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에 찍은 머그샷.
말해 줘.-내 머리가 잘려 나간 후에도, 내가 잠깐이나마 들을 수 있을까? 내 잘려나간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소리를 말이야. 그건 모든 쾌락을 끝내버릴 쾌락일 텐데.[1]
독일의 악명높은 연쇄살인마로 일명 뒤셀도르프의 뱀파이어(The Vampire of Düsseldorf).
1883년 5월 26일 독일 쾰른 근교 뮌하임의 가난한 집에서 13명의 아이 중 셋째로 태어났는데, 연쇄살인마 같은 중대한 범죄자들의 상당수가 그렇지만 가정 환경이 단순히 빈곤한 수준이 아니라 매우 끔찍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가 만악의 근원이었는데, 아이들 앞에서 아내를 상대로 강간하다시피 하며 성교를 하는가 하면, 자기 딸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르텐은 이미 어린 나이에 여러 경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2]
1894년 가족들과 함께 뒤셀도르프로 이사한 쿠르텐은 이후 방화, 절도 등으로 형무소에 여러번 들어갔다 나오곤 했다. 그는 이후 들개 포획가로 고용되었는데, 이때 들개를 고문하던 폭력성이 이후 사람을 향하게 된다.
1913년 30세의 쿠르텐은 술집을 몰래 털던 중 크리스틴 클라인이라는 어린 소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강간한다. 공교롭게도 이때 자신의 이니셜이 적힌 PK라는 손수건을 현장에 떨어뜨렸고, 이때 잡았더라면 뒤의 끔찍한 사건들이 터지지 않았겠지만, 하필이면 소녀의 삼촌 이름이 피터 클라인으로 이니셜이 같았던 탓에 쿠르텐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어 버렸다.
1921년 또다른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쿠르텐은 알텐부르크로 가서 한 여자[3]한테 반해 1923년 결혼하고는 1925년 뒤셀도르프로 이주했다. 그리고 여기가 이 놈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무대가 되었다.
1929년 2월 9일, 한 9살 소녀를 성추행하고 죽이는 것으로 그의 연쇄살인이 시작되었다. 이후 그는 중년의 기계공을 살해하는가 하면 어린 소녀들의 목을 칼로 찔러 죽이고, 여러 여자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독일인들은 이 살인마를 '뒤셀도르프의 흡혈귀'라고 부르며 패닉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몇몇 생존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살인 방법이 다양해서 독일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쿠르텐은 잡히지 않은 채 자신이 피해자의 시신을 묻은 곳이 그려진 지도를 신문에 우편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1930년 5월, 쿠르텐은 마리아라는 젊은 여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온 뒤 다시 숲으로 함께 가서 그곳에서 그녀를 강간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파트 주소를 아냐고 추궁했고, 마리아는 "몰라요."라고 대답하고는 빠져나왔다. 물론 마리아는 쿠르텐의 아파트 주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이후 경찰에게 이 악마의 주소를 알려주었고, 이후 쿠르텐의 아내가 경찰에게 불렸다. 한편 경찰이 조사하는 상황을 주변에서 며칠 동안 지켜보던 쿠르텐은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자신이 뒤셀도르프의 흡혈귀이니, 자신을 신고해 현상금을 챙기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던 아내는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쿠르텐을 경찰에 넘겼다.
재판에 넘겨진 쿠르텐은 이후 자신이 정신이상자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에서는 이를 무시했고, 배심원들은 단 90분 만에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에게는 사형이 선고되었고, 1931년 7월 2일, 이 희대의 살인범은 웃는 얼굴로 기요틴에서 처형되었다.
프리츠 랑 감독의 고전 명작 영화 M에서 나오는 범인이 이 쿠르텐과 꽤 공통점이 많아서, 영화가 이 사람한테 영향을 받은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다만 감독 본인은 이를 부인했다.
한편 이 사람의 머리가 과학자들이 뇌를 연구할 목적으로 보존되었는데, 현재는 미라화되어 미국 위스콘신 주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