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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eedings
학술문헌 조사의 참고정보원 중 하나이자, 한 연구가 학계에서 첫 발을 내딛는 단계. 학술연구의 파릇한 새싹.
어떤 연구주제가 연구실에서 갓 튀어나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논문 형식으로 정리해 놓은 보고서. 학회 같은 곳에 가 보면 수많은 대학교 연구실들에서 연구관련 포스터들을 잔뜩 걸어놓는데 이는 포스터(poster)이고, 이렇게 포스터 또는 강연으로 발표된 내용을 논문 형식으로 정리해 놓은 보고서는 프로시딩이다. 혹은 그 보고서들을 모아서 학회 주최 측에서 발간하는 프로시딩 모음집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간 지성의 따끈한 신착자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선보여진 프로시딩은 해당 학술대회에 참석한 다른 학자들과 함께 난상토론을 하면서 다양한 비평과 평가를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회 홈페이지에 PDF 파일로 업로드되기도 하며, 드문 경우지만 저널 측에서 이번 호의 이슈로 선정하여 학회지에 공유하기도 한다.
일단 동료평가를 아직 거치지 않은 상태이고(일부 분야 제외), 선게재 후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문헌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 연구에 대해서 다른 연구자들의 코멘트나 비평, 지지, 반박 등등을 전부 수집해 보고, 후속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 있는지도 찾아봐야만 이걸 어찌 판단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프로시딩의 또 다른 단점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회색문헌의 한 종류라는 것으로, 해당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열람 자체도 크게 제약을 받거니와, 아예 이런 게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단 전산학 분야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곤란하다! 전산학은 트렌드나 핫 이슈의 변화가 잦은 편이라서 투고에서 출간까지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저널보다 프로시딩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이 분야의 학회는 프로시딩 하나를 올리는 데에도 동료평가가 필수이고,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학회에서는 리비전을 요구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저널과 맞먹는 수준으로 심사를 진행하는 학회도 있어서 논문 하나 쓰기가 저널보다 까다로운 경우도 많다! 실제 전산학 주요 분야의 탑티어로 인정받는 학회들은 그 수준이 SCI/SCIE급 저널과 별 차이 없다. 문제는 한국에서 연구자 평가의 기준이 대부분 SCI/SCIE 저널 기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분야 사람들은 소위 탑티어급으로 평가 되는 좋은 학회에 논문을 발표해도 저널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 어쨌든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는 한국인 주도의 학회 또는 한국인이 주요 간부급으로 있는 학회에서는 발표한 학회 논문을 확장하여 SCI/SCIE급 저널, 못해도 SCOPUS 등재 저널에 실을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1999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대학원 육성 산업인 BK21이 점차 진행되면서 위와 같은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분야의 주요 국제 학술대회 프로시딩을 SCI급 실적으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이를 선례로 SCI급을 실적으로 요하는 대학원의 박사졸업요건이나 타 국책사업 등도 BK21의 기준을 비슷하게 따라가는 중이다.[1] 인정되는 학술대회는 대부분 ACM이나 IEEE, USENIX이 주관, 후원[2]하는 학술대회들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 WWW 등의 학술대회도 있다.
프로시딩에 눈과 귀를 열고 부단히 쫓아다니는 학술계의 얼리 어답터(?)들도 의외로 적지 않다. 이들은 이 분야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프로시딩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전세계 대학교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가 진행중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 것이다. 깐깐한 검증과 비평을 거쳐서 저널에 게재되는 논문들을 읽는다면 신뢰성 문제는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예전에" 그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던 연구를 이해하게 될 뿐이다. 이처럼 프로시딩은 그 잠재적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회색문헌이라는 성격상 자기 가치만큼 유용하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위와 같은 장점과 단점들은 출판전 논문(preprint)의 특징과도 거의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쪽은 학술대회 게시판에 붙는 것이고, 출판 전 논문은 저널에 출판되기 이전의 것. 그 외에,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회색문헌이라거나 최신 동향을 파악할 단서가 된다거나 하는 것들은 대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프로시딩은 학자들의 성과평가에서 다른 학술발표 활동에 비해 다소 낮게 평가되곤 하는데, 출판 전 논문은 일단 출판되면 그런 차이가 없다는 것도 차이점.
일단 프로시딩이 학술저널에 오르게 되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는 힘들겠지만, 동료평가는 기본적으로 통과했다고 간주할 수 있다. 해당 주제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들이 많아지고, 피인용수가 올라가고, 더 많은 연구자들이 그 연구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 한때 파릇한 새싹이었던 그 논문은 마침내 많은 과실을 맺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일부 저널들 중에는 이름부터 "프로시딩" 인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의미의 프로시딩으로 쳐주지는 않는다.
국내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송유근의 논문표절 사건으로 인해 유명해졌다. 물리학 분야에서 논문으로 잘 쳐주지 않는 프로시딩도 출처 목록에 밝혀야 하는가가 문제가 된 것.[3] 지도교수의 과거 프로시딩을 자기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저널 측에서도 뒤늦게[4] 표절이라고 판단하여 게재 철회 조치를 내렸다.[5] 오픈액세스 운동가이자 학술문헌 전문가로서 이 사건에 관여했던 제프리 빌은 동아사이언스 인터뷰에서 "프로시딩도 인용을 해야 한다" 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2002년 프로시딩에는 없는 송유근이 2015년 논문에 갑툭튀한 점에 대해서 아무리 프로시딩이라도 두 글의 학술적 차이가 분명해야 하는데- ↑ 국제저명학술대회라고 지칭하는 경우도 있고,
귀찮아서아예 BK21 기준이라고 못 박는 경우도 있다. - ↑ 스폰서 형태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다를 수 있다. 학술진흥재단에서는 Sole-Sponsor, Co-Sponsor 형태의 IEEE computer society 본부 주관 국제학술대회을 인정하고 그 외에는 과제나 대학원 규약을 참고하자.
- ↑ 박석재 박사의 "급이 낮은 자료" 발언은 물리학계에서 프로시딩의 안습한 위상을 보여준다.(...)
사실 대학원 말년 차 정도라면, 국내 학회에서 누구를 만나고, 뱅킷(banquet)에서 뭐먹었는지는 기억해도, 무슨 주제로 논문 발표했는지는 기억못하는 경우도 많다. 학술 발표보다는 연구 동향 파악 및 친목질(...)을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 아마도 회색문헌이라는 성격상 심사 과정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밝혀지기로는 저널에서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인용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었다고. 최종적으로 저널 측에서는 "단순히 인용이 누락된 것 이상으로, 인용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시딩과의 내용의 유사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고 밝혔다.
- ↑ 논문이라는 것이 인용은 가급적 철저해야 하지만, 또 그렇다고 불필요한 인용이 많다 싶으면 지도교수 선에서 불호령이 떨어지거나 저널에서 리젝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고의적 표절로 확인되었으나, 항상 인용을 무조건 최대한 하는 게 능사인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