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의 중절모를 쓰고 VS-300을 조종하고 있는 이가 바로 이 헬리콥터의 설계자이자, 시코르스키 항공사의 창업주기도 한 이고르 시코르스키.
이고르 시코르스키가 개발하여 1939년 첫 비행을 한 헬리콥터. 어찌보면 현대 헬리콥터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VS-300의 VS는 Vought-Sikorsky. 이 당시 시코르스키가 세운 '시코르스키 항공'이 보트와 합병된 상태였기에 VS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VS-300은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매우 평범한 헬리콥터다. 머리 위에는 한 개의 메인 로터가 있고, 꼬리에는 이것의 반동을 상쇄해주는(anti-torque) 테일로터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태, 즉 메인로터 + 테일로터를 사용하여 처음으로 군과 관계자들에게 어필한 헬리콥터가 바로 이 VS-300이다. 현대에 이르러 VS-300이 평범해 보이는 이유는 이 헬리콥터에서 가능성을 본 미 육군이 이 형태의 헬리콥터를 적극 채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VS-300 이전에 등장한 많은 초창기의 헬리콥터는 동축반전로터 아니면 병렬형 로터[1]를 사용했다. 헬리콥터 개발자들은 당시의 빈약한 엔진으로 반동억제 '따위'에 추가로 동력을 낭비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동력은 일단 떠오르는 데 사용하되, 로터를 두 개로 만들고 이것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도록 하여 반동을 상쇄하였다.
하지만 시코르스키는 과감하게 하나의 엔진에서 트랜스미션을 이용하여 동력을 두 갈래로 전달, 대부분의 동력은 메인로터로 보내되 일부 동력은 테일로터로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VS-300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헬리콥터 모양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예 테일로터 전용 엔진을 따로 설치한다거나, 앞뒤로 두 개의 반동 상쇄용 로터를 단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다만 조종계통이 완벽하지는 않아서, 전후좌우 조종에 어려움이 있었다. 시코르스키는 메인로터를 앞뒤로 기울이는 기능(싸이클릭 제어)을 고정시켜버리고 아예 작은 수직방향 로터를 앞뒤에 더 달아서 이것의 힘으로 VS-300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뒤로 눕히거나 하도록 바꿔보기도 했다. 다만 이렇게 하니 전진비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이 문제는 다시 종래의 방식으로 돌아오되 조종계통을 개량하여 해결하였다.
1941년에는 플로트(부주, 물에 뜰 수 있게 해주는 장치)를 달아서 물 위에 착수 및 이수하는 시범을 보임으로서 세계 최초의 수륙양용 헬리콥터가 되기도 하였다. 또 같은 해에 1시간 32분 26.1초간 비행에 성공, 당시 독일의 헬리콥터인 Fw61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엔진도 초기의 75마력 엔진에서 90마력 엔진을 거쳐 최종적으로 150 마력 엔진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으며, 덕분에 약간의 화물도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었다.
VS-300 자체는 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하진 않고 실험기로만 쓰였으나 이후 미 육군이 주목하면서, 최초의 양산형 헬리콥터 R-4의 개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