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미 유료수도

피를 마시는 새에 등장하는 지물명.

시구리아트 산맥을 관통해 주갈과 잠바이를 잇는 16킬로미터 길이의 유료수도(有料隧道). 은근 헷갈릴 수 있는데, 水道가 아니라 隧道다. 상수도 하수도 할 때의 물길이 아니라 터널을 말한다. 이 산맥을 뚫는 대역사를 이룬 것은 유료도로당과 제국군 고추냉이 여단의 레콘들이다.

그리미 유료수도가 만들어지기 전, 시구리아트 산맥을 넘으려면 시구리아트 유료도로를 이용하거나 러크에서 호라이체로 넘어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구리아트 유료도로와 러크 사이의 거리는 약 2000킬로미터.

이 살인적인 거리를 줄이기 위해 유료도로당의 새 당주로 선출된 게라임 지울비는 시구리아트 산맥을 관통하는 지하도로를 만들고자 했다. 게라임은 원시제에게 유료수도 건설 계약을 제안하는데, 그 제안에 따라 전원 레콘으로 구성된 제국군 고추냉이 여단이 동원되었다. 고추냉이 여단의 레콘들은 총 계약 기간 4년 중 2년을 굴착 교육에 매진했고 유료도로당 측은 지하수가 절대 나오지 않을 길을 탐색했다. 드디어 공사에 착수했을 때에는 굴을 파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빠르게 굴을 파냈다.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완성된 유료수도에는 게라임이 원시제의 이름을 따 그리미 유료수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리미 유료수도는 계약에 따라 향후 50년 동안 제국군, 혹은 예비역 제국군이 무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현재 그리미 유료수도는 유료도로당의 전체 지부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수익을 매해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미 유료수도의 징수소에서는 전역증을 제시하는 예비역 병사들에게 무료통과라고 말하면서도 결코 속상해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참고로 완공된 그리미 유료수도의 첫고객은 막 즉위한 치천제의 심장적출식을 위해 남부로 이동하던 제국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