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1 가루지기 타령

대한민국의 판소리. 판소리 제목에는 "~가(歌)" 또는 "타령"이 붙고 판소리를 소설화한 작품의 제목에는 "~전(傳)"이 붙는다. 즉, <가루지기 타령>이나 <변강쇠 타령>, <횡부가>는 있으나 <가루지기 전>은 없다. 다만 故 고우영이 이 판소리를 만화로 개작하며 제목을 <가루지기 전>이라 지은 바는 있다.

전래 설화를 바탕으로 조선 후기에 신재효가 정립한 판소리 여섯 마당 중 하나. 횡부가, 변강쇠타령, 가루지기타령[1]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평안도에서 태어난 옹녀전라도에서 태어난 변강쇠가 각각 남과 북으로 다니면서 겪는 온갖 성적 관계를 질펀한 묘사에 해학을 담아냈다.

1.1 줄거리

옹녀는 팔자에 상부살이 겹겹이 낀 여인으로, 결혼한 남자는 병, 사고, 범죄를 저질러 처형되는 등 온갖 사유로 죽고 심지어 스쳐간(글자 그대로) 남자마저 죽는 바람에 인근 열 동네에서 남자의 씨를 말리게 되고, 이에 열 동네의 여인들이 작당하여 옹녀를 쫓아낸다. 보따리 하나 들고 남쪽으로 내려오던 옹녀는 또한 삼남에서 온갖 여자를 농락하며 북쪽으로 올라오던 변강쇠와 남도와 북도의 경계점인 청석골에서 만난다. 둘은 천생연분임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결혼을 하여 청석골 깊은 산으로 들어가 사는데,

옹녀는 나름대로 정착하려고 애쓰지만, 게으름뱅이 변강쇠는 주는 밥을 먹고 밤일에만 힘쓴다.(...) 나무라도 해 오라고 옹녀가 재촉하자 변강쇠는 길가의 장승을 뽑아 오고, 놀란 옹녀가 도로 갖다 놓으라고 설득하는데도 듣지 않고 그 장승을 패어 땔감으로 삼는다. 횡액을 당한 장승은 모든 장승의 우두머리인 대방장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대방장승은 전국의 장승들을 불러모아 변강쇠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갖가지 병으로 도배하게 한다. 그리하여 변강쇠는 온갖 병을 한 몸에 앓다가 끝내 죽게 되는데, 옹녀에게 "내가 죽은 후 개가를 했다가는 그 서방을 죽이고 말겠다."라고 저주를 내린 후 벌떡 일어서서 눈을 부릅뜨고 죽는다.

변강쇠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옹녀는 목욕하고 새 옷 입고 화장하고 길가에 서서 나그네를 유혹하며 "집 안의 시체를 처리해 주면 같이 살겠다"고 현상을 내건다. 지나가던 걸승부터 시작하여 온갖 남자들이 옹녀의 미모에 홀려 다가오지만, 방 안에 서 있는 변강쇠 시체의 흉악한 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죽어 버리고 옹녀의 집 앞에는 시체만 계속 쌓인다. 마침내 용감한 초라니 하나가 나서서 변강쇠의 저주를 풀고[2] 변강쇠 및 그동안 죽은 남자들의 시체를 모두 짊어지고 가서 묻는다. 그런데 다른 남자들의 시체는 다 그럭저럭 져다 묻을 수 있었으나 변강쇠의 시체만은 초라니의 등에 붙에 떨어지지 않아, 온갖 애를 쓴 끝에 초라니는 나란히 서 있는 나무 2그루 사이로 지나가 변강쇠 시체의 위아래 토막이 나무에 걸려 떨어져 나가게 하고, 남은 가운데 토막은 바윗돌에 대고 비벼 갈아서 떼어낸다. 이렇게 하여 마침내 변강쇠의 상사가 다 끝나고, 옹녀는 약속대로 같이 살겠다고 하지만 초라니는 시체가 되어서도 끈질긴 변강쇠에게 질린 나머지 옹녀를 버리고 떠난다. 그럼 뭐하러 끝까지 수습한 거야 초라으리그 후 옹녀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다.

1.2 기타

이 판소리의 백미는 변강쇠와 옹녀가 처음 만나자 마자 한눈에 서로에게 반해서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식을 치르고 풀밭에 신방을 차리는 장면인데, 서로의 그곳을 묘사하는 이른바 <기물 타령>이라 불리는 이 대목 및 이어지는 남녀상열지사를 묘사한 내용만도 글자로 따져서 2,000여 자가 넘는다. 원고지 10장이 넘는 분량…

중국사대기서금병매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한듯하다.

다른 여섯 마당인 흥보가,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는 현재 어린애들도 익히 알고있는 이야기이지만, 이 가루지기타령은 적벽가와 더불어 그리 알려지지 못했다. 적벽가의 경우는 다른 판소리들과 달리 중국삼국지가 배경이기에 이질감에 따른 것이라 볼수 있으나, 이 경우는 에 대한 터부가 작품을 묻어 버린 케이스.

아직 남아있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은 창본만 남아있고, 판소리 자체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대근 주연의 영화 변강쇠로 인해 변강쇠와 옹녀의 색정남녀로 이미지가 고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사실 변강쇠와 옹녀는 조선 후기에 여러 사정으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살아야 했던 유랑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반영한 인물들이라는 것이 국문학자들의 견해다. 일부에선 변강쇠가 급살을 맞았다는 것을, 타지인을 경계하는 조선시대 마을 사람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런 배경으로 해석하면 상당히 불쌍한 인물들이지만, 그런 점들은 잊혀지고 성적인 면모만 부각된게 아닌가 싶다.

2 1을 원작으로 한 만화 고우영 가루지기

해당 항목으로.

3 1.을 원작으로 한 영화

3.1 1986년 작

이 때의 제목은 <변강쇠>였으며, 이대근, 원미경[3] 주연. 원작을 그런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변강쇠가 장승들에게 급살을 맞아 죽고 임신한 옹녀가 변강쇠를 부르며 눈밭을 해메는 걸로 마무리 되고 있다. 감독은 엄종선. 당시 서울관객 10만 7천명으로 그럭저럭 흥행에 성공했다.

3.2 1988년 작

고우영이 감독을 맡은 작품으로,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감독 영화이다. 서울관객 5만 8천명으로 흥행은 그저 그랬다. 주연은 역시 이대근, 김문희.

3.3 2008년 작

가루지기(2008) 문서로.
  1. 횡부(橫負)와 가루지기는 모두 가로로 진다는 뜻으로, 시체를 가로로 지고 장지까지 가서 묻는 것을 말한다.
  2. 자신은 눈을 감은 채, 옹녀가 위치를 일러주는 대로 긴 막대기를 뻗쳐서 변강쇠 시체의 눈을 감긴다.
  3. 다만 후시녹음이기 때문에 목소리 연기는 성우가 했는데 원미경역 성우가 이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