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AS

Combat Integrated Releasable Armor System.

미국의 이글 인더스트리(Eagle Industries) 사(社)에서 생산되어 USSOCOM 산하의 특수전 부대에 지급되는 모듈러 방탄복 외피. PALS(Pouch Attachment Ladder System) 웨빙을 사용하여 각종 PALS 규격 파우치를 자유자재로 탈착할 수 있는데다가 내부에 방탄재를 넣으면 레벨 Ⅲ의 방호력을 제공한다.

1 종류

'Land' 버전과 'Maritime' 버전이 있는데, 둘의 차이는 신속해제장치의 위치이다.

armor&vest-CIRAS-S-2.jpg

CIRAS Maritime 버전. 목 바로 아래에 신속해제장치가 있다.

CIRAS Land 버전. 가슴에 가까운 옆구리에 해제 장치가 있다. 오른쪽 사진처럼 PALS 규격의 파우치를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부착이 가능하다. 오른쪽 사진의 권총 탄창 파우치 바로 오른쪽의 물건이 신속해제장치.

2 역사

CIRAS가 개발된 계기는 1999년 12월에 있었던 사고이다. 2000년까지는 미 해병대가 포스 리컨 등 특수한 부대들을 위한 장비로 CQCE(Close Quarter Combat Equipment)라는 것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내구성과 인체공학적 배려에도 문제가 많았고 이 물건에 들어간 방탄판이 평소에 놔둬도 잘 깨지는데다 무게가 세라믹 방탄판이 없어도 6.5kg, 세라믹 방탄판이 들어가면 13kg에 달했으며, 입고 벗는 것도 엄청 불편했다.

이런 문제는 당시 함상 훈련을 하던 미 해병대원들이 훈련 도중에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물에 빠지는 바람에 탑승자 중 1명을 제외하고 전부 익사하는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참사가 벌어진 원인은 해병대원들이 CQCE를 제때 벗지 못해 방탄복의 하중을 못 견디고 익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생존한 해병대원 1명 역시 바다에 떨어졌을 때 간신히 장비를 벗어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었다. 이 대원도 CQCE를 조금만 늦게 벗었으면 확실하게 익사할 운명이었다. 벗는 것도 무진장 힘들었다고 한다.

이 사고를 계기로 CQCE에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 해병대는 육군의 내틱 병사 장비 연구센터(United States Army Natick Soldier Research Center)와 공동작업을 하여 110일만에 FSBE(Full Spectrum Battle Equipment) 시스템을 개발하여 2000년부터 운용하고 있었다. FSBE(= FSBE 1)는 방탄복인 AAV(Amphibious Assault Vest)와 AAV에 부착되는 액세서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AAV에는 방탄복의 신속해제가 가능하도록 신속해제장치의 일부인 낙하산 컷어웨이 코드가 어깨와 허리춤에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신속해제장치를 작동해도 말짱 꽝인 경우가 많았다. 왜냐면, 허리춤과 어깨가 벨크로에 의해 계속 고정되어 있었기에, 신속해제장치 작동 후에도 일일히 벨크로를 떼어 내야 해서 전혀 '신속' 하지 않았기 때문. (CQCE보다야 신속할진 몰라도...) 이 문제로 인해 FSBE 2 계획이 시작되었다.

FSBE 2 시스템은 특정한 베스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 여러 가지와 그것들에 부착되는 파우치 및 액세서리들을 모은 세트의 이름이다.[1] 즉, 여러 가지의 베스트들을 한 세트에 묶어 그 세트 하나씩을 한 사람에게 지급해,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베스트를 골라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시스템이었다. 이런 FSBE 2에 들어가는 베스트 중 원래 CIRAS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파라클리트 사(MSA Paraclete)의 RAV(Releasable Assault Vest)였다. 그 이유는 내틱 연구센터에서 2001년 초에 FSBE 2의 방탄 베스트 중 하나가 파라클리트 RAV로 결정되었다며 수십개를 이미 구매했고, 곧 3300개를 구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소위 말하는 언플이었다. 미국의 SWAT지에 미 해병대 포스 리컨이 RAV를 입은 사진[2]이 올라왔던 것이다. 그리고 유명한 사설 교관인 패트 로저스(포스 리컨 출신)도 지인들에게 RAV가 곧 FSBE 2의 방탄 베스트 외피가 될 것이라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그러나 파라클리트 사의 사장 팀 다넌지오의 사무실에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글 사의 사장 존 카버였는데, 이 전화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내틱 연구센터에서 RAV를 가져가 전화를 건 사람인 이글의 존 카버에게 이것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3]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만들 생각이 없는 듯 하다던 존 카버는 아무래도 마음을 바꾼 듯 하다. 곧 이글의 RAV를 '많이 참조한' 방탄 베스트의 외피를 해병대에 공급한다(즉 FSBE 2의 구성품으로 납품한다)는 루머가 돌았고, 몇 달 후에 당시 공개가 되면 안됐었던 FSBE 2 세트가 유출되어 일본의 COMBAT지에 오른다.

이 때문에 파라클리트 사는 난리가 나게 된다. 그 이유는 COMBAT지에 공개된 FSBE 2 세트에 들어 있던 RACS(CIRAS가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전의 이름)의 특징 때문이었는데, RACS는 현재의 CIRAS의 구조와 거의 동일하나 앞부분이 벨크로로만 잠그는게 아닌 3세대형 RAV처럼 지퍼, 벨크로, 똑딱이 단추를 사용해 잠그는 것이었다. 전에도 PALS/MOLLE 특허 침해 사건[4]으로도 내틱 연구센터와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으니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곧 벌어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2003년 후반, USSOCOM은 신속해제장치가 있는 방탄 베스트의 필요성을 느껴 (특히 해상에서 헬리콥터로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착용하게 되어 있었다) SOF-BALCS(Special Opercation Forces - Body Armor · Load Carrying System)[5]의 방탄 베스트 외피의 전량을 신속 해제가 가능한 것(다시 말해 신속해제장치가 달려 있는 것)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였고, 시중에 있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 계약은 무려 850만 달러가 걸려 있는 계약이었고, 이 과정에서 파라클리트 사도 자사의 RAV를 제출했다. (당시 DBT(DiamondBack Tactical) 사와 이글 사도 제출)

그러나, 그렇게도 말이 많던 이글사의 CIRAS가 선택되었으며 이는 여러가지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 일단 3세대형 RAV와 RACS의 특허문제도 있었지만, 파라클리트 사에서 제시한 가격이 240만불 차이로 더 저렴했으며, 특수전 부대에 급히 지급을 해야 하는데 당시 이글 사의 공장 크기는 2만 평방피트(대략 562평. 나중에 더 커짐)에 불과했다. 반면에 파라클리트 사는 14만 평방피트(대략 3934평)에 달하는 공장이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당시 MLCS(Maritime Load Carriage System)[6]생산으로 바쁜 이글 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파라클리트 사 뿐만이 아니라 SOCOM 산하 군인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거리였다.

여하튼간에 이렇게 개발된 CIRAS는 FSBE 2의 구성품으로 들어가게 된다. 또한 이 FSBE 2의 구성품들을 모은 세트는 해병대 특수전 부대에 FSBE 2, 해군 특수전 부대(네이비 씰 등)에 MLCS, 육군 특수전 부대(그린베레 등)에 SFLCS (Special Forces Load Carriage System), 육군 제75레인저연대에 RLCS(Ranger Load Carriage System) 등의 이름으로 지급되고 있다. 각 세트는 이글 사의 CIRAS, 같은 회사의 RRV(Rhodesian Reconnaissance Vest) 및 H-하네스(H-Harness)[7], 얼라이드 인더스트리(Allied Industries)사의 MBSS(Maritime Ballistic Survivor System)[8], 그리고 위에서 말한 베스트들에 달리는 파우치들 및 기타 액세서리들로 구성된다. 세트마다 각각 색상이 다르며[9] MLCS에 들어 있는 CIRAS가 Maritime 버전이라는 것, SFLCS와 RLCS에 MBSS가 들어 있지 않다는 점[10][11]을 제외하면 별 차이는 없다.

이후, USSOCOM의 제식 신속해제형 베스트가 CIRAS Maritime으로 채택되면서, SFLCS에는 Land 버전의 CIRAS 대신 Maritime 버전 CIRAS가 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1. FSBE 2와는 달리 FSBE 1은 베스트 여러 가지가 아니라 AAV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AAV를 FSBE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이렇게 부르는 것은 틀리다.
  2. 당시 포스 리컨은 실제로 RAV를 사용하고 있었다.
  3. 통화 당시 존 카버는 정말로 만들 생각은 없었던 듯 하다.
  4. PALS는 원래 파라클리트 사에서 개발한 것이다. 헌데 이 특허를 내틱 연구센터에서 거의 침해하다시피 하여 미 해병대부터 시작해 미군 정규군에 널리 지급된 MOLLE(MOdular Lightweight Load-carrying Equipment)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PALS는 MOLLE라는 이름으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5. 미군 특수부대를 위해 개발된 SPEAR(Special forces Personal Equipments, Advanced Requirements) 시스템 중 방어 시스템의 일부를 구성하는 방탄 베스트. SPEAR는 장비 휴대 시스템과 방어 시스템이 결합되어 완성되는데, 방어 시스템이 BALCS와 MICH(Modular Integrated Communications Helmet. 흔히 MICH 헬멧이라고 많이들 부르는데 이렇게 부르면 '역전 앞' 과 같은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비 휴대 시스템은 ELCS(Equipment · Load Carrying System)라는 장비 세트이다.
  6. FSBE 2와 거의 유사한 장비 세트. FSBE 2가 코요테 브라운 색인 것과 달리 MLCS가 OD색과 카키색이며, MLCS에 들어가 있는 CIRAS가 Maritime 버전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
  7. 한국군이 아직도 쓰는 'X반도' 에 PALS 웨빙을 부착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주로 기관총 사수들이 사용.
  8. 가벼운 컨셉의 플레이트 캐리어.
  9. FSBE 2는 코요테 브라운, MLCS는 OD와 카키, SFLCS는 카키, RLCS는 레인저 그린.
  10. SFLCS에는 대신 MBAV가 지급된다.
  11. RLCS에는 RBSS라는 것이 대신 들어가 있는데 MBSS와 거의 그게 그거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SFLCS에 들어가 있는 플레이트 캐리어와는 다른데, RBSS에도 옆구리 커머밴드가 딸려 오기는 한다. 근데 후기에는 그냥 레인저 그린 색상의 MBAV가 지급되었다가 레인저도 멀티캠을 쓰는 추세가 되자 장비도 카키색을 쓰고 있다. 이걸로 결정인건지 멀티캠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건지는 아직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