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삼국사

舊三國史

삼국사기의 기초가 된 고려 초기의 사서. 지금은 현전하지 않는다.

이규보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서 처음 언급되는 사료로 정황상 원래 명칭은 삼국사(三國史)이지만 당시엔 삼국사기가 나온 후였기 때문에 이규보가 구(舊)자를 덧붙인 것으로 추정 중이다. 마찬가지로 삼국유사나 다른 서적에 인용되는 해동삼국사(海東三國史)와 같은 책으로 추측되는데, 이쪽은 중국의 삼국사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삼국사 임을 밝히기 위해 해동을 붙인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다보니 지금도 몇몇 사학자들은 구삼국사가 아닌 삼국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삼국사기라고 해서 이름부터가 다른데 굳이 를 붙여야 하냐고 한다.

책은 사라졌으나 이규보동명왕편에 일부가 인용되어 남았는데, 그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기전체이며,[1] 삼국사기와 대체로 같은 내용이지만 기이하고 설화적인 내용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려 초기 고구려 계승 의식이 반영되어 신라사의 비중이 높은 삼국사기와는 달리 고구려 역사 서술의 비중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구려 이전의 단군, 고조선 관련 기록도 서술되었을 것으로 보여 고려단군-동명왕으로 이어지는 고구려의 명맥을 계승했음을 강조하였을 것이다.

東明王篇 序文

越癸丑四月, 得舊三國史, 見東明王本紀, 其神異之迹, 踰世之所說者。
동명왕편 서문.
지난 계축년 4월에 구삼국사를 얻어서 동명왕 본기를 읽어보니, 그 신기하고 이상한 사적이 세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바를 넘고 있었다
ㅡ 동명왕편 서문

구삼국사 자체는 소실된 사료이긴 하지만 삼국사기 편찬 당시 주요 사료로서 이용되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내용들은 삼국사기를 통해 여전히 전해내려오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실제로 삼국사기의 주몽조에 실린 신화의 내용은 구삼국사의 내용을 전거하였다고 밝힌 이규보의 동명왕편의 내용과 거의 똑같다. 분량 상으로도 삼국사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정도였을 것이다. 또한 이규보의 평가로 볼 때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을 담은 정식 역사서라기 보단 삼국유사와 비슷하게 설화집이나 야사집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1. 동명왕 본기라는 데서 유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