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십걸

1 개요

"역대 방주의 영령(英靈)이시여, 이게 어쩐 일입니까! 세상에 이럴 수도 있습니까? 여러분 중에 궁가문 십장로를 광인십걸(狂人十傑)로 채우고서 방주 노릇한 분이 있습니까? 왜 하필 제가 그 시초(始初)가 돼야 합니까!"[1]

풍종호 무협소설 『화정냉월(花情冷月)』에 등장하는 당대 개방(丐幇)의 십장로이다.

사실 개방은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십장로 중 한둘은 기인(奇人), 혹은 괴인(怪人)으로 공인되었거나 남모르는 기괴한 버릇을 지닌 경우가 두셋 정도 늘 포함되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렇게 십장로가 몽땅 한 덩어리로 사고뭉치가 되어 광인십걸(狂人十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는 없었다. 하물며 이들 십 인은 장로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광인십걸로 불렸으니, 뒤늦게 십장로에게 광인십걸이라는 이름이 따라붙은 경우도 아니다. 더불어 이들이 천하를 종횡하며 벌이는 일은 당금 개방 방주가 천하제일고수라는 사실까지 묻어버릴 정도인 만큼 그 악명이 천하를 떨어 올리고 있다.

본 편에서는 개방이 황하(黃河)에 나타난 백룡문(白龍門)이라는 수적집단을 붕괴시키고, 그 배후인 마해(魔海)까지 바다로 나가 철해(鐵海)와 협력하여 괴멸시킨 다음으로 성무장(聖武莊)을 처리하기 위해 나설 때, 십장로 중 다섯이 나타난다. 방주인 풍개(瘋丐)까지 나선 일이지만 개방은 성무장의 모든 길목만 차단하고, 직접 원한을 가진 봉무진임천생이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다.

2 구성원

  • 불로악동(不老惡童) 두영소 : 엉뚱한 장난질로 그저 사람을 바보로 만들뿐이다. 당한 쪽은 정말 기가 막히지만, 두영소에게 신세진 일을 생각하고 억지로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악의 없는', 당한 사람들의 공통된 말로는 '악의만 없는' 장난질에 미쳐있는 거지여서 불로악동이다. 그는 수시로 어디 가서 갖은 희한한 원한을 맺었고, 그 원한이 하나 사라질 무렵에는 열서너 개의 새로운 원한을 맺고 돌아온다는 골칫덩이지만, 그래도 광인십걸 중에서는 정상적이라고 한다...
  • 철각신개(鐵脚神丐) 사마등 : 수십 년 전의 젊은 시절부터 사마등은 퇴법(腿法), 각법(脚法)에 관심이 많았고 몰입해 들어갔다. 그 결과 적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인 비단으로 덮어 높은 쇠침 위를 거침없이 걸어가 모조리 밟아 구겨 놓는 위용을 보인다. 그래서 붙은 별호가 철각신개이다. 그러나 개방 내에서는,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그 발에 기름을 발라 가죽을 두껍게 굳히는 사마등의 작태와 그로 인하여 날이 갈수록 거무튀튀해지는 그 발을 일컬어 '껍질을 벗기고 구워 줘도 안 먹을 시커먼 쇠발',[2] 약칭 흑철족이라 불렀으며, 그것을 사마등의 별호로 삼아 부른다.
  • 문태세(文太歲) : 개방에 입문했을 때는 성인 문씨말고는 이름이 없었고, 도둑질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서 뒈지도록 맞는다. 그런데도 도벽을 고치지 못하자 당시 개방의 장로 중 가장 어렸던 한 사람이 전담을 하여 책임지고 패기 시작한다. 그 장로가 죽을 때까지 물경 사십 년간을, 기운이 남아도는 시간을 모조리 쏟아 부어 팼다고 한다. 그 성과는 실로 미미하게도 '이놈 혹시 태세(太歲) 아니야?'하는 반복되는 넋두리로 문씨의 이름을 문태세로, 임자 없는 물건을 뒤지는 도벽은 뭔가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뒤진다는 변명을 덧붙인 형태로 바뀐 정도이다.
  • 흑의가사(黑衣袈娑) 염복 : 취미 생활인 구색 맞추기에 일생을 걸고 있는 미친 거지이다. 평소 새카만 옷을 입고, 그것을 중의 가사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이유가 십장로는 승니도속(僧尼道俗)의 구색을 당연히 갖추어야 한다는 지론(持論)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다른 아홉 명의 장로들은 그의 지론을 거들떠도 보지 않아서 결국, 염복 본인만이 승복을 입는다. 그런데 정작 자신만의 악명을 날리게 된 일화는 따로 있다. 전대방주 시절, 새파랗게 젊은 놈이 느닷없이 '방주의 수염은 팔자(八字)가 제대로 그려져야 구색이 갖추어져 위엄이 섭니다'며 붓을 들고 방주에게 먹칠을 시도한 것이다...
  • 천일취(千一臭) : 향기를 다양하게 배합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향기가 아닌 특이한 향기를 만드는 데 미쳐있다. 과거 음형초(陰炯草)를 이용해 천 일이나 가는 향기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 향기의 이름으로 지은 '천일취'를 자신의 이름으로도 삼아버린다. 성무장에서 음형초를 이용해 대반산을 만들고 있음을 안 방주가 초빙하자 나타나서는 임천생과 봉무진을 구해준 뒤에 대반산에 관하여 알려준다.

남은 다섯 명은 아직 미상이다.

3 맺음말

녹림대제전(綠林大帝傳)』에 광인십걸 중 살아있는 세 명이 나온다. 두 명은 철각신개 사마등과 흑의가사 염복인데, 남은 한 명은 밝혀지지 않는다.[3]

이들 십장로는 『화정냉월』에서 이미 칠십 대 이상의 나이[4]로, 『녹림대제전』에서는 거의 백 세 후반, 이백 세에 가까운 나이가 되며, 『검신무(劍神舞)』의 시대까지 살아남는 태대노인보다도 나이가 많다.[5]
  1. 당금의 개방주인 풍개가 취임하던 날, 하늘을 우러러 외친 한탄이다.
  2. 단순히 놀리는 말이었지만, 사마등은 껍질을 벗긴다는 말에 놀라 사냥을 하여 가죽신을 꿰매 신기 시작한다. 설혹 누군가가 자신의 발 껍질을 벗기려 든다고 해도 일단 귀하게 보이는 가죽신을 벗기면 다 벗긴 줄 알고 자신의 발 껍질은 내버려 둘 것이라고...
  3. 다만 냄새를 추적하는 능력으로 봐서는 천일취이지 싶다.
  4. 문태세가 이십 살부터 사십 년간 두들겨 맞은 뒤 장로가 된다. 또한, 서문의 풍개의 한탄으로 보아 이미 광인십걸이 장로였음을 알 수 있고, 방주가 된 지 최소 십 년의 세월이 흐른 것도 책에 나오므로 광인십걸의 나이를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5. 그래도 동배분인지라 만나자마자 욕설을 섞어가며 말다툼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