

결국 손오공을 만나 대판 싸웠지만, 고대하던 삼장법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냅다 항복하고 귀의한다. 삼장을 따라나서면서도 일이 파토 나면 돌아올 거라며 부인에게 기다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6] 이 때 삼장법사에게 기다리는 동안 스스로 계율을 지키기 위해 불가에서 금하는 5가지 음식[7]과 도교에서 금하는 3가지 음식[8]을 금하고 있었는데, 이제 만났으니 그 계율을 풀겠다고 하자 삼장법사가 안된다면서 계속 지키라고 '저팔계'라는 별명을 지어주게 되고, 이후로 대부분 저팔계라고 부르게 된다.

여행이 끝나고 서천에 도착한 이후 석가여래로부터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아 정단사자(淨檀使者)에 임명된다. 이때 스승님이랑 원숭이 형[9]은 부처가 되었는데 자기는 왜 사자가 되었냐고 불평을 하였는데, 석가여래가 저팔계가 음식을 탐하는 것은 본능이라 어쩔 수 없으니 공양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정단사자로 삼은 것이라고 달랜다.[10] 그런데 임명 전에 민가에서 대접받을 때, 정과를 얻었기 때문에 식사량도 상당히 줄어버렸다는 묘사가 등장했다. 어?[11]

1.2 역할

서천행 일행 내에서 백마의 고삐를 끌면서 삼장법사를 가운데에서 호위하는 역할이자 보조 전투원, 골칫덩어리, 트롤, 눈새.[12]

손오공이 강하긴 하지만 독불장군이 되는 상황도 있으므로 이럴 경우에는 제2순위로 투입되어 전투를 보조한다.[13] 삼장법사의 신변 보호는 믿음직스러운 사오정에게 맡기는 편. 하지만 상대가 보스급 요괴라면 그다지 도움이 되질 않아 요괴에게 점점 밀리다가 쇠스랑을 질질 끌고 후퇴하거나 포박되기도 하고, 상대 요괴의 속임수나 함정에는 백이면 백 넘어간다. 대신 졸개 요괴 정도를 가뿐히 때려잡을 실력은 된다. 또한 수중전의 경우, 손오공은 수중에서 힘을 못쓰기 때문에 사오정과 함께 주력으로 활약한다.[14]

전투가 없을 때는 서천행 일행의 짐꾼 역할을 하여 살림살이가 전부 든 짐을 매고 길을 걷는다. [15] 여산노모가 여색으로 삼장 일행을 시험하기 전에 저팔계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기본적인 짐은 이불 네 묶음, 담요 서너 채, 길고 짧은 밧줄 여덞 타래, 대나무 광주리, 쇠로 만들고 구리로 장식한 삼장법사의 구환석장, 차양 등이 있다. 여기에 시주 받은 음식, 약간의 돈, 저팔계 자신의 무기 등을 포함하면 무게가 꽤 나가는 짐이 된다. 짐꾼 역할을 하지 않을 때면 병기로 길을 뚫는 등 갖은 궂은 일을 거의 도맡아 하며, 손오공이 수작을 부릴 때면 매우 높은 확률로 저팔계를 대동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서천행 일행 중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일원.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이미 저지른 실수를 크게 만들거나, 불평불만을 늘어놓거나, 이간질을 하거나, 개드립을 날리는 등 부정적인 역할도 많이 맡는다. 일단 요괴가 좀 세다 싶으면 짐을 나눠서 돌아가자는 말부터 한다. 백골정 에피소드에서는 평소 손오공이 얄미웠던 저팔계가 말빨로 삼장법사를 부추겨 손오공을 파문시킨 뒤 강력한 황포괴를 만나자 손오공이 없어 쩔쩔매기도 한다. 다행히 백마의 충고를 듣고는 저팔계가 손오공에게 "저 요괴가 사형[16] 을 욕했대요." 하자 손오공이 요괴를 박살내버린다.

1.3 성격

1.3.1 욕심

식욕과 색욕에서 초탈하지 못한 유일한 일원인데, 관련 묘사는 쉴새없이 등장한다. 식욕은 서천에 이르기 전까지 관련 묘사가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성욕으로 말하자면 관세음보살님을 만나기 전엔 난이저라는 여괴의 데릴사위로 있었으며,[17] 그 뒤 삼장법사 일행을 기다릴 때도 견디지 못하고 앞서 말한 부잣집에 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등 한시도 참지 못하고 마누라를 구한다. 이후로도 관세음보살이 다른 보살들과 함께 여자로 변신해 삼장 일행을 유혹하는 시험을 했을 때도 저팔계만 홀렸다가 죽을 고생을 하고, 서량여국이라는 여자들만 사는 나라에 가서는 여왕의 미모를 보고 침을 질질 흘리기도 했다. 가장 압권은 탁구천에서 일곱 명의 거미 여괴를 만나자, 미꾸라지로 변해서 그들이 목욕하고 있는 샘에 들어가서 그들의 사타구니를 쑤시고 다녔다. 서유기의 어떤 판본에서는 어느 왕국에서 궁녀를 겁탈하는 이야기도 있다.

물욕도 상당하다. 삼장 일행은 여비를 전혀 지니지 않고 시주를 받아가며 여행하지만, 저팔계는 시주받은 것을 모아 비자금까지 마련했을 정도. 하지만 오승은의 서유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판본에서는 욕심은 많이 부려도 스님으로서의 규율은 끝까지 지킨 걸로 묘사된다. 참고로 이렇게 미련하고 욕심이 넘쳐 오히려 웃기고 친근한 푼수 인물의 특성을 한자로 '골계滑稽'라고 한다. 지금 말로 바꾸면 개그, 혹은 개그 캐릭터 정도.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작중 내의 감초 역할이자 진중하고 심각한 분위기에 때로 활력을 주는 윤활유 역할.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민폐 캐릭터.

1.3.2 미련함

서유기 전체에 걸쳐 미련하다는 묘사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가장 좋은 예는 후반부에 등장하는데, 삼장법사를 납치한 지용부인을 찾던 손오공과 저팔계는 지용부인의 하녀 노릇을 하는 두 요괴를 발견한다. 손오공이 저팔계에게 정보를 캐내라는 분부를 하자 저팔계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뜬금없이 요괴야 라고 부른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대뜸 요괴 소리를 들어서 화가 난 여요괴들은 작대기로 저팔계를 때린다. 혹을 여러 개 달고 돌아온 저팔계는 손오공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사정을 들은 손오공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매를 덜 맞았다고 놀리며, 버드나무는 부드럽기에 사랑받고, 박달나무는 딱딱해서 끝없이 두들겨 맞는다.고 일깨워 준다. 즉, 아무리 상대가 요괴라고 해도 대놓고 요괴라고 부르면 누가 기분이 안 나쁘겠냐는 것.

참고로 서유기 세계관에서 요괴는 위상이 상당히 낮으며, 상당수의 요괴도 그 사실을 잘 알고있다. 새태세의 부하 요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은 하늘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니 결코 잘 될 리가 없다고 투덜댔으며, 손오공에게 맞아 죽은 요괴들 또한 삼장의 고기를 먹으려고 하는 이유를 자신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오렌 세월을 견뎌왔는데 삼장의 고기를 먹기만 하면 단숨에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홍해아와 흑풍 대왕이 관세음보살에게 거두어져 공덕을 얻자 손오공에게 감사를 표했는데 우마왕은 이를 보고 아들과 생이별했다며 손오공에게 화를 내다가, 손오공이 홍해아는 이제 영생을 누리며 선행을 쌓는 귀한 몸이 되었는데 왜 자기한테 화를 내냐고 말하자 우마왕아 반박할 거리가 없어져서 말을 못할 정도다. 결정적으로 육이미후 편에서 손오공이 파문당한 후 관음보살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목에서 관음보살이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된 일이나, 요괴를 떄려 죽이는 건 공적이라고 언급한다.

미련한 성격 덕에 삼장법사의 관심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는다. 손오공이 갈구기[18] 시작하면 삼장법사가 그만 구박하라며 말리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청모사자 에피소드에서는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익사한 왕을 살려낼 계책을 말하며, 저팔계의 말만 듣고 편을 들어 계책을 이루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투덜거릴 정도. 다만 삼장법사라고 저팔계를 늘 편애하는 건 아닌게, 금각 은각 에피소드에서는 저팔계가 시킨대로 정찰을 하기는커녕 게으름을 피우기만 하다 돌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저팔계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팔계가 맞기는 맞아야겠다고 순순히 인정했다.[19] 봉선군에서는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데 뭐하러 떠나냐며 손오공에게 딴죽을 걸다가 삼장법사에게 혼나기도 했다. 또한 여행의 극후반부인 천축국에서는 삼장법사가 공주로 변장한 요괴에게 장가들게 되자 예비 부마인 삼장법사의 위세만 믿고 천축국의 황제 면전에서 날뛰다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장가를 들게 되어 속만 썩이던 삼장법사가 불같이 화내며 관세음보살이 하사한 쇠로 만든 선장으로 직접 저팔계를 스무 대나 때리기까지 한다.

욕심이 많고 미련한 모습 덕에 자뻑이 심하고 앙큼스럽다고 묘사되는 손오공과의 콤비가 유명하다. 외관상으로 뚱뚱한 돼지와 비쩍 마른 원숭이의 모습도 대조를 이루고, 저팔계의 태평한 성격은 다혈질인 손오공과 좋은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사실 저팔계는 생긴 것과는 달리 잔머리가 잘 돌아가기 때문에 손오공에게 놀림받고 까일때면 손오공을 골탕먹이는 것도 잘한다. 주된 패턴은 귀가 얇은 삼장법사를 어떻게든 꼬셔서 긴고주를 외우게해서 손오공을 엿먹이는 것.

1.3.3 게으름

삼장법사나 손오공이 일을 시키면 불평하며 일을 하려 들지 않고, 때로는 몰래 낮잠을 자거나 거드름을 부려서 일행에 민폐를 끼칠 때로 끼치는 게으름벵이다. 이에 짜증이 날대로 난 손오공이 여의봉으로 때리겠다고 협박해야 그제서야 식겁하며 일을 하는 건 서유기의 황금 패턴 중 하나다.

1.4 능력

능력은 사오정과 엇비슷하지만, 공적은 저팔계가 더 많다. 사오정은 짐을 지키거나 삼장법사의 신변을 지키는 역할이기 때문. 손오공에게는 당연히 후달린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하듯이 유일하게 손오공을 능가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수중전. 손오공은 물 속에 들어가는 건 가능하지만 결을 맺고 있거나 물에 사는 동물로 변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투력이 수직낙하한다. 손오공도 수영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잘하는 편도 아니다. 전생에 천계 수군대장이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 수중전이 있으면 일단 저팔계가 들어가 요괴의 어그로를 끈 뒤 물밖으로 유인하여 손오공이 때려잡도록 하는것이 주된 패턴. 하지만 성공율은 0

하지만 이론상 사오정과 비슷한 능력치임에도 어쩐지 삼형제가 전부 출동하는 싸움에서는 가장 먼저 패하여 도망가거나 포박당하는 징크스가 있다. 예를 들면 사타동의 세 마왕과의 싸움, 구령원성 일행과의 싸움, 세 코뿔소 요괴와의 싸움 등등.

뭐 그렇다고 아주 쓸모없을 정도로 약한 건 아니다. 왕년에는 천봉원수, 즉 천계 수군의 장군이었기에 작정하고 무술을 선보이면 빛이 번쩍번쩍 빛난다고 묘사될 정도의 실력자이며 상황에 따라 마왕급 적과도 제법 잘 싸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마왕과 싸울 때는 손오공과 함께 우마왕을 공격하다가 손오공이 좀 띄워주니까 신이 나서 몰아치니 지칠대로 지친 우마왕이 결국 후퇴했다. 남산대왕과의 싸움에서는 손오공이 말로만 도와준다고 외치자 용기를 얻어 홀몸으로 다굴놓는 적들을 격퇴하는 위엄을 선보이기도 한다. 다만 손오공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전에는 많이 밀리던 상황이라는 걸 생각하면 평소에는 자신감 부족 때문에 본 실력을 나타내지 못하는것 같다. 사실 깨지는 모습이 많은것은 그만큼 사오정보다 전투에 많이 투입되기 때문인 것도 있다.

지능의 경우, 우둔하다고 묘사되지만, 영리한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문제는 대부분 손오공 골탕먹이기에 악용한다는 점이다 물에 관련된 일이라면 박식하여, 얼어붙은 통천하를 건널 땐 삼장법사에게 지팡이를 가로로 잡으라고 한다. 만에 하나 얼음이 깨졌을 땐, 가로로 잡은 지팡이 덕에 물에 완전히 빠질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 처음엔 이게 무슨 수작이냐며 딴지를 걸던 손오공도 저팔계의 설명을 듣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며 저팔계의 말을 따랐다. 청모사자를 잡을 때, 청모사자가 삼장법사로 변신하여 손오공을 혼란시키자 긴고아를 못 외우는 쪽이 가짜라는 사실도 단번에 파악했다. 옆에서 미소만 짓던 저팔계에게 손오공이 화를 내다가, 저팔계의 계책을 듣고는 성질을 억누르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까지 했다. 손오공의 발언에 사리있게 반박하는 부분도 꽤 많아서, 손오공이 미련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제법 조리있게 반박할 줄도 안다고 웃으며 인정하는 부분도 꽤 많다. 또한 상술한대로 삼장법사의 호의를 이용하여 손오공을 골탕먹이는 모습도 종종 나온다.

손오공의 72가지 둔갑술보다는 양과 질적으로 모두 떨어지긴 하지만[20] 36가지 둔갑술을 사용할 수 있으며,[21] 근두운보다야 느리지만 구름도 탈 수 있다.

1.5 민폐

서천행 일행 중에서는 민폐로 따지자면 필두를 차지하며, 삼장법사 다음으로 독자의 짜증을 유발한다. 그나마도 개그캐 보정이 있어서 덜 미워진 거다

저팔계의 대표적인 민폐 행적 중 하나는 상황을 가리지 못하고 말을 내뱉는 것이다. 인삼과 도난 사건도 저팔계가 떠들었기 때문에 들통이 나서 일행이 고생했고, 주자국 왕의 병을 치료하여 잔치를 열 때, 자신의 공로를 인정받고싶은 마음에 약에 말의 오줌을 넣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것을 손오공이 막아서 어찌어찌 넘어가긴 했다.[22] 가장 가관인 것은 구령원성과 싸울 때인데, 싸움 끝에 손오공을 제외한 서천행 일행과 근처 나라인 옥화현의 왕과 왕자들이 잡혀 있었다. 이 때 손오공이 몰래 요괴의 소굴에 잠입해 일행을 구출하려 하는데, 손오공이 사오정부터 구출해 주자 심통이 나서 내가 더 오래 매달려 있었다, 왜 나는 내비두고 사오정부터 구출하냐고 몸을 뒤틀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요괴들이 잠에서 깨어나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손오공은 혼자 도망쳐야 했고, 풀려난 사오정은 미처 도망가지 못해 엄거주춤하게 서 있다가 도로 결박당했다. 서천행 초반이라면 어찌어찌 미숙하다며 변호를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사건이 벌어진 건 서천행 일행이 옥화현에 있었을 때, 즉 서천행 여행의 약 9할 정도가 끝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약 십 년 넘게 요괴와 싸우고 붙들리는 고초를 겪었어도 저렇게 눈치가 없었다는 이야기.

이떄문에 삼장법사, 사오정 [23], 특히 손오공의 지적을 많이 받는다. 특히 손오공은 짜증을 견디다 못해 저팔계의 멱살을 잡거나 때리며 윽박지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다. 서천행 일행만 저팔계의 행실을 지적하는 건 아니다. 진원대선은 손오공이 인삼과 나무를 죽인 후 온갖 술법을 부리며 빠져나가도 관대하게 웃다가 손오공의 술법으로 솥이 박살나고 여러 제자가 끓는 기름에 화상을 입어서야 화를 내고, 손오공이 얼른 나타나서 변명하자 그나마도 잊고 호탕하게 웃으며 인삼과를 살려 놓기만 하면 손오공의 민폐를 용서하고 예를 갖춰 손오공과 의형제를 맺겠다고 공언한 대인배다. 이토록 관대한 진원자가 손오공이 인삼과를 살리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서천행 일행을 돌보게 되었는데, 저팔계가 기껏 찾아온 후배 신선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고 시끄럽게 굴자, 이맛살을 찌푸리며 저팔계의 면전에서 저 놈이 갈수록 점잖지 않게 군다고 짜증을 부렸다.

1.6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

이렇듯 안 좋은 부분들이 많지만 알고보면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기도 하다.

일단 혼인관계에서 보면 저팔계 쪽에서 사기결혼, 강제결혼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애초에 고태공이 데릴사위를 들인 목적은 노인봉양이었고 저팔계는 식탐이 심하긴 했지만 일도 성실하게 했는지라 재산을 많이 벌어들였다. 그런데 고태공 측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돼지얼굴, 요괴 사위를 들였다는 사실이 거북해서 등 이유로 혼인관계를 파기시키려 하는 건 아무리 봐도 정당한 이혼사유라고 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저팔계를 퇴치하려고 나섰던 손오공도 "천계의 선인이 하계에 내려온 거니 당신의 딸과 결혼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데 그냥 사위로 두라" 고 권고할 정도. 즉 이 사건은 어떻게 보면 쌍방과실이며 저팔계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서천행, 본격 저팔계 고난의 시작이다. 일단 위에서 언급했듯이 일행의 짐은 전부 저팔계 몫이다. 또한 험난한 곳에서 길을 내는것도 저팔계 담당이다. 즉 서천행에서 온갖 궂은일은 저팔계 전담이다. 평소에도 이렇게 힘든데 위험한 일, 즉 전투에도 제2순위로 투입되어 고생한다. 이에 비하면 사오정은 평소에는 봇짐을 항요장에 찬 채 백마를 돌보고 전투 시에도 삼장법사의 신변보호를 가까이 하는 등 저팔계에 비해선 비교적 쉽고 안전한 포지션이다. 사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다면 저팔계의 식탐 문제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게, 저팔계가 많이 먹긴 하지만, 대신 그만큼 하는 일이 많기도 하다.

이렇게 본업만으로도 고된데, 가끔씩은 손오공이란 놈이 심술을 부려 자신이 해야 할 일들(정찰 등)까지 떠맡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싫은 내색을 내면 바보, 게으름뱅이라고 매도하거나, 아예 때리겠다고 위협까지 한다. 물론 여의봉의 무게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손오공이 때린다는 말은 구타 정도가 아니라 그냥 죽이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서천행에서 손오공은 수시로 저팔계를 상대로 장난을 친다. 흔히 저팔계가 말빨로 손오공을 헐뜯어서 골탕먹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손오공이 저팔계를 놀리는 경우가 더 많다. 보물이 있다고 속여서 우물 바닥에 처넣은 뒤, 시체를 업고 올라오게 하거나, 마을이 있다고 속여서 요괴 소굴로 탁발을 보내거나, 저승사자로 변신하여 삥뜯는 정도는 양반이다. 심각하게 질 나빴던 경우는 사타동의 세 마왕과 싸울 때인데 저팔계는 구명줄을 허리에 차고 위험하면 당겨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손오공은 오히려 놓아버려서 저팔계가 잡혀가도록 하였다. 오죽하면 삼장법사까지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남들은 요괴임에도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한데 넌 왜 이러냐? 이러니까 오능이 널 싫어하지." 라며 꾸짖는다.

사실 이정도까지면 저팔계가 이간질을 하거나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것도 이상하지 않다. 저팔계의 의지부족을 탓하기전에 일행의 문제들도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게다가 저팔계는 말로만 포기하겠다고 했지 실제로는 끝까지 견지했던 반면[24] 손오공은 이탈한 경력만 해도 세 번이며 포기하려고 맘먹은 적도 있다.

이렇게 온갖 수고를 겪으며 서천까지 왔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고작 정단사자라는 직책이다. 이 직책은 여직정과에 해당되는 것으로, 대직정과에 해당되는 사오정의 금신나한보다 낮다. 앞에서 언급하듯 공적 자체는 저팔계가 더 많은데도 말이다. 맘껏 먹을 수 있는 직위이니 저팔계에게 적절한 직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식탐이 심한 사람이라도 배불리 먹는 것에만 만족하며 살아갈 사람은 정말 드물다. 고작 배불리 먹기 위해서라면 저팔계가 편안하던 요괴 생활을 버리고 온갖 고생까지 하면서 여기에 올 일은 없다. 게다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팔계는 이미 정과를 얻었기 때문에 식사량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2 서브 컬쳐의 저팔계

보통의 경우에는 민폐 담당으로 나온다. 원전에서부터 민폐 담당이기는 하지만.

2.1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

자세한 것은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 항목 참조.

2.2 최유기의 등장인물

자세한 건 최유기의 저팔계 참고.

2.3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서유기 ~여행의 끝~ 에피소드에 나오는(?) 저팔계

성우는 나이토 료. 사실 서역 도착전에 그만 배고픈 다른 세명에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래도 마지막에 제일 먼저 서역에 골인(?) 했다.
여담으로 삼장법사의 회상을 보면 계속 자기가 식재료라니 맛이 있다더니를 계속 어필한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잡아먹힐때는 비계맛밖에 안난다며 살려달라하다가 먹힌다(...)

2.4 SF 서유기 스타징가의 돈 핫카

돈 핫카 항목 참조.
  1. 서유기가 맨 처음 쓰일 당시에는 성이 주(朱)씨였다가 나중에 세워진 명나라태조(주원장)가 성이 주(朱)씨여서 피휘를 하고자 나중에 朱와 발음이 비슷한 저(猪)씨로 고쳐졌다고 한다. 즉 원래 이름은 주팔계가 된다. 조선 초기의 중국어 학습서인 박통사(朴通事)에 수록된 서유기 발췌분에서 '朱八戒'라 쓰인 부분이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2. 최유기의 영향으로 저오능이 본명이고 저팔계가 법명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정반대다. 본명은 저강엽, 법명은 저오능, 별명은 저팔계다.
  3. 정확하게는 멧돼지.
  4. 때문에 가끔씩은 여의봉보다 더 상위의 보물로 평가되기다 한다. 옥화현에서 사자 요괴가 일행의 무기를 훔쳤을 때 잔치를 열었는데 잔치의 이름이 정파회, 즉 저팔계의 쇠스랑이 메인이었다.
  5.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무렵 저팔계는 8가지 음식을 금하고 있었는데, 그 중 3종은 고기다. 이것만 보면 이 세 종류 이외의 고기는 먹었을 듯 싶기도 하지만, 장인어른이 삼장법사에게 푸념할 때 보면 그나마 육식은 하지 않아 식탐이 엄청난데도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고 말한다.
  6. 훗날 다른 작가가 쓴 '후서유기'라는 2차 창작에서는 이 기다리고 있던 부인이 낳은 저팔계의 후손이 이쪽 일행의 저팔계 포지션을 맡게 된다.
  7. 일명 오신채라 부르는 그것. , 마늘, 부추, 달래, 생강이다.
  8. 하늘에서 금슬이 좋은 기러기, 땅에서 집을 지키는 개, 물속에서 군신의 의리가 있는 뱀장어의 고기라고 한다.
  9. 猴哥. 원작에서 저팔계가 손윗서열인 손오공을 부르는 존칭이자 한편으로는 깐죽거리면서 늘 부르는 호칭이다.
  10. 아직도 그런 거나 따지고 있으니 부처에 오르지 못한다고 꾸중하는 바리에이션도 있다.
  11. 물론 저팔계 기준으로 줄어든 것일뿐이다.
  12. 삼국지연의의 장비, 수호전의 흑선풍 이규와 비견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단 포악한 장비나 이규와는 달리 저팔계는 상당한 여유로움과 위트를 가졌고 일행 내 진중한 분위기에 때로는 웃음을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13. 손오공은 강하지만 위트는 많지 않은 편이다.
  14. 유사하서 살던 사오정이 저팔계보다 수중전은 한 수 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팔계 역시 천계의 수군을 통솔하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뭣보다도 이미 유사하 에피소드에서 둘은 명백하게 무승부였다.
  15. 단 사오정이 일행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짐꾼의 역할이었고 사오정이 일행에 합류하면서 백마 고삐끈을 끄는 역할로 고정된다.
  16. 師兄. 저팔계가 손오공을 부를 때 쓰는 존칭이다. 사오정은 손오공을 대사형, 저팔계를 이사형으로 구분해 부른다.
  17. 그 여괴가 죽은 뒤로는 그냥 그 여괴의 거처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18. 손오공으로부터 늘 呆子, 夯货(둘 다 바보라는 의미)라고 놀림받고 갈굼당한다.
  19. 순전히 짐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산을 넘어갈 때까지만은 봐 주자고 했는데, 금각은각대왕이 끼어드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에는 어물쩡 넘어갔다.
  20. 크고 우둔한 것으로만 변신 가능하다고 본인이 언급.
  21. 손오공수보리 조사의 제자일 무렵 둔갑술을 배울 때 천강수 36가지 둔갑술과 지살수 72가지 둔갑술 중 어느 것을 배우겠냐고 하자 손오공은 자기는 욕심쟁이라 숫자가 많은 게 좋다며 지살수를 배우겠다고 했었다. 저팔계가 배운 것이 바로 나머지 하나인 천강수 36가지 둔갑술. 물론 수보리 조사한테 배운 건 아니고 어디서 배웠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여담으로 변신 가능한 수가 적을 뿐, 천강수가 원래 지살수보다 더 안 좋은 것인지는 작중 나오지 않는다. 저팔계가 손오공보다 둔갑술 실력이 낮기 때문에 제대로 된 비교가 힘들기도 하다.
  22. 그냥 말의 오줌이 아닌 백룡마의 오줌으로 산속의 풀이 머금으면 영지초가 되고 물고기가 마시면 용이 되는 영약이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기는 어려우니...
  23. 서열상 동생에게도 핀잔을 듣고 갈굼받는 못난 형 역할이다.
  24. 심지어 손오공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두 번이나 구해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