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烈
생 1939년 6월 29일
몰 2002년 11월 2일)
인도네시아화교 출신의 홍콩의 영화배우. 홍콩식 발음으로 로례(Lo Lieh)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작은 심야의 결투(金燕子 1968) 철수무정(鐵手無情 1969) 아랑곡의 혈투(餓狼谷 1970), 죽음의 다섯 손가락(天下第一拳 1972) 홍희관(洪熙官 1977)등이다.
1960년 대 홍콩 영화사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얼굴이 제법 알려졌는데, 당시 활동하던 주연급 배우들인 왕우나 적룡, 강대위같은 배우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마스크 때문에 주역 섭외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홍콩에 진출했던[1] 정창화 감독은 여타 홍콩 영화와 차별화를 궁리했고, 아랑곡이나 죽음의 다섯손가락에 나열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바로 다른 감독들이 거들떠보지 않은 그 구수한 외모였다. 꽃미남 몸짱이 온몸을 피로 물들이며 간지폭풍의 대결전을 벌이는 기존 무협영화와 달리, 흔한 인남캐가 피할 수 없는 시비에 휘말려 고뇌하며 싸우는 인간적인 모습을 나열을 통해 그려냈다. 그리고 이런 신선한 접근법은 제대로 대박이 났다. 죽음의 다섯 손가락은 홍콩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히트를 치면서, 홍콩 영화 가운데 최초로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때문에 나열은 지금도 무협영화를 좋아하는 아시아권 뿐만 아니라 해외 양덕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배우다.
물론 한국 팬들 사이에서도 장철 감독의 철수무정이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인데다, 동시대 인기 배우들과 다른 인간미가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한 나열도 호평한다. 지금도 나열의 예명을 '로례'라고 또렷이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하지만 역시나 배우로서 외모가 떨어진다는 점은 계속해서 약점으로 작용했고, 배우 생활 내내 조연이나 '총잡이와 소림고수' '당산대형2' 같은 B급영화를 전전하면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80년대 들어 무협영화 유행이 저물고 나이가 들어 배우로서 입지가 더욱 줄어들면서, 말년은 가난에 쪼들리다 2002년에 사망했다.
여담으로 쿠엔틴 타란티노가 킬빌을 제작하면서 바친 무수한 오마쥬 가운데, '죽음의 다섯 손가락'과 '홍희관'이 있다. 킬빌의 등장인물 파이 메이는 홍희관에 등장하는 악역 백미도인을 오마쥬한 캐릭터인데, 타란티노는 백미도인을 연기한 배우가 유가휘라고 착각하고 킬빌에 캐스팅했다. 하지만 사실은 나열이었다. 지못미.
- ↑ 당시 홍콩 영화산업이 한창 좋았던 시절이라 찍어내는 작품수에 비해 영화 인력이 달릴 정도였다. 때문에 한국인 감독까지 스카웃해가면서 영화를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