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우영의 작품으로, 판소리 가루지기를 개작하여 만화로 만들었다. 일간스포츠 연재작이며 단행본으로는 우석에서 90년대에 낸 버젼은 삭제 및 수정이 심했으나 자음과 모음에서 2000년대에 낸 버젼은 무삭제 그대로 연재판을 냈다.
만화는 원전인 판소리의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도, 원전에는 없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추가하여 새로운 해석을 끌어냈다. 옹녀는 사마귀와 거미의 '살(煞)'을 품고 태어나 의도치 않게 남자를 계속 죽이고 색녀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고, 스님이나 노선비라는 캐릭터 또한 원전에는 없는 인물들로, 이들은 끊임없이 변강쇠와 옹녀의 앞에 나타나 단순한 성적 쾌락이 아닌,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의인화된 '살'들과 스님, 노선비의 대립구조가 만들어 지고, 원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들은 옹녀를 두고 보이지 않는 대립을 계속한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포커스는 원치 않게 불행하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게 된 옹녀에게 맞춰지며, 최종적으로도 부각되는 주제는 옹녀의 구원이다. 구원받은 옹녀가 치마를 벗고 훌훌 날아가서 만나는 남자가 다음 연재작 주인공인 놀부이다.
이러한 스토리 부분의 각색 이외에도 고우영 특유의 해학과 재치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으며, 변강쇠를 쓰러뜨리는 최종병이 에이즈이고 변강쇠를 처리하려는 장승회의에서 경상도 장승과 전라도 장승이 죽일듯이 대립하는 등의 사회풍자 요소도 담겨있다. 실지로 캐릭터적인 측면에서도 남성의 '물건'을 그대로 형상화 한 듯한 변강쇠의 생김새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다소 단순하고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섬뜩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등, 무대나 일지매 같은 여타 고우영의 대표 캐릭터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캐릭터이다.
옹녀를 단순한 탕녀가 아닌 운명의 굴레에 묶여 살아가는 여인으로 재해석해 냈고 또한 변강쇠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정력 킹왕짱 마초맨이 아니라 하나의 마스코트이자 아이콘으로 승화시켰다. 후에 양영순이 누들누드에서 이 작품의 변강쇠를 오마쥬했다.
원래 성인 대상의 성적 개그를 즐겨 사용하던 고우영 화백이 고기가 물을 만났다 할수 있을만치, 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우영화백의 작품 중에서도 백미라 할만하다. 영화판 가루지기전은 고우영 화백께서 직접 감독까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