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에 등장하는 요괴.
삼장법사 일행이 서천을 향해 떠난 초반부 쯤 만난 요괴. 흑곰 요괴로, 흑풍산 흑풍동에 살고 있었다. 커다란 창을 무기로 쓰며, 손오공도 창 쓰는 솜씨가 제법이라고 칭찬한다. 실제로 손오공과 두 어 번이나 치고박고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꽤 강한 편이다.
삼장법사가 아직 저팔계, 사오정을 만나기 전이라 손오공만 데리고 여행을 하던 중 관음선원이라는 절에 머물렀다. 이름대로 관음보살님을 섬기는 절이었는데, 굉장히 늙은 주지스님이 있었다. 그런데 이 스님이 그다지 훌륭한 스님은 아니라 온갖 화려한 가사[1]를 모으는 등 재물욕이 있어서, 손오공이 자랑한답시고 꺼낸 삼장법사의 금란가사[2]에 그만 넋을 잃고, 부디 하룻밤만 빌려주면 잘 보고 다음 날 아침 돌려주겠다고 간청한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욕망이 커져서, 결국 삼장법사와 손오공을 태워죽이고 빼앗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손오공은 그걸 눈치채지만 불을 못 지르게 하던가 하는 것도 아니고 삼장법사랑 짐은 안전한 곳에 옮기고 불길은 더 커지게 해서 아예 절 전체를 태워버리게 한다. 결국 절이 홀라당 타버리자 그 충격으로 주지스님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일이 꼬인 게, 평소 이 스님과 친하게 지내던 흑풍괴가 불이 난 걸 보고 놀라서 달려와 꺼줄려다가 손오공이 안전한 곳에 꺼내놓은 금란가사를 발견하곤, 보배를 얻었다며 홀랑 가져가버린다. 손오공은 당연히 삼장법사한테 긴고주로 한 바탕 혼쭐이 나고[3] 가사를 찾으러 떠난다.
흑풍동으로 찾아가서는 흑풍괴를 포함한 요괴 세 마리가 대화를 나누는 걸 엿듣는데, 흑풍괴가 자신이 최근에 귀한 가사를 얻었으니 그걸로 잔치를 벌이겠다고 하는 걸 듣고는 괘씸해서 습격, 둘은 도망갔지만 도망치지 못한 뱀 요괴 한 마리는 때려잡는다. 그러곤 흑풍동으로 가서 한 판 싸워보지만 승부는 내지 못하고 흑풍괴가 밥 먹겠다고 돌아가 문을 걸어잠그니 별 수 없이 돌아온다. 다음 날 흑풍괴가 그 요괴 둘과 와서 지꺼라고 우기면 어쩔려고 관음사 주지스님에게 '보배를 구하게 돼서 잔치를 벌인다'며 초청장을 보냈는데, 다시 온 손오공이 그걸 가지고 가던 졸개 요괴를 보고 때려잡는다.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이 도와주러 오자, 흑풍괴와 같이 있던 걸 봤던 요괴가 잔치에 가는 걸 보곤 때려잡은 뒤 관세음보살님께 그 모습으로 변신해 달라 하고 자신은 영단으로 변해서 쟁반 위에 얹혀진 채 흑풍동으로 간다.
평소 도술에 관심이 많았고 영단을 좋아하던 흑풍괴는 멋도 모르고 선물을 받아 집어먹어버리고, 손오공은 그대로 뱃속에서 깽판을 친다. 결국 고통을 못이긴 흑풍괴는 가사를 얌전히 꺼내두고 살려만 달라고 빌지만, 거짓인 걸 눈치챈 관세음보살님이 흑풍괴에게 손오공의 긴고아와 같은 물건인 금고아를 씌운다.[4] 결국 손오공이 나오자마자 공격하려던 흑풍괴는 관세음보살님의 금고주에[5]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그제서야 진심으로 불가에 귀의하겠다고 빌고, 손오공은 지도 당해본 거라 옆에서 낄낄대고 관세음보살님은 그를 거둬서 자기 산을 지키는 수산대신으로 쓰겠다며 데려간다. 그런데 사실 금고아는 삼장법사가 쓰라고 준 물건인데, 관세음보살이 횡령한 셈이다(...)
- ↑ 스님들이 입는 옷.
- ↑ 온갖 보석으로 장식되어있고 그냥 둬도 노을같은 빛이 사방으로 뻗치는 진귀한 보배라, 평소엔 잘 감싸서 짐보따리에 숨겨놓는다.
- ↑ 쓸데없이 보물을 남한테 자랑해서 화를 부름 + 불이 날 걸 알고도 그걸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불이 나게 만듦 + 그런 짓을 해놓고 정작 보물인 금란가사도 잃어버림.(...)
- ↑ 이 머리에 씌우는 테는 금고아, 긴고아, 금고아 세 종류가 있다. 저 금은 金, 禁으로 한자가 다르다. 그 셋 중 하나를 쓴 것. 여담으로 마지막 하나는 홍해아가 쓰게 된다.
- ↑ 손오공은 처음엔 긴고주를 외우려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랐으나, 세 개의 머리테는 저마다 주문이 달라서 손오공은 아무렇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