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거북

1 개요

turtle_2.jpg

Giant Turtle. 거대한 거북.

워크래프트2에 나오는 오크 호드의 해상 유닛. 잠수 능력이 있는 스텔스 병력이다.

2 특징

거대한 거북은 원래 아제로스 남쪽 바다에 살던 동물이었다고 한다. 그 크기는 어마어마해서 어지간한 구축함 못지않게 거대하다. 2차 대전이 벌어질 당시, 스톰리버 클랜(폭풍약탈자 부족)은 이들을 잡아 해상 병력으로 사용했다. 조종사가 탈 수 있도록 등껍질에 방수용 조타실을 부착하고, 마법 주문으로 조종한다고 한다.

고블린들은 이 거북을 길들이고 조타실을 건설했기 때문에 거대한 거북은 고블린의 창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 밑으로 헤엄치기 때문에 얼라이언스 해군의 눈을 피할 수 있어 첩보 활동이나 정보전을 담당했으며, 때로는 얼라이언스 해군에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거대한 거북은 고온의 액체를 뿜어내 군함 장갑판을 녹인다. 이들은 오크 호드와 고블린들의 실질적인 잠수함과 마찬가지였다.

3 게임에서의 운용

실제 게임에서는 잠수함 유닛으로 나온다. <워크래프트 2>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모두 유닛 구성이 비슷하며, 각각 서로 대응되는 유닛이 있다. 얼라이언스의 노움 잠수함에 대응되는 호드 유닛이 거대한 거북이다. 해상 빌드 트리 마지막에 등장하는 일종의 고급 유닛이며, 오크 캠페인에서도 상당히 늦게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액트 3 이후 카엘 다로우를 점령하고 난 다음에야 나온다.

생산 비용은 금 800, 목재 150, 기름 800으로 고급 유닛에 걸맞는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거북이가 기름을 먹나보다 사거리 4, 속도 7, 시야 5로 능력치는 특출하지 않다. 체력은 60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공격력은 10~50으로 높은 편이다. 장갑판이 0이라서 방어가 상당히 약한 편. 그리고 해상 유닛 업그레이드가 전혀 적용되지 않기에 부실한 장갑을 보강할 방법이 없다. 구축함, 수송선, 유조선 등이 속도 10이라서 쾌속으로 달리는 것과 달리 속도도 7이라 약간 느리다.

잠수함이므로 주요 용도는 적 해상유닛 테러. 어느 정도 수를 모은 다음 적 해상 건물이나 해상 유닛을 공격한 다음 치고 빠지는 전술을 쓴다. 갑자기 나타나 정유소를 공격하거나 수송선, 유조선 등을 공격하면 자원 공급을 끊어먹기 좋다. 또는 값비싼 군함을 기습한 다음 도망치거나 방비가 허술한 조선소 등을 습격하는 것도 괜찮다. 테러가 어렵다면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을 이용해 해상 정찰을 할 수도 있다. 속도가 약간 느려 구축함대를 쫓아다니긴 좀 버겁지만, 군함이 있는 함대라면 충분히 추적 가능하다.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유닛이 가득 탄 수송선 하나 부수고 튀면 금상첨화. 마법 투명화를 제외하면 사실상 게임에서 유일한 스텔스 유닛이므로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해상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단점.

능력치를 보면 알겠지만, 일반적인 전투에는 약하다. 일단 장갑이 0이라서 적 포격에 허무하게 침몰한다. 사기유닛인간 군함/오거 저거넛이 쏘면 한 방에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공격력이 극도로 높은 것도 아니라 '내가 죽기 전에 적을 먼저 죽이는' 플레이도 통하지 않는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대놓고 전면전을 펼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탐지 유닛. 적 공중 유닛(노움 비행 기계, 고블린 기구, 오우거 마법사의 킬로그 눈, 그리폰 기수, 용), 방어탑, 상대 잠수함이 있다면 모습이 드러난다. 그러면 집중포격을 받고 도망칠 사이도 없이 꼬르륵~

탐지 유닛만 없다면 혼자 함대 하나를 격파할 수도 있지만, 노움 비행 기계나 고블린 기구가 그렇게 비싼 유닛도 아닌지라 부대마다 하나쯤은 동원하기 마련이다. 설사 탐지 유닛이 없더라도 거북이가 공격하면 위치를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기에 그곳에 범위 공격이나 강제 공격을 하면 거북이는 침몰한다. 투석기나 군함은 이러한 강제 공격이 있으며, 마법사나 죽음의 기사에게는 범위 공격 주문이 있다. 따라서 거대한 거북은 신속히 치고 빠지는 게 생명이다. 아군 함대에 섞어주어도 금방 침몰하는 것은 마찬가지.

거대한 거북의 또 하나 단점은 해상 유닛과 해상 건물만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지상 유닛과 공중 유닛은 아예 공격자체가 안 된다. 범위 공격 능력이 있어서 꼼수로 공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노움 비행 기계는 거북이를 졸졸 쫓아다닌데, 거북이는 비행 기계를 떨쳐낼 수단이 전무하다. 해안가에 중요한 건물이 있어도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할 뿐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구축함은 공중/지상/해상 유닛을 모두 포격할 수 있고, 군함은 강력한 포탄으로 내륙 안쪽까지 공격할 수 있지만, 거대한 거북이는 상대편 함대나 정유소, 조선소 등에만 피해를 줄 수 있다. 하다못해 엘프 레인저도 화살로 거북이를 쏘는데, 거북이는 반격조차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거북이 함대만으로 수송선을 호위하거나 상륙 작전을 보조하기는 힘들다.

다만 밀리 해상맵에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해상 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거북을 데려오면 해상으로의 진출은 불가능하다. 해상맵에서 해상전을 장악하지 않으면 드래곤 날빌이 아닌 이상 진 거나 다름없다. 군함이 50-130의 공격력을 가진 사기유닛이라 절대로 지상 유닛이 막아내질 못한다.

평소에는 물 속에 잠수하기 때문에 물 밑의 그림자만 보이고, 조타실만 둥둥 떠다닌다. 그러다 공격할 때가 되면 몸 일부가 물 위로 떠오른다. 어차피 그래봤자 탐지 유닛이 없으면 적군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설정상 고온의 액체를 뿜는다고 하는데, 게임에서는 웬 어뢰를 쏜다.[1] 이는 얼라이언스 노움 잠수함의 공격 그래픽을 그냥 덮어씌웠기 때문이다. 그래픽만 아니라 노움 잠수함과는 성능이 아예 똑같다. 생김새와 설정만 다르지 게임 상에서는 다 똑같은 잠수함이라고 보면 된다. 잠수함은 기계이고, 거북이는 동물인데 성능이 똑같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거북이를 좀 더 동물다운 유닛으로 만들었다면 설정도 반영할 수 있고, 게임 밸런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저 조타실에 호드 문양을 그려놨다. 이 문양의 색깔로 소속 플레이어를 구분한다. 웃긴 건 노움 잠수함은 수면 위로 잠망경만 떠오르는데, 잠망경에는 소속 플레이어를 구분할 수 있는 색깔이 없다는 것. 그래서 거대 거북과 달리 잠수 상태의 노움 잠수함은 소속 플레이어를 확인할 수 없다. 잠수함이 공격하기 위해 수면으로 부상해야 어뢰 색깔을 보고 소속을 알 수 있다.

거대한 거북은 오크 캠페인 액트 3 동영상에도 등장한다. 오크 호드가 쿠엘탈라스로 진격했을 때 해상전 동영상에서 출현. 얼라이언스 함대를 침몰시키고 난 뒤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으로 나왔다. 이때 배가 침몰하면서 선원들도 같이 수장되는데, 거북이들이 물 밑을 돌아다니며 선원을 잡아먹는 장면이 압권. 거대한 거북의 동물다움과 호드의 야만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한 동영상이라 하겠다. 이 때까지만 해도 호드는 사람을 잡아먹는 집단이었다. (사실 이후 속편에 나오는 오크 호드는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동영상의 거북이는 바다거북치고는 약간 이상하게 생겼다. 우선 등껍질이 납작하지 않고 길이에 비해서 높이가 비교적 높다. 그리고 머리에 둥글게 휘어진 뿔이 달렸다. 이러면 물 속에서 저항력이 높아져 헤엄치기가 힘들 것이다. 얼굴도 그냥 바다거북처럼 길쭉하지 않고 뭉툭하게 보인다. 부리가 아니라 이빨이 있어서 고기를 씹는다는 것도 차이점.

동영상에 나온 것과 달리 실제로 거대한 거북은 액트 4에나 가서야 생산할 수 있다. 나름대로 고급 유닛이라 빌드 트리가 상위이기 때문이다.

사족인데, 얼라이언스 해전 동영상에는 엘프 구축함이 나온다. 바람처럼 나타나 호드 함대를 쳐부수고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이 호드의 야성적인 이미지와 대조된다.

게임에서는 수면 가까이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동영상에 나오듯이 바다 깊이 잠수할 수도 있다. 만약 게임에서 이런 설정을 반영했다면 비행 유닛이나 방어탑에게 들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심해로 잠수하면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리폰 같은 유닛이 제아무리 대단해도 바다 밑바닥까지 쫓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특수기능으로 심해 잠수 같은 것이 있었다면 적 탐지 유닛을 회피할 수도 있겠지만, 잠수 깊이를 플레이어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게임에서 사람 잡아먹는 것도 나오지 않는다. 지상 유닛을 잡아먹고 체력을 회복한다거나 그런 거 없다. 만약 그런 기술이 있었다면 거대한 거북의 흉포함과 동물다움을 잘 살렸을 테지만, 유닛 디자인이 그리 세세하지 않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해상 정찰 및 테러용.

4 설정상의 모습

거대한 거북이 해상 유닛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설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북이한테 대포를 달거나 철갑을 씌우지는 않을 테니까. 실제로 또 다른 동물 유닛인 그리폰과 용 역시 공격/방어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 물론 이는 동물이란 설정을 반영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게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일 것이다. 거대 거북, 그리폰, 용이 동물이라서 공격/방어 업그레이드가 안 된다면, 노움 잠수함은 돼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노움 잠수함도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것으로 보아 공중/해상 특수 유닛들은 견제나 정찰용으로만 쓰라고 만든 듯하다. 그나마 그리폰이나 용은 범위 공격이 되니까 피해라도 많이 주는데, 거북이는 그것도 안 되므로 다수가 모이지 않으면 큰 피해를 주기 어렵다.

참고로 노움과 고블린은 이 시기부터 대조를 이루었는데, 얼라이언스와 호드에는 각각 노움과 고블린 유닛이 서로 비슷했다. 노움 비행기계과 고블린 기구가 공중에서, 노움 잠수함과 거대한 거북이 해상에서 격돌했다. 거북이는 고블린이 만든 게 아니라 잡아다 사육한 것이므로 유닛 이름에 고블린이 안 들어가긴 하지만. (고블린이 만든 건 껍질에 부착하는 조타실뿐이다.) 그런데 도대체 고블린은 그 심해에서 어떻게 방향을 알아보고 거북이를 조종하는지 모를 일이다. 마법적으로 조종한다고 할 뿐 상세한 설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잠수함도 조종하는 마당에 거북이를 못 움직일 것은 없지만.

2차 전쟁 당시에는 거대한 거북이 해상 봉쇄 작전을 펼쳤다고 한다. 잠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얼라이언스 선박을 무차별 공격했고, 해상권을 장악한 것. 하지만 이내 얼라이언스에서도 노움 잠수함을 투입했고, 거대한 거북은 수중전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강대한 해군력의 쿨 티라스가 호드에게서 해상 장악권을 빼앗자 호드는 점차 몰락하고, 결국 전쟁은 얼라이언스의 승리로 끝난다. 그런데 막상 게임을 해보면 거대한 거북보다 노움 잠수함이 먼저 나온다.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오크 호드가 패배해서 그런지 거대한 거북도 사라졌다. 그래서 3편에는 나오지 않는다. 3편은 아예 해상전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다. 크리쳐로서의 거북이는 등장하지만, 잠수 능력으로 얼라이언스 군함을 공격했던 거대한 거북과는 다른 존재이다. 2편의 거북이가 바다괴수를 연상시키는 존재였다면, 3편의 거북이는 그냥 맵에 널리고 널린 몬스터에 불과하다. 게다가 종류도 다른지, 바다거북이 아니라 늑대거북에 육지거북의 다리를 갖고 있다. 근데 수영은 가능하다. 어?

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turtle_sub.j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으며, 호드도 더 이상 얼라이언스와의 전쟁에 거북이를 이용할 계획이 없는 듯하다. 고블린들도 잠수함을 만들지, 거북이를 사육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대한 거북은 2차 전쟁의 과거사로만 묻힌 상태이다.

어둠해안잿빛 골짜기의 조람가르 해안에 가면 조타실을 매단 거북이 유골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2차 대전쟁 당시 호드에 의해 사역되었던 거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대격변 이전 얼라이언스 진영 플레이어는 이들이 어떻게 칼림도어 서쪽 해안가에 떠밀려 왔는지 파헤치는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었는데, 이 퀘스트에 따르면 이 거북들의 유해는 '아주 최근에 떠밀려 온 것'이며, 엉뚱하게도 호드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선실 내부의 화물에는 나가의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뭔가 나가와 관련된 떡밥을 깔아두려 했던 것 같지만, 이 퀘스트 이후로는 이 거북들의 유해와 관련된 설명이 없어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1. 워크래프트 2 국내판 매뉴얼의 내용. 워크래프트 2 배틀넷 전략 가이드에서는 '고도의 휘발성 액체가 담긴 증기 추진 용기(steam-driven canisters containing highly volatile liquids)'를 발사한다고 하며 영문판 배틀넷 에디션 메뉴얼에도 동일하게 쓰여져 있다. 국내판 매뉴얼의 오역인지 배틀넷 에디션에서 설정이 변경된건지는 추가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