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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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Greenbacks. 1862년 ~ 1994년까지 유통한 미국 화폐중 하나. 민간은행이나 중앙은행을 거치지 않은 미국 재무부의 화폐였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처음 만들었다고 해서 링컨의 그린백이라고도 불린다.

1972년 닉슨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의 화폐는 크게 네 종류로 구분되었다.

  • 금증서 - 1933년 퇴출
  • 은증서 - 1965년 퇴출
  • 연방준비은행권 - 2015년 현재에도 쓰이는 미국달러가 이 녀석.
  • 그린백 - 1994년 퇴출

그린백은 남북전쟁이나 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북부의 경제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폐이다. 1862년부터 1억 5000만 달러씩 3차례 발행되었고, 이후 1933년3억 4668만 1016달러로 발행량이 제한되었다...가 1994년부터 유통이 중단되었다.

그린백이라고 이름 붙은 이유는 위 사진에서도 나와있듯이 뒷면이 초록색으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2 역사

남북전쟁이 시작할 낌새를 보이자 당시 미국의 재무장관 이었던 Salmon P. Chase는 1861년 미국 군비 물자를 안정적으로 해외 무역을 통해 들여오기 위해 모든 은행에 있는 모든 금을 정부 산하로 끌어 오게 된다[1][2]. 체이스의 이러한 결정 때문에 미국 북부에 있는 모든 은행들은 만성 금부족에 시달릴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만약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뱅크런으로 인한 북부 금융시장과 북부 경제의 몰락은 물론이거니와 이로인한 전쟁의 패배까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링컨과 체이스는 미국 최초의 법정화폐인 그린백을 발행하게 된 것이다. 그린백의 상단에는 "This note is a legal tender for _ dollar"이라고 명시되 있는데, 이를 쉽게 이해하자면 이 그린백의 실질적인 금의 가치는 0이라는 것이다. 과거 북부에서 통용되던 지폐를 들고 은행을 찾아가서 금으로 교환을 요구하면 금으로 교환해주었지만, 이 그린백은 은행을 찾아가서 금 교환을 요구해도 은행은 교환해줄 이유가 없다. 그린백 자체가 금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이 이 그린백의 가치가 0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 돈의 가치는 금에서 오지 않는 것 뿐이지, 엄연히 미국 정부가 승인한, 미국에서만 특정 가치를 지닌 통화였기 때문이다[3]. 당연히 그린백은 금본위제처럼 실물가치를 지닌 화폐가 아니였기 때문에 발행할수록 시간에 따라서 가치가 떨어졌고, 이 반대여파로 미국내 시장의 물가는 뛰어오르는 현상을 보였다. 이외에도 불안정한 자산으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을 느끼던 은행권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자 체이스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현재 미국의 통화 정책/금융 시스템의 근원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어쨌거나, 그린백 4억 5000만달러어치는 미국내 시장에서 금을 대체하면서 자금사정을 순식간에 해결시켰다. 여기에다가 부분지급준비금제도를 통한 은행의 화폐창출 작업이 더해져서 시중에 돈이 급격하게 풀렸고, 풀려나온 돈들은 군수산업이나 철도, 도로산업 등으로 흘러들어가 북부가 남부를 누르고 전쟁에 승리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끼쳤다.

그리고 링컨 대통령은 전쟁 후에도 이 그린백의 유통량을 계속 늘려나가려 준비하다가 암살당했다. 그 후, 그린백은 정처없이 떠돌다가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3억 4668만 1016달러로 발행량이 제한되었다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다시 발행을 준비하기도 했다. 결국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바람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일부 음모론에 따르면 중앙은행과 관련이 없는 재무부 법정화폐나 은본위제 화폐 창설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카더라.[4]

결국, 1994년에 링컨의 그린백은 유통중지당했다. 지못미.

3 의의

이 화폐가 더이상 활용되지 않는데도 경제학에서 아직까지 다뤄지는 이유는 금 혹은 은을 담보로 잡지 않고 재무부의 신용에 의해서만 발행된 지폐였기 때문이다. 그린백 발행 당시의 미국에서는 금본위제도가 시행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보유고를 담보로 잡아야만 화폐발행이 가능했다. 그래서 충분한 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금융공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린백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한 화폐였다.

재무부의 신용에 의해서만 발행된다는 것은 통화정책에 있어서 큰 의의를 가지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 중앙은행의 통화발행 메커니즘을 아는게 우선이다. 금본위제를 따르지 않는 지금, 중앙은행의 중앙은행권(우리가 지폐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의 발행 메커니즘은.....별 거 없다. 기본적인 회계 원칙만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시중 은행과 똑같이 중앙은행도 장부에 보면 자산(Asset), 부채(Liability), 자본(Equity) 항목이 있다.

1. 자산 = 부채 + 자본
5억짜리 건물을 사고 싶은데 4억밖에 없다면 1억을 어디서 빌려야 한다. 이 때 빌린 1억이 부채, 갖고있는 4억이 자본(순자산), 두 덩어리의 돈을 합친 5억(또는 그 5억으로 구입한 건물)이 자산이다.

2. 중앙은행이 발행한 은행권, 즉 화폐는 모두 부채 항목에 표기가 된다. 화폐를 중앙은행이 발행한 채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3. 부채가 늘어나면 반드시 자산도 늘어난다.

위 세가지를 잘 이해한 후 아래로 넘어가보자.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한다 ⇒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한다 ⇒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으로 재무부로부터 국채를 매입한다

그럼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위의 1번 식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을까?
바로 매입한 국채가 자산 항목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로써 '자산=부채+자본' 이라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무진장 중요한 식이 성립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지난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양적완화' 라는 것도 위의 메커니즘과 별반 차이가 없다, 본질은 거의 같다.

중앙은행이 은행권을 찍어낸다 ⇒ 그걸로 시장에서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쓸어담는다 ⇒ 시장에는 유동성이 풀리면서 신용경색이 해소된다

이 경우 시장에서 사들인 증권들이 자산 항목에 기입이 되겠다. 첫번째와의 차이점은 첫번째는 국채가 재무부로부터 넘어온 것이고 두번째는 시장에서 온 것이라는 점 뿐이다.

이런 식의 화폐발행 메커니즘의 문제점은 "국채를 찍지 않고서는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미국이 엄청난 양의 국가부채로 신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 지출을 조달하려면 국채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납세자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린백은 중앙은행을 통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채도 발행하지 않고 재무부 단독으로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그 선례를 보기좋게 깨뜨린 화폐라는 의의를 갖는 것이다.

4 반론

하지만 담보가 없는 화폐는 잘 해봤자 전쟁시 군인들이 뿌리는 군표, 보통은 휴지조각 취급을 받는다. 설령 국내에서 그런 돈이 유통되더라도 해외로 나가면 그냥 쓰레기 취급. 지폐를 막 찍어냈다가 바보된 나라가 하나 둘이 아니다.

'현행 화폐발행 시스템은 미국 국채를 늘리는 시스템이므로 별로 좋지 않구나. 국채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화폐를 발행할 수 있었던 그린백이 위대했구나!'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채무를 지고 중앙은행이나 시장이 채권을 인수하는 현행의 경우 정확한 채무와 채무관계가 회계에 기록됨으로써 정부의 화폐발행이 감시되고 견제될 수 있지만 그린백의 경우는 그런 것도 없이 '이거 법으로 인정된 화폐다. 그니까 유통거부하면 위법이다.'로 끝이라는 것. 결국 정치권력에 의해 화폐가 통제없이 발행되고, 그 종국적 부담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신용이 깎이는 것으로 귀결된다.

비유를 하자면 현행의 화폐발행 시스템의 경우 '내(정부)가 나중에 갚을테니 너희들(중앙정부나 시장)이 채권 좀 사줘.'라며 차용증 쓰고 빌리고 갚는 것이지만, 그린백의 경우 '야 나 못믿어? 나 미국정부야!'라며 차용증도 없이 술김에 친구간 돈거래 하듯이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결국 그런식으로 신용 하나로 펑펑 공수표 날리다가 채권자, 채무자 둘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는 현실에 비추어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국가는 결국 국민의 공동체이므로 공동체의 신용을 깎아 먹으며 거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그린백 발행의 결과는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나 반발을 샀으며, 나중에 다시 액면가로 태환한 조치 때문에 다시 화폐공급이 줄어들면서 디플레가 발생하여 당시 농민들은 말그대로 두번을 털리면서 개피를 보았다.

그린백이 제대로 된 화폐취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절대적인 무력과 경제력을 가진 미국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가의 위신 자체를 걸고 찍어낸 화폐란 것. 따라서 미국의 파산을 대비해서 그린백을 막 찍어내려고 하면 의외로 미국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외국에서도 돈 취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링컨 정부는 일종의 사기를 쳐서 가랑비에 옷젖듯 인플레이션 조세를 걷어 전쟁자금을 조달하고, 그렇게 남북전쟁에서 승리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결국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볼 수 있는 업적을 세우면서도 그 업적을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남부가 생각하지 못한 연방 차원의 금융사기였다는게 아이러니이다.
  1. 어느 유럽 국가가 전쟁으로 망할수도 있는 국가의 국채를 받고 무역을 하겠는가? 북부의 재무장관이었던 체이스는 전쟁 직전에 이러한 일을 예상했기 때문에 남북전쟁 직전에 모든 북부의 금을 국고에 쌓아놓고 전쟁중 유럽과 안정적으로 거래했지만, 남부는 그렇지 못하였다. 남부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유럽국가가 받아주고 무역을 할리가 만무하고, 남부는 남북전쟁중 목화같은 생산물과 유럽의 물품을 맞교환하는 물물교환형 무역으로 군수물자를 조달할수 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군수물자 확보가 시급한 남부는 안정적인 화폐/금 거래가 아닌 필요성에 따라 가치가 급변하는 물물교환의 특성으로 손해를 보며 군수물자를 조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불안정한 시장을 초래하였다. 현재 많은 미국 경제/역사학자들은 북부의 전쟁 승리의 원인을 체이스의 금 확보와 그린백 발행으로 뽑기도 한다
  2. 이전에 링컨 정부가 은행권에서 대출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유럽권과 연계된 미국 은행들이 약 20-30%를 웃도는 이자를 요구해서 무산됐다.
  3. 이러한 특성때문에 그린백은 당시 미국에서 밖에 통용되지 못했다.
  4. 중앙은행의 견재없이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법정화폐나 채권을 찍어내기 시작하면 정치적 고려에 따라서 어떤 카오스가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역사상 많은 초인플레이션이 이런 무단적인 통화증발로 인해 발생했다. ) 현재의 미국 통화정책은 이런 고려와 복잡한 각 이익세력, 정부기관 간의 세력균형 속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슨 특정 집단의 음모에 의해서 탄생한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