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차

1 개요

협차(夾叉), 영어로는 straddle

전함 포술에서 일제사격의 탄착이 표적의 전후 및 좌우에 걸쳐있는 상태 즉 목표가 일제사격의 탄착군 안에 위치하는 상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전함 시대 일본 해군 용어로 국군의 경우는 전함시대 이후에 건군되었으므로 해당되는 용어는 없으나 비슷한 개념으로 육군 포병포술에서 언급되는 협차가 있으며 적에게 포탄을 명중시키기 위한 탄도 계산 및 수정과정에 대한 용어라 실질적으로 별차이 없다. 육군과 해군에서 같은 용어의 상세가 달라진 것은 드레드노트급 이후의 전함의 포술상 특징에 의한 것일 뿐이다. 육군의 협차 개념은 각 포의 탄착 과정을 통해 명중까지 수정하는 개념이고 해군의 협차의 경우 동일구경의 함포를 동시에 사격해서 탄착군을 적 함에 위치하도록 한다의 차이일 뿐이다. 영어도 동사로 straddle이라고 똑같이 쓴다.[1]

협차가 성공했다는 것은 표적이 자함 포탄의 탄착군 내부에 위치해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표적과 자함의 상대위치가 변화하지 않는 한 동일 제원으로 계속 일제사격을 하면 확률적으로 적함이 포탄에 명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맞는 쪽 입장에서 적이 자함에 대하여 협차시켰다는 것은 곧 적탄에 명중될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상대에게 먼저 협차될 경우 회피기동을 하게 된다.

2 원인

협차라는 것은 확률론에 기반한 것으로 명중하지 않고 목표물의 근처에 포탄이 낙하해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는 것에 대해 얼핏보면 상당히 엉성하고 의미없는 개념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장거리 포격술, 특히 거친 해상에서 흔들거리면서 고속으로 항진하는 배에서 수십km 떨어져 있으며 역시 고속으로 이동하는 적함을, 대기를 비롯한 환경, 장약의 질, 포신 마모상태 등의 이유로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함포로는 개별적으로 정확하게 조준해서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개념이다. 협차 과정을 통해 탄착군을 적함에 형성시킬 수만 있다면 이후 포탄은 동일 또는 추가적인 보정을 통해 적함 근처에 떨어질 것이고 결국은 명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각 함포의 탄착점을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2] 개별적인 오차 보정 및 탄착점 수정도 불가능해 진다. 따라서 일제사격(Salvo)를 통해 전체 탄착군을 확인하고 이를 사격통제소에서 단일 제원을 각 함포에 내리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3 과정

3.1 탄도 계산법

일단 야마토급 전함의 주포 최대 사거리는 42km다[3]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거리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상에서 수평선으로 간주하는 거리는 날씨에 따라 18km에서 20km 중반이며 야마토급의 포술지휘소 높이는 50미터이므로 최대 25km정도이다. 그 이상은 아무리 시계가 좋아도 지구가 구라서 보이지 않는다. 즉 우리가 수평선이라고 생각하는 곳 이상으로 먼 곳을 타격하는 것이다. 그런 거리에서 목표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대포를 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장거리 사격이 얼마나 곤란한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4] 게다가 전함의 주포가 표적으로 하는 것은 겨우 길이가 200m 정도의 고속으로 움직이는 함선인데, 땅 위에 단단히 고정한 상태에서 사격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에 흔들리는 배에서 사격하는 것이므로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여기서 대포와 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포와 총의 차이는 크기라고 말하면 일반적인 분류에서는 대체로 옳은 말이지만 사격통제방식에서 대포와 총은 큰 차이를 보이므로 단순히 크기만으로는 구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차포와 같이 제한된 사거리에서 관통력만을 위해 탄속을 끌어올린 경우가 아니라면 총에 비해 포는 사거리에 비해 탄속이 느린편이다.[5]가장 큰 차이는 총기류는 미약한 포물선을 그리나 대체로 직선 비슷하게 총알이 날아가고 목표 조준도 직선으로 하지만,[6] 대포의 포탄은 포물선을 확실하게 그리면서 날아가므로 간접조준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전차의 주포는 일반적인 야포와는 달리 직선포격이 주 임무며 조준기도 이에 맞춰진다. 그러나 전차의 경우에도 일정거리 이상의 포격은 직선조준이 아닌 편차를 고려하게 되며 야포가 담당하는 장거리 포격의 경우는 포물선 궤도 자체가 매우 크게 그려지면서 날아가기 때문에 탄도계산이 매우 요구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대포는 복잡한 포물선의 탄도 계산을 빠른 시간에 계산해야 정확한 명중을 기대할 수 있다. 초기의 시대에는 사람이 감각적으로 거리와 각도를 잡고 사격을 하였지만 근대 함포전에 있어서는 과학적 근거로 기초를 둔 탄도 계산법이 활용된다.

3.2 거리측정기

우선은 표적까지의 거리의 측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측정하는 방법은 인간의 눈의 원리와 같게 좌우에 떨어진 두 눈의 시차에 의해서 대상물의 원근을 파악하는 것. 야먀토(大和)의 경우는 각 포탑에도 예비용 측정기가 있지만, 쌍안의 거리가 15.5미터에 이르는 거리측정기(測距儀, 마이크로미터)로 불리는 장치가 함교의 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다. 이 물건으로 측정한 수치에 의거해서 전체 주포탑이 일제사격을 하는 것이다.

해당 거리측정기의 원리는 좌우의 창으로부터 빛을 도입해 각각 프리즘으로 반사시켜 한가운데의 중앙 프리즘으로 모은다. 이 때 왼쪽에서 들어간 화상은 상반이 보이고 오른쪽에서 들어간 화상은 하반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위와 아래의 화상은 일치하지 않는데 이는 위상차이라고 하는 현상이다. 이 위상차이를 눈금이 붙은 프리즘으로 이동시켜 화상을 일치시킨다. 이때 읽은 눈금이 목표물과의 거리이다. 현실의 오토포커스를 떠올리면 된다.(이중상 합치식 거리측정방식이 바로 이방식이다.)

3.3 각종 데이터

하지만 거리를 측정했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고. 보통 전투중에 고정된 데이터와 전투중에도 변동이 되는 데이터를 모두 감안해야 한다.

일단 (완전하지는 않지만) 고정된 데이터는 대기의 온도, 습도, 풍속, 풍향(고도에서의 바람은 풍선을 날려 측정), 각 포탑의 높이의 수정치, 조준 장치와 포탑과의 거리, 포탄의 종류, 장약의 종류, 양, 온도, 경년 변화의 계수 등이 있고, 좀더 섬세하게 들어가면 사격시 해면에 있어서의 지구의 자전 속도, 포신의 노후화 등도 고려가 된다. 포신의 노후화의 정도는 지금까지 몇 발을 발사하였는가로 측정되는데, 포신은 사격을 반복할 때마다 고압, 고온, 마모에 의해 손상되며 탄도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신 역시 정해진 수명이 있었기에 수명이 다하면 새 포신으로 교체하며, 사용중에는 몇 발의 사격을 했는가에 따라서 포신의 마모도를 예상해서 정해진 수치를 넣어줘야 한다.

변동 데이터는 자함의 속도, 방향, 표적의 속도, 방향, 자함의 상하 좌우의 움직이는 각도가 있다.

3.4 방위반

고정된 데이터는 보통 전투전에 미리 측정해서 전투시 참고하지만, 변동 데이터는 거리측정기의 상부, 함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사격 지휘소에 놓여진 방위반(方位盤) 등의 장치로 측정한다.

방위(方位盤)이라고 하면 평평한 판 모양의 장치를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의 방위반은 한 변이 60cm 정도인 장방형의 기둥과 그 외부에 부착된 잠망경과 같이 생긴 3개의 조준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조준경에는 사수(射手), 선회수(旋回手), 동요수(動揺手)의 3명이 매달리며 각각의 역할은 사수가 상하 조준, 선회수가 좌우조준, 동요수는 자함의 흔들림 각도를 수정하며 각자 자신 옆의 핸들을 조작하면서 십자 형태의 눈금자를 중심으로 표적을 맞추는 것이다. 사냥꾼이 움직이는 짐승을 조준하는 감각으로 비유하면 알기 쉽다. 단지 사냥꾼 혼자서 조준하는 과정을 세 명이 분담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는 한 곳으로 모아져 계산된다. 당시는 현대처럼 계산이 빠른 사격통제용 컴퓨터가 없었기에 정밀한 치차(톱니바퀴)를 조합한 기계식 계산기로 연산을 처리했다. 함내발령소(艦内発令所)라는 사격통제실에 있는 사격반(射撃盤)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계산의 결과는 각 포탑 내에 설치된 본침(本針)이라고 불리는 시침(示針)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포탑내에 있는 포수는 핸들을 회전시켜 거기에 연동해 움직이는 추침(追針)을 본침(本針)에 맞추도록 한다. 포탑과 포신은 이 핸들 조작에 의해서 방향을 바꾼다. 본침과 추침이 합치되면 그 시점에서 포신은 표적을 정확히 향한 것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사수는 측정된 거리로부터 계산된 각도를 조준하고 함선이 흔들리는 각도에 따른 오차를 동요수가 보정을 하여 조준점이 표적에 합치한 그 순간을 포착해 방아쇠를 당기는데, 조준이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발사용의 전기 회로는 작동되지 않는다. 모든 회로가 닫혀있는 순간에만 약실에 전기 스파크가 발생하고 장약이 점화되며 합계 9문의 포신은 거대한 검은 연기와 함께 약 1.5t의 중량을 가진 포탄을 날려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일제사격이다.

3.5 착탄점과 살포계

이처럼 면밀한 계산에 의해서 발사되는 포탄이지만 실제로는 일격에 목표물을 가격하는 것은 드물었다. 34km의 장거리 사격에서는 어느 정도의 오차는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차 포격후 탄착점으로 부터 얻을 수 있는 오차 수정치를 보정하여 2차 포격 실시, 2차 보정 그리고 3차 사격...식으로 반복되는데, 바로 이 과정이 협차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일단 협차가 발생하면 그 다음에는 확률적으로 명중탄이 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서너번만에 명중시키면 그걸로도 좋겠지만 이 정도가 눈짐작에 의한 사격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야먀토(大和)의 주포 사격은 9문이 일제히 명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9개의 포탄이 동시에 목표를 겨냥해 날아 간다. 그러나 포탄끼리의 간섭등에 의해서 각각의 포탄이 착탄 하는 지점은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분산하게 되며, 이 범위를 살포계(散布界)라고 한다. 당연히 이것은 좁은 것이 좋은데, 예를 들어서 야마토의 초기 살포계는 30km의 거리에서 통상적으로 1km 정도였는데, 이렇게 되면 말이 살포계지 명중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즉 협차를 하더라도 명중탄이 거의 안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제사격이라고 하더라도 0.01초의 간격을 두고 발사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포탄끼리의 간섭현상을 줄여서 살포계를 최대한 좁힌다.

그리고 착탄점과 살포계의 관측은 장거리 사격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선에 적재한 수상기를 날려서 상공으로부터 관측하였다. 아군 함선 근방을 비행하는 수상기나 관측용 소형함정으로부터 약간 왼쪽이라든지 조금 가깝다는 식으로 보고되어 함측에서는 그에 대한 수정 동작을 실시해 보정 사격을 실시하게 된다. 수상기 자체는 실전에서 무방비이기 때문에 운용이 어려웠다.

3.6 협차와 명중

살포계의 범위내에 표적이 들어가고 있으면 탄착점으로부터 목표물에 대한 오차범위를 줄이기 위해 목표물 전후에 탄착시켜 오차거리를 좁히는 협차사격을 실시한다. 이때는 착색탄을 사용하여 탄착점의 물기둥(splash)의 색깔로써 9개의 포탄중 어떤 것이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 판정한다. 협차판정이 나면 조준을 유지하면서 차탄을 날려서 확실하게 명중탄이 나도록 한다. 여기까지가 전통적인 협차와 명중과정이다.

4 사격통제장치

(미 해군의 기계식 사격통제컴퓨터 훈련 영상. Circa 1953)

전간기 전함들은 기계식 사격통제컴퓨터를 탑재해 신속한 사격제원을 도출하였으며 화기 관제 레이더의 도입으로 광학으로 관측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목표 추적과 포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야 밖으로 넘어가는 포탄의 탄착점도 관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사로운 변화가 아니다. 레이더 연동사격이 가능하짐에 따라 미국 해군은 특히 야간전에서 상대인 일본해군을 상대로 우세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과달카날 해전에서 USS 워싱턴이 IJN 기리시마를 첫번째 일제사에 협차를 내고 신나게 두들겨서 격침시킨것은 레이더 연동사격이 없이는 불가능했을것이다. 또한 헤일스톤 작전에서 네임쉽 아이오와의 노와키에대한 35000yds에서의 협차기록이 있는데 이 또한 레이더가 없었다면 탄착확인에 애로사항이 꽃피었을것이다. 이는 '레이더가 협차에 별 영향을 못 주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전면적으로 반박하는 증거이다.
  1. 영미권에서 생긴 개념이므로 이를 올바르게 번역하자면 탄착 과정을 통해 탄착군을 적함에 형성시켰을 경우를 뜻하며 협차상태를 뜻하는 명사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2. 이게 가능하려면 각 포간의 발사 간격이 명백하게 차이가 나야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화력 손실이 어마어마하게 큰 것은 둘 째치고 각 포별로 사격제원을 따로 산출해야한다. 이후 사격 보정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이후 발사도 다른 포와 비슷하게 발사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전함 한척에 주포가 많아도 소용이 없게된다. 자세한 것은 드레드노트급 참고
  3.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 이 거리에서 쏴서 맞추지는 못한다. 최대 사거리란 단순히 탄환이 이론상 날아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일 뿐이다.
  4. 40km에서 길이 200m, 너비 30m 내외의 타겟을 맞추는 것은 40m 거리에서 길이 20cm, 너비 3cm의 타겟을 맞추는 것과 비율상으론 같지만,어라 별로 어렵지 않네? 탄이 수백m/s의 탄속으로 1~2분간 포물선으로 날아가며 그동안 타겟은 0.5~1km가량 움직여있다.
  5. 예를 들면 5.56mm NATO탄의 경우 소총에서 포구속도가 약 870m/s 정도되고 유효사거리는 길게잡아도 800m이내이다. 탄의 감속을 고려하더라도 탄착까지 2초를 넘지 않으며 중력에 의한 탄의 낙하로 인한 포물선 폭은 직사조준기의 사거리별 보정장치만으로 충분히 대응가능하며 대분의 사거리에서 바람이나 기타 이유로 인한 오차는 크게 잡아도 수~십수 cm 이상 커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목표는 물론이고 사격자의 조준 능력에 의한 오차보다도 작다. 사거리가 좀 더 긴 저격총의 경우라면 좀 더 고려할 사항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범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전함의 주포의 경우 30km 이상의 사거리에 대해 탄속 700~950m/s 정도로 탄착까지 수십초가 걸리며 오차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그 크기는 총은 포에 비할 바가 아니다.
  6.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어느정도 범위의 사거리에 대해 발사각에 대한 보정을 하고 이후 조준점을 상하좌우로 맞추는 형태로 조준할 수 있다. 전자가 바로 사거리별로 가늠자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고 후자가 조준과정인 것. 간접조준의 경우는 이렇게 이원화 하는것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