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포와 구축전차, 기타 무포탑 차량들- 즉 자주포, 돌격포, 구축전차, 대전차 자주포의 구분은 밀리터리계의 좀처럼 식지 않는 떡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돌격포와 구축전차가 주축이고, 나머지 두 개는 그냥 연관되어 얽히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각 국가별로 구축전차, 돌격포, 대전차 자주포 등의 구분기준이 서로 조금씩 다른 점에서 생기는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서는 미국의 탱크 디스트로이어는 과연 독일의 판처예거, 슈투름게쉬츠, 야크트판처중 무엇에 대응되는 범주인가(사실 독일군 스스로조차 이 세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라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밀덕계에 큰 영향을 받은 한국 밀리터리계의 특성상 영/독어->일어->한국어 중역 과정에서 생기는 오역 덕분에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져있다.
특수병기 개념을 버리고 가급적 만능형 병기를 대량으로 뽑아내는 것을 지향한 2차대전 당시 소련은 자주포를 전부 멀티롤 목적으로 설계하였고 그 결과 위에 나열된 역할들을 체급에 따른 주포 사양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자주포가 할 수 있다. 그래서 2차대전 당시 소련은 체급과 특성이 완전히 다른 자주포들을 혼합 배치하는 일도 많았다. 즉 소련에서는 포격용 자주곡사포/평사포, 대전차자주포, 구축전차, 돌격포가 별도의 개념으로 나누어지지 않았으며 어차피 자주포가 그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으니 그냥 자주포라 불렀다.
1 설계상의 차이
설계상으로는 돌격포와 구축전차가 비슷한데, 이는 돌격포에서 파생된 것이 구축전차이기 때문이다. 초기에 직접 보병을 지원해주는 화력수단으로서 개발된 돌격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대전차전에 효율적이리라 생각했기에 돌격포의 원형을 빼어다가 구축전차를 설계해 사용했다.
이 둘은 전체적인 외양은 흡사하나 세부적인 장비나 스펙면에서 성격에 맞게 차이가 있다. 당연히 대전차 자주포는 이들과 외양이 흡사하지 않고 차라리 자주포랑 외양이 비슷하다.
2 운용상의 차이
돌격포와 구축전차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운용면에서의 차이다. 쉽게 말해 '돌격포≒자주포'이고 '구축전차≒전차'라고 보면 된다.(...)
돌격포는 보병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만큼 포병이 사용하기 알맞게 설계되어 있다. 탄종만 하더라도 주로 고폭탄 등의 탄종으로 보병을 지원하기도 하고 타겟으로 삼기도 한다. 물론 시설물을 파괴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이에 반해, 구축전차는 돌격포에서 파생되긴 했지만 목적 자체가 싼 값에 전차를 상대하기 위한 병기로서 당연히 포신이나 탄종이 돌격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운용면에서도 기갑부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기타 장비나 운용 교리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3 대전차 자주포
이와는 별개로 대전차를 목적으로 하는 자주포도 등장했는데, 운용상으로는 구축전차와 흡사하나, 유래로 보나 설계로 보나 운용상 세부사항으로 보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따로 구분한다. 물론 억지로 넓은 의미로 보면 구축전차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있겠다. 자세한 것은 대전차 자주포참조.
4 이상적인 분류법
불곰국처럼 구별안하고 전부 자주포에 포함시킨다.[1]
가장 이상적인 분류법은 역시나 해당 국가에서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가이다. 한 예를 들자면 스웨덴 S전차(STRV-103)의 경우 주력전차였음에도 불구하고 포탑이 없으며, 우리나라는 6.25전쟁 동안 M36구축전차를 그냥 '전차'로 분류했다. 스웨덴 S전차는 통상적인 분류법에 따르자면 주력전차가 아니라 돌격포나 구축전차라고 봐야겠지만 그걸 만들어 쓰는 스웨디시들이 주력전차라고 하지않는가?! (심지어 스웨디시들은 이시기에IKV91이라는 누가봐도 멀쩡한 전차로 보이는 물건을 구축전차로 분류하고 S전차를 주력이라고 했다.) 즉, 생산국가 혹은 운용국가의 운용상 분류법을 그대로 따라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독일의 돌격포들을 굳이 구축전차에 넣을 필요도 없는것이고, 소련에서 자주포라고 한 SU-152를 굳이 돌격포로 분류할 필요도 없는것이다.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랬다고 그냥 해당차량이 해당국가에서 어떻게 불리는지를 파악하면 될뿐이다.
5 기타
1997년, 플래툰의 주요 필진중 한 명인 이대영은 "돌격포"는 물론 "습격포", "구축전차" 등은 일본식 표현으로 2차 대전 지식을 일본서적에서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국내 밀리터리 잡지 필진들이 사용하는 단어이며, 이것을 모두 "대전차자주포"라는 단어로 대체할 것을 주장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 돌격포는 잘못된 일본식 표현이 아니었다. 도발의 대상이 되었던 잡지는 돌격포가 일본식 표현도 아니며 같은 업계에 사는 사람끼리 이러지 좀 말자며 자신들의 지면을 할애해 이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했었다. 물론 이대영은 이런 항의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얼마 뒤, 본인 스스로도 은근슬쩍 자신의 2차대전사 연재물에도 돌격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이 논쟁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여담이지만 국내에서는 대체로 독일식 표기를 따르는 편이나, 미국에서는 돌격포와 대전차자주포를 뭉뚱그려 Tank Destroyer로 표기한다. 이 분류에는 미사일 발사차량도 포함된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자주포, 대전차자주포, 구축전차, 돌격포를 모조리 자주포로 분류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다목적 자주포를 만들어 썼다. 사실 얘들은 포탑 없으면 자주포, 포탑 있으면 전차, 보병이 들어가면 APC라는 가장 심플하고 합리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편의상 소련의 다용도 자주포까지 다 싸잡아서 구축전차 카테고리에 들어와있긴 하지만 개념은 다르니 알아두도록 하자. 경쟁작인 워 썬더에서는 명칭상으로는 돌격포와 구축전차, 자주포가 따로 분류되어 있으며 소련 자주포는 전부 고증에 맞게 SPG로 등장한다.그렇다고 포격모드가 있는건 아니다
6 관련항목
- ↑ 소련은 구별을 안한게 아니라 그냥 자주포가 죄다 체급차이만 있을 뿐 돌격포나 대전차자주포, 자주평사포 역할들을 전부 할 수 있었다. 즉 별도의 대전차 자주포나 구축전차, 돌격포 목적으로만 쓰이는게 없다. 심지어 간접조준경이 없는 SU-85나 SU-100 역시 제한적으로는 장거리 포격용으로도 사용했다.