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전국시대)


告子

생몰년도 미상

중국 전국시대제자백가 사상가로 본명은 고불해(告不害). 학문계통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을 주창한 전국시대의 니체에 비견되는 사람. 공자 사망 직후에 태어나 맹자가 활동한 시기까지 활동한것으로 보이며 여러 사서에서 간간히 그 이름이 주창되긴 하나 그 사상이 명백히 표현되는 부분은 오로지 맹자와 관련된 논쟁뿐이다. 나름대로 당시에는 유명한 사람으로 추측된다.

먼저 언급되는 부분에서 맹자의 제자인 공손추가 스승의 마음이 혹하여 움직일 것에 대하여 질문하자 맹자는 "나는 나이 마흔에 부동심에 이르렀느니라"라고 말했으며, 여기에 덧붙여 "고자는 나보다 먼저 부동심을 이루었는데, 마음을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게 뭐가 어렵겠느냐?"며 제자를 깨우치는 내용이다.

그리고 맹자와 본격적으로 논쟁을 벌이는 편이 고자장구 상/하편이다. 여기서 고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또한 인간의 본성은 식욕과 색욕 뿐'이라는 성무선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은 식욕과 색욕 외에는 존재하지 않고 이것들은 동물에게도 있어 선악이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맹자와 대립한 사건이 꼭 나오고, 모의고사에도 자주 나온다. 고등학생들에게는 이름 때문에 인기가 많다. 주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맹자 때문에 기록이 남은 인물이니..) 자주 나오는 걸 보면 출제자들한테도 은근히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윤리 교사분들도 수업중에 이름을 강조하면서 조는 학생들 깨우는데 써먹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순자의 성악설이 홉스, 맹자의 성선설이 루소에 비견된다면 고자의 성무성악설은 로크에 비견된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이, 윤리 시간에 각 사상의 특징을 외울 때에야 이렇게 매치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루소와 맹자를 엮는 것, 그리고 로크와 고자를 엮는 것은 상당한 실례(...)가 될 수 있다. 맹자의 성선설은 결국 "선한 성품을 깨우쳐줄 성군이 있어야 한다"며 국가주의를 정당화하는 데 쓰였지만, 루소의 성선설은 사회 계약으로 인해 생긴 국가 역시 얼마든지 인간의 본성과, 일반 의지를 억압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라며 경계한다.
고자의 성무선악설 역시 로크식의 백지(tabula rasa)와는 전혀 다른 것을 전제로 한다. 고자는 인간의 본성적인 욕구(식욕, 색욕 등)의 존재는 긍정하고, "선악"이라는 관념으로 인간의 이러한 본성을 억압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보았지만, 로크는 반대로 "백지"상태인 인간에게 선악 등의 관념을 가르치고 교육해야 제대로 된 인간이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고자의 성무선악설은 오히려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악의 너머"와 유사한 윤리 기준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부동심 같은 경우는 스피노자의 "코나투스"와 차라리 유사하다 해야 할 것이다. 그가 말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와 인간 윤리의 관계는 에티카와 비교독해하기에 괜찮다. 로크의 백지론적 윤리관의 일례로, 영국 요리항목에 소개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금욕주의적 교육방식이 있는데, 이게 어디가 고자(...)적인가.

윤리에 가장 자주 나오는 지문(사실상 이것밖에 없지만)은 "물은 트는 방향에 따라서 동으로도 흐르고 서로도 흐른다." 라는 내용이다. 이에 맹자는 아래로 내려가는 특성은 같고, 그것이 본성이다라는 식으로 반박한다.

맹자의 책에서 언급된 것으로 추측하건대, 비록 사상적으로는 대립각을 세운 관계였으나, 부동심에 대하여 언급한 부분을 보면 고자 개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은 인격적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맹자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비효과에서는 왕에게 설교했다가 왕이 고의로 그런 이름으로 부르게 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자네 성이 고씨라고 했지?" / "온 세상 사람들이 이 학자를 고자라고 부르고 후세에도 널리 존경 받기를 바라노라!" 비문이지만 원문에 저렇게 쓰여 있다.(...) 다만 실제 고자의 강론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진짜 성무선악설의 고자를 등장시킨 건지 아니면 성이 고씨일 뿐인 가상인물인지는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