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합도

1 개요

居合道(いあいどう). 일본의 전통 무술중, 발도술 혹은 거합을 현대에 무도로써 재정립한 것.
내용에 있어서는 정좌한 상태, 일어선 상태 등 각종 상황에서 신속한 발도-공격-납도의 과정은 물론이고, 진검을 다루는 법, 일본도를 패용한 상태에서의 예절, 대적(對敵)을 상정한 마음가짐, 넓은 의미로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까지 아우르는 무도이다. 단, 현대에도 거합(居合)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일본의 일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 거합도의 기원

앞서 적힌 대로 거합도는 거합으로부터 탄생하였다. 거합이란 거칠게 말하면 생존기술이다. (각 류파에 따라 거합,거합술,발도술등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나 이하 거합으로 통일)
항상 칼을 차고 있다[1]=언제고 칼부림이 날 가능성이 있다=그렇다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
예를 들면, 마주 앉아있는 상대가 예고도 없이 칼을 뽑아 기습했을 때 멍하니 있으면 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맞서 미리 기선을 잡아 선공으로 죽이거나, 기선을 놓치더라도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거나 한 뒤 반격해서 승리하는 무술이 거합이다.
이러한 개념의 무술은 예로부터 이미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측되나, 굳이 특정 인물을 거론할 때에는 대부분 하야시자키 진스케(林崎 甚助)를 그 시조로 친다. 물론 어느 한 사람이 창시하였다고 보기는 힘들고, 특정한 유파가 성립하기 이전에도 각자 익히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거합은 후에 거합도의 전신이 되었다.

3 거합도의 탄생

시간이 흘러 시대가 바뀌면서 자연히 거합에 대한 수요도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거합을 후세에 보전하기 위해 거합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정립된 거합도라는 무도가 탄생하게되게 된다. 전일본거합도연맹, 전일본검도연맹 거합도부도 창설되었다. 검도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합도를 수련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거합 각 류파의 수련자들도 그 명맥을 잇고 있다.

4 거합도의 특징

칼을 쥐고 서로 맞선 상태에서 시작하는 검도와 달리, 칼을 허리에 찬 상태에서부터 시작하는 무도이다. 발도-공격-납도, 예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수련하는데, 진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감과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베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거합은 실전성으로도 유명하다. 암살자로 유명한 오카다 이조, 나카무라 한지로, 카와가미 겐사이 등이 거합의 명인이었다. 뛰어난 검객들도 방심했다가 거합에 당한 경우가 많았다. 나쁘게 말하면 비겁한 수법이지만, 당연한 전술이었다. 비단 거합도뿐만이 아니라 모든 무술은 스포츠화 이전에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비겁하고 잔인해 보이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5 거합도의 양식

복장은 거합도복이나 검도복을 착용. 거합도복의 상의는 일상적인 남성용 기모노를 간략화한 형상이고, 검도복의 상의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 수련복장이다. 하의는 거합도복, 검도복 공히 하카마로 동일.[2] 칼은 진검, 가검을 사용. 발도시에는 한 손으로 칼을 휘두르고 자세나 날의 각도가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가볍고 휘두르는 소리가 크게 나도록 히(칼날의 홈, 혈조)가 깊게 파인 칼을 선호.
수련 내용은 크게 예법, 자세, 기본동작, 기술로 나뉜다.
예법은 거합도의 시작과 끝이다. 단순히 예의범절 취급해서 무시할 수 없다. 절 하는 동작 하나에도 예의뿐만이 아니라 언제든지 적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빈틈을 보이지 않는 자세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자세는 모든 무술에서 강조하듯 거합도에서 역시 중요하다. 칼을 쥐는 법, 정좌자세, 겨눔세 등을 포괄한다. 자세는 기본동작, 그리고 실제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기본이다.
기본동작은 보법, 호흡법, 칼 휘두르는 법, 신체적인 단련법등을 모두 포함한다.
기술은 발도, 공격, 납도를 몸에 익히는 기본적인 기술을 시작으로 실제 상대와 맞설 때 바탕이 될 기술까지 가르친다. 응용기술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5.1 전일본검도연맹거합의 형 목록[3]

일본목. 마에. 정좌 상태에서 앞의 적에게 발도-정면베기. 모든 거합의 기본이라고 할만한 형.
이본목. 우시로. 정좌 상태에서 뒤의 적에게 발도-정면베기.
삼본목. 우케나가시. 정좌 상태에서 적의 선공을 받아 흘리고 베기.
사본목. 츠카아테. 거합앉기(정좌와 다름) 상태에서 칼자루로 적의 명치를 쳐서 제압해 놓고 뒤의 적을 찌르고 앞의 적을 벤다.
오본목. 케사기리. 걸어가다가 적에게 발도 역사선 올려베기-그대로 다시 사선 내려베기.
육본목. 모로테츠키. 걸어가다가 앞의 적에게 비스듬히 발도-양손 찌르기 후 뒤의 적을 베고 앞의 적을 벤다.
칠본목. 산포기리. 걸어가다가 오른쪽-왼쪽-정면 차례대로 적을 벤다.
팔몬복. 간멘아테. 앞의 적은 일단 안면을 칼자루로 강하게 때려서 정신을 빼놓고 즉시 뒤의 적을 찌른 뒤 앞의 적을 벤다.
구본목. 소에테츠키. 걸어가다가 옆의 스쳐 지나가는 적을 향해 칼을 뽑아 공격하고 칼등에 왼손을 받쳐서 찌른다.
십몬목. 시호기리. 네명의 적에게 칼자루 명치 공격-찌르기-베기.
십일본목. 소-기리. 적에게 5연격.
십이본목. 누키우치. 적의 선공을 피하면서 칼을 뽑아 반격.

6 거합도와 실전성 논란

거합도는 실전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 실전이라는 단어가 묘하다. 말하자면 칼부림인데, 요즘 세상에 피아 서로 일본도 차고 있는 상태에서 싸울 일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거합도가 추구하는 실전성이 전부 거짓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칼부림이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태어난 검리를 가장 잘 간직하면서 진검을 진검답게 운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의미에서의 실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무력적인 면에서 실전성을 추구한다면, 군인 혹은 경찰이 되면 된다. (농담이 아니라 군경의 훈련을 무술로 보는 관점이 실제로 존재.)

사실 거합도가 굉장히 실전적이었다는 이야기는 전란기의 일본의 상황이라면 분명 맞는 말이다. 일단 어느정도 신분이 되면 어릴 때 부터 칼을 배우고, 어른이 되면 어디를 가든 복장의 구성품으로 칼을 차고 다니는게 일반적인 모습이므로, 당연히 그 칼을 불시에 자유자재로 뽑아 휘두를 줄 아는 발도술의 고수라면 호신이든 암살이든 밥먹듯이 해치울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각종 매체에서 발도술을 실전성이 강한 진검술로 묘사하는 이유이며, 실제 전란기에 그런 식으로 실전적 명성을 얻을 수 있었기에 오랜기간 다양하게 발전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현대에는 전혀 적용될 수 없는 이야기이다. 만약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총기 소지가 까다로워 홈 디펜스용으로 일본도를 소유한 집주인이 거합도를 익혔다면, 강도가 들었을 때 그 칼을 허리에 차고 있다가 자신이 배운 발도 기술로 기습에 대비할 수 있을 확률이 있을까?

다만 적어도 거합도는 칼부림의 한복판인 전국시대에 태어나 칼부림이 마지막으로 횡행했던 막부말 동란기까지 칼을 이용한 실전상황을 무수히 겪어가면서도 도태되지 않은 검술이다. 이는 겉은 시대에 따라 도태되었을 지라도, 그 속에는 당시의 날카로운 기법들이 잘 배어있다는 뜻인데, 예컨데 절대로 시선을 흐트리지 않고 경계한 상태에서 하는 납도라든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적이 기습해도 침착하게 맞서는 카운터 기술 등이 그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실제로 써먹을 일은 전혀 없겠지만, 대부분 상대와 대치해 벌이는 일련의 공방에 익숙한 다른 무술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을 주는 만큼, 거합도의 실전성 이라는것은 전혀 쓸모없는 이야기다 라고 치부해 버리기는 아까운 특징이라 하겠다.

7 거합도와 검도

검도를 수련하는 사람 중 진검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가 거합도이다. 검도 수련자중에서 칼에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물론 물리적으로 죽도를 무겁게 만든다는 뜻이 아니고, 자신의 검도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 심사에 앞서 자세와 검리를 가다듬기 위해, 진검에 대한 관심을 충족하기 위해, 혹은 취미등의 이유로 거합도를 배우기도 한다. 물론 검도를 한다고 해서 거합도를 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선택이다. 사실 거합도를 굳이 안하더라도 형수련과 기본자세 수련을 열심히 하면 칼에 무게감도 더할 수 있고 스타일도 진중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어쨋든 진검을 다루어 보는 것이 수련자에 따라서는 획기적인 검리체득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정말 개인의 선택이다.

8 거합도와 고류 류파

거합도는 과거의 거합으로부터 탄생했는데, 거합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수많은 류파가 존재한다.
이 유파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세세하게는 정좌자세, 보법, 예법, 칼 쓰는 법 등등에서 차이를 보이며 고유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고류 거합 수련자가 현대 거합도를 병행할 경우, 이에 따라 거합도 안에서도 수련자 각각의 소속 류파에 따라서 같은 기술을 연무할 때에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제정 거합의 경우 검도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보급형 거합이지만 전검련 내부에서의 해석에 따라 연무가 달라지는 일이 왕왕 있다. 그러나 큰 틀은 바뀌지 않고 매우 세세한 부분이 변경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8.1 거합 관련 류파

  • 무쌍직전영신류
  • 몽상신전류
  • 쇼짓켄 리카타 이치류
  • 스이오류
  • 토야마류
  • 무외류거합병도(무가이류우이아이헤이도우:無外流居合兵道) : 사선 베기(袈裟斬り) 가 중심인 것으로 유명한 현대 거합 유파. 최영의 씨가 '가장 실전적인 거합'이라 격찬했다는 일화가 있다. 근대 검도가인 나카가와 신이치(1895-1981)가, 고류 무외류에 함께 전승되던 자경류(지쿄우유류우:自鏡流) 검술에 독자연구를 더하여 만든 유파로, 흔히 무외류라고 하면 본가인 고류 무외류보다 이쪽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널리 보급되어 있다.[4] 수련 인구로 볼때 몽상신전류, 무쌍직전영신류에 뒤를 이어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유파로 꼽힌다.[5]

상기 류파들은 '거합'을 전면에 내세우는 류파들이며, 이 외에 대부분의 검술 류파에도 거합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9 한국에서의 거합도

한국 검도 도장에서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거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고 싶다면 거합도만 따로 가르치는 도장을 찾아가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대구에 위치한 무쌍직전영신류거합의 한국대표 임현수 관장의 정기관. 임현수 관장은 최용술 도주로부터 직접 9단을 수여받은 합기도의 달인이기도 해서, 정기관에서는 거합도와 합기도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정기관 정기관 - Daum 카페
한때 이 정기관이 교류했던 일본의 세키구치 코우메이[6] 선생의 단체인 코우메이쥬쿠도 현재 직접 한국에 진출해 무쌍직전영신류의 정식 한국지부가 생겼다. 또한 토사직전영신류의 정식 도장이 광주광역시용인시에 있다.
영신류와 쌍벽을 이루는 거합유파인 몽상신전류도 서울 잠실에 배움터가 있다. 그리고 거합도는 아니지만 무쌍직전영신류에서 파생된 거합참도를 가르치는 곳이 대전광역시에 있다.

10 관련 항목

검도, 발도술, 일본 고류 무술
  1.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전세계 일부 국가에서 근대 이전까지 칼은 신분의 상징이었고, 항상 패용하는것이 정석이었다. 물론 일본 예법 중엔 실내에서 앉을때 칼을 뽑아 한자 정도 떨어뜨려 놓는것이 정석으로 되어 있지만, 예절 차리는 상황이 아니라 잠깐 앉아있거나 하는 것이라면 허리에 차고 있게 되는것이다.
  2. 다만 오늘날 한국 검도에서 사용하는 벨트형 도복이 아닌 요판이 달린 전통적인 하카마를 사용한다. 오비(허리띠)를 매어 칼을 차야 하기 때문.
  3. 소위 제정거합(制定居合)이라고도 불리는, 죽도검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거합의 기본기를 익힐 수 있도록 여러 거합 유파의 핵심 기술을 적절히 타협해 만든 형이다. 거합도의 형이 이것밖에 없는 것이 아니고 각 유파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형이 있으니, 이것이 거합도 형의 전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거합의 형이 대략 어떤 것인지를 알기 위한 참고용으로 읽을 것.
  4. 고류 무외류에는 거합이 없는 대신, 무외류의 전승자들은 자경류 거합을 함께 수련한다.
  5. 여타 고류가 그렇듯 종가분쟁이 있다. 다수에게 인정되는 적통은 따로 없고 분파와 협회가 많으며, 대체로 자파 외 다른 거의 모든 유파(무외류 외의 다른 고류)와 사이가 좋지 않다.
  6. 타카아키라는 말도 있다. 한자를 어떻게 읽느냐의 차이. 본래 이름은 타카아키이나, 대외적으로 코우메이로 알려져 있다. 나카야마 하쿠도 역시 본래 이름은 나카야마 히로미치이나, 나카야마 하쿠도로 더 알려져 있다. 둘 모두 맞는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