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소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1 개요

이상(1910~1937)의 단편소설. 유일하게 이상의 작품 중 수능에 나오는 거 근데 조춘점묘와 권태도 나온 적 있잖아 게다가 보기 글이라해도 오감도가 나온 적도 있다

1936년에 발표. 매춘부기둥서방으로 사는 남자의 자폐적인 일상과 어떠한 개선의 여지도 없는 주인공의 모습이 음울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상의 사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심리소설로 분석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2 상세

이상이라는 작가가 한국문학사에 있어 워낙에 규격 외의 행보를 걸었던 작가이니 만큼 상식적인 분석법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특히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라는 구절로부터 시작되는 소설의 도입부는 애초부터 소설의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며, 그 안에 배치된 이미지, 관념, 수사 따위도 어딘지 모르게 사용이 어긋나 있다. "33번지"에 대한 서술부터는 어느 정도 소설의 모양새를 내고 있지만 통일된 서사를 다루지 못하고 이야기의 흐름은 끊임없이 흩어진다.

분열된 이야기는 아내라는 인물에 의해서 가까스로 날개 아래 모이고 있다. 소설의 주체는 아내다. 주인공은 그녀의 행동을 본 내용을 수동적으로 작성한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조차 아내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인공은 "돈조차 쓸 줄 모르는" 인물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거세된 것이나 다름 없이 아내가 손님 받는 옆에서 숨죽이고 아내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록자에 지나지 않음이다. 따라서 이것은 매우 순수한 기록이다. 어떠한 문학적 수단도 강구하지 않은 채 "본 것을 그대로 적는다"는 본연의 자세에 입각한 새김이다.

요컨대 하나의 통일성과 완전성을 추구하는 문학적 정체성은 이 소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초현실주의 문학에서조차 "형식을 파괴하는 형식"의 존재를 읽을 수 있다. 반면 날개는 그러한 형식조차 찾을 수 없는, 문학의 기반을 무시하고 성립하는 모순된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문학이라 하기 힘들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이상 본인만이 안다. 타인들은 인지 가능한 선에서 이 작품을 설명하며 이것을 문학이라 짜맞추고 있지만 거기에 누가 자신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해석에 따라 이 소설의 주인공이 단지 기록자이며 무능력자는 아니라고 보는 주장도 있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은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이며, 인간으로 살기를 포기한, 그저 존재할 뿐인 인물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스토리는 완전히 전락해 버린 지성이 다시 한번 각성하며 깨어나는 내용으로, 타자에 의해 주어진 최면약을 끊고[1] 맑아진 정신으로 가진 사유 끝에 다시 한번 날아오르려 하는 주인공의 독백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남자가 마지막에 오른곳은 명동 미쓰코시 백화점[2]으로, 이 작품을 읽고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옥상을 바라보면 다른 느낌이 들것이다.

작품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면서 끝이 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일반적으로 이 마지막 대사는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내뱉는 독백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로인해 마치 그 독백 후 주인공이 투신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와 같은 읽기가 잘못되었다는 관점이 있다. 즉, 저 대사는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와 거리를 거닐며 내뱉는 것이라는 이야기. 이 부분은 원문의 해석문제이다. 관련 내용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뚫어저 드러 가는 몸동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3] 속으로 섞겨 들어가지 앉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야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야 가는 것인가를......
(중략)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안해에게로 도라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기존 전집판에서는 '나서서'를 특별히 주목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이상의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서서' 부분이 '미쓰코시 백화점을 나서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백화점을 나온 다음에 지금 어디로 가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라는 것. 아울러 '발길'도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걷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거리를 거닐면서 희망을 찾게 되는 '밝은 결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3 트리비아

작중에 '아달린(Adalin)'이라는 약이 등장하는데 실제로 이 당시에 바이엘에서 내놓은 수면제 이름이며 작가인 이상을 비롯해 일본 본토에서도 다자이 오사무아쿠타가와 류노스케등이 애용했던 수면제라고 한다. 중독성을 비롯한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1971년 사용이 금지되었다.

미디어는 잘 되지 않았는데 80년대 MBC 명작의 고향이라는 교양프로에서 재현극으로 만들어진 적이 있었고, 방학기 선생이 선데이 서울에서 만화화 한 적이 있다. 잡지가 잡지인터라 꽤 야한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는데 의외로 원작에 충실하다. 2013년에 김동화화백이 만화화하여 출간하기도 하였다.

1995년 수능에 출제 되었다. 이상의 작품 중 수능에 낼 만한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 어지간히 난해해야지... 그런데 오감도가 출제된 적이 있다!

2014년작 영화 버드맨과의 유사성이 주목받기도 했다.

2017수능특강에 수록되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비주얼 노벨로 올라왔다.
  1. 작중 주인공이 아내에게 아스피린인 줄 알고 받아 복용했던 약이 최면약 아달린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주인공이 아내의 의도를 파악하려 고민하는 부분에서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몽롱한 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현재 신세계 백화점 본점.
  3. 기존에는 '회색의 탁한 거리'라는 뜻에서 '회탁(灰濁)의 거리'로 보았었는데 그게 아니라 '기쁘고 즐거운 거리'라는 '희락(喜樂)의 거리'라는 주장이 있다. 관련해서 '희락'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만, '회탁'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다 당시 열악한 인쇄기술로 인하여 글자가 뭉개져서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