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간고첩

풍종호의 무협소설 『화정냉월(花情冷月)』에 나오는 기보(奇寶)로, 철불(鐵佛) 풍범릉이 주인이다.

누대에 걸쳐 천하에 전승되는 많은 비급이 있다. 흔한 책의 형태를 한 것도 있지만, 조상(彫像)이나 그림의 형태를 한 것도 상당하다. 나한간고첩(羅漢看苦帖)은 그 다양한 형태 중에 도첩(圖帖)이라는 형태를 띠고 있는 비급으로, 그 안에는 불문에서 유래된 철나한권(鐵羅漢拳)이 실려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후대의 어떤 고수가 이 나한간고첩의 여백을 활용하여 한 가지를 더 그려 넣는데, 이름하여 고해무변식(苦海無邊式)이다.

원래 나한간고첩의 그림은 나한이 고통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섭렵하며 그 자비(慈悲)로 고해 속에 허덕이는 중생을 구제하는 의미이고, 그 고해를 바라보는 나한의 자태와 더불어 쓰인 글귀가 바로 철나한권의 비결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된 고해무변식은 고해 밖에서 지켜보던 나한을, 그 고해 복판에 빠져 죽는 형세로 그림을 바꾸어버린 것이고, 철나한권의 완전한 파해식(破解式)이었다. 게다가 이 황당한 그림을 그려 넣은 고수[1]의 심술은 대단해서 철나한권을 연성한 뒤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해놓았다. 진작 알게 된다면 철나한권보다 고해무변식에 정성을 쏟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고해무변식이 추가된 뒤로 나한간고첩의 전승자는 자기가 죽기 전까지 제자에게조차 그것을 쉽게 보지 못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나 공력이 떨어지고, 실력이 모자라더라도 고해무변식을 안다면 철나한권을 쉽게 제압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철나한권의 전승자들은 나한간고첩을 더욱 중히 다룰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나한간고첩에 관한 사실을 알고 있던 엄자추는 성무장(聖武莊)의 위협에서 빠르게 힘을 키우기 위해 이 나한간고첩을 노린다. 철나한권을 부하들에게 익히게 하고, 자신은 고해무변식을 익혀 쉽게 고수들을 만들어내면서 통제까지 유용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풍범릉의 처인 번서향을 납치하여 나한간고첩과 교환할 심산이었는데, 운이 없었는지 임천생봉무진에게 각기 걸려서 실패하게 된다.
  1. 대체로 공손이로 추측이 되고 있다. 『광혼록(狂魂錄)』에서 드러난 성격과 나한간고첩에 부려놓은 심술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의 무공의 이름이 고해무변신공(苦海無邊神攻)인 만큼 공손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